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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진핑 무역전쟁에 중국 돼지들이 울고있다

익히 알려져 있듯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별납니다.
보통 중국인들이 '고기를 먹는다(吃肉)'라고 한다면 그들이 먹는 건 소고기도, 양고기도 아닌 돼지고기를 뜻합니다. '고기는 곧 돼지'라는 것이죠.
 
중국식 돼지고기 볶음 [출처 중앙포토]

중국식 돼지고기 볶음 [출처 중앙포토]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의 절반 가량(46.3%)은 중국인들이 먹습니다. 지난해 중국인 1명의 평균 돼지고기 소비량이 무려 38.6kg. 산술적으로 따지면 세 살 꼬마부터 여든 노인까지 일주일에 돼지고기 한근 반씩은 먹은 셈입니다.
 
더 놀라운 건 돼지고기를 향한 중국인의 사랑이 더 커질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17년 5422만 톤이었던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10년 후 2027년 6000만 톤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인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4년내 40kg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해마다 늘어 10년 내 6000만 톤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OECD-2018 FAO 농업전망]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해마다 늘어 10년 내 6000만 톤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OECD-2018 FAO 농업전망]

그런데 최근 중국 돼지 농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사료로 쓰던 콩 값이 훌쩍 뛰었기 때문이죠.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상대 국가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에 관세 폭탄을 떨어뜨리며 몇 달째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달 340억 달러(약 38조 25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818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맞서 중국도 미국산 제품(545개 품목) 340억 달러 어치에 25% 관세를 붙이기로 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출처 중앙포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출처 중앙포토]

문제는 이 관세 부과 품목에 콩이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중국의 콩 소비량 중 약 90%는 외국산으로, 미국에서만 140억 달러(약 15조 7500억 원) 어치를 수입했습니다.  
 
중국에서 만드는 돼지 사료 성분의 20%는 바로 콩입니다. 돼지가 섭취하는 단백질의 주요 원천이죠. 이 때문에 미국산 콩의 가격이 오르면 돼지 사료 가격도 덩달아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이 미국산 콩에 높은 관세를 매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미국 최대 콩 생산 농가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표밭인 중서부 지역에 밀집해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산 콩의 95%는 일리노이 · 아이오와 · 미네소타 · 네브래스카 · 인디애나 · 미주리 · 오하이오 · 노스다코타 · 사우스다코타 · 아칸소주 등 '팜 벨트(farm belt)'라 불리는 중서부 농장지대에서 생산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일리노이와 미네소타를 제외한 팜 벨트 8개 주의 지지를 얻으며 승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산 콩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이 지역 농가의 수출길이 막힌다면 표심은 언제 돌아설지 모릅니다. 게다가 이들 지역의 상당수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주리·인디애나·노스다코타주에서는 상원의원 선거가, 오하이오·미시건·아이오와·미네소타주에서는 주지사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결국 미국 농민의 마음을 움직여 미중 무역전쟁의 승기를 잡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전략인 것입니다.
 
육참골단(肉斬骨斷). '나의 살을 내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사자성어입니다.이번 무역전쟁에 나서는 시 주석의 속내도 그러했을 듯 합니다. 미국산 콩에 높은 관세를 매겨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일격을 가하는 데 성공했지만 자국 돼지 농가의 마음은 달래는게 숙제로 남게 됐습니다.
 
돼지고기 만두와 돼지간볶음 요리를 받아든 시진핑 중국 주석 [출처 중앙포토]

돼지고기 만두와 돼지간볶음 요리를 받아든 시진핑 중국 주석 [출처 중앙포토]

일단 중국 정부는 미국산 콩 대신 브라질, 캐나다, 러시아산 콩을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부 수입업체들은 미국산 콩을 남미로 수출한 후 다시 중국으로 수입해 수입 관세를 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운송비가 10%가량 더 들지만, 25% 관세가 부과되는 것보다는 비용 부담이 적기 때문입니다.  
 
축산업계는 아예 콩 대신 옥수수를 사료로 쓰는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지난 2017년 중국의 옥수수 생산량은 2억2260만톤, 수입량은 464만8000톤이었습니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콩과 달리 옥수수는 자국 생산량이 많아 무역수지에 큰 타격이 없습니다. 농업 전문가들은 땅콩, 목화, 라이신(단백질 합성에 쓰이는 아미노산) 등도 콩의 대체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축사에 모여있는 돼지 [출처 셔터스톡]

축사에 모여있는 돼지 [출처 셔터스톡]

미·중 싸움에 애꿎은 중국 돼지의 식단이 바뀌게 되는 것 아닐까요. 이번 무역전쟁의 끝에 돼지는 다시 웃을 수 있을까요.
 
차이나랩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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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