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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버스, 비행기에는 있는데 KTX엔 왜 안전벨트 없을까?

2013년 7월 스페인에서 일어난 고속열차 탈선사고로 79명이 목숨을 잃었다. [연합뉴스]

2013년 7월 스페인에서 일어난 고속열차 탈선사고로 79명이 목숨을 잃었다. [연합뉴스]

 "자동차, 항공기에도 다 있는데 열차에는 왜 안전벨트가 없는 거죠?"
 
 최근 지인들로부터 몇 차례 들은 질문인데요. 그러고 보니 고속버스나 항공기를 탈 때는 안전벨트를 신경 쓰지만, 시속 300㎞로 달리는 KTX(고속열차)를 타면서는 안전벨트를 찾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원래 없는 것에 익숙한 탓인 듯도 하구요.    
  
국내·외 열차 안전벨트 대부분 없어  
 사실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 열차에도 안전벨트는 대부분 없습니다. 물론 대형 열차사고가 나면 안전벨트 설치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하는데요. 
 
 미국에선 2015년 5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200여명의 승객을 태운 뉴욕행 열차가 탈선하면서 14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2014년 7월 강원도 태백역 인근에서 무궁화호 열차와 관광 열차가 정면충돌해 1명이 사망하고 80여 명이 부상한 사고가 있었는데요.   
필라델피아에서 열차가 탈선한 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져 있다. [연합뉴스]

필라델피아에서 열차가 탈선한 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져 있다. [연합뉴스]

 이런 대형 사고를 전후해 열차 안전벨트가 실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열차 안전벨트는 도입되지 않았는데요.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선 열차의 제동거리는 자동차에 비해 무척 깁니다. 도로가 마른 상태를 기준으로 승용차는 시속 50㎞ 때 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동거리가 10m가량 됩니다. 버스는 17m로 좀 더 나간 뒤 섭니다.  
 
열차 급제동거리 길어 승객 충격 감소   
 타이어 마모 상태도 영향을 미쳐서 새 타이어냐 오래된 타이어냐에 따라서 시속 100㎞ 주행 시 제동거리는 47~70m가량으로 차이가 나는데요. 어쨌거나 이 정도로 급제동하면 승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안전벨트를 안 하고 있을 경우 몸이 붕 뜨거나 앞 좌석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는 등 심한 물리적 충격을 받아 숨지거나 크게 다칠 수 있다는 건데요.   
버스 전복 실험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은 인형들의 부상 정도가 심하게 나타났다. [중앙포토]

버스 전복 실험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은 인형들의 부상 정도가 심하게 나타났다. [중앙포토]

 반면 자체 무게만 400톤이 넘는 KTX는 급정거하더라도 워낙 무거운 탓에 제동거리가 최대 3㎞가 넘고 시간도 1분 10초가량 걸립니다. 브레이크를 밟은 뒤 1분여가 지난 뒤 멈춘다는 얘기인데요. 그만큼 열차 승객들로서는 급제동 자체로 인해 느끼는 변화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겁니다. 자동차처럼 좌석에서 갑자기 튕겨 나가거나 하는 일이 드물다는 의미이기도 하구요. 
열차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유사시 탈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열차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유사시 탈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또 한 가지는 탈선 및 화재 사고 때 안전벨트 착용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다. 열차는 충돌하거나 탈선할 때 승객이 열차 밖으로 튕겨 나가는 사례보다 차체가 찌그러지면서 압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건데요. 이때 안전벨트를 하고 있다면 신속하게 탈출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충돌·탈선 때 열차 내부서 압사 많아  
 이와 관련해 미국과 영국에서 실제로 열차의 안전벨트가 승객 안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실험한 적이 있는데요. 먼저 2002년 미국의 연방철도국(FRA·Federal Railroad Administration)에선 정지한 기관차에 여객 차량이 시속 48㎞로 충돌할 때 안전벨트를 착용한 인형과 착용하지 않은 인형의 부위별 부상 위험도를 분석했습니다.  
국내에선 2014년 무궁화호 열차와 관광 열차가 충돌해서 1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국내에선 2014년 무궁화호 열차와 관광 열차가 충돌해서 1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그런데 결과는 안전벨트를 착용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전반적으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두 경우 모두 상해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고, 오히려 안전벨트를 맨 경우 목 부위에 가해지는 충격이 더 컸다고 하네요. 
 
 2007년 영국 철도안전표준위원회(RSSB· Rail Safety and Standards Board)에서는 실물 크기의 모형열차를 사용해 2점식과 3점식 안전벨트를 모두 실험했는데요. 2점식 안전벨트를 착용한 경우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것에 비해 목 부상 위험이 더 크게 나왔다고 합니다.  
안전벨트 유형

안전벨트 유형

 또 3점식 안전벨트는 목과 머리 부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전반적으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경우도 부상 기준치보다 낮게 나타나서 안전벨트가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안전벨트하면 오히려 사망자 6배 증가   
 RSSB에서는 이 충돌 실험 외에도 1996년~2004년 사망자가 발생한 영국 내 중대철도 사고 6건에 대한 분석도 했는데요. 사고 시 승객이 열차 밖으로 튕겨 나가는 걸 방지하는 목적으로 안전벨트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6건의 사고에서 열차 밖으로 튕겨 나가 사망한 사람은 11명이었고, 열차 내부 손상으로 인한 사망자는 14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열차가 찌그러지고 부서지면서 유사시 승객이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 좌석이 220석이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요소를 넣어서 계산해보면 만약 모든 차량에서 모든 승객이 안전벨트를 착용했다고 가정할 경우 사망자는 무려 88명으로 늘어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합니다. 안전벨트를 했다면 열차 밖으로 튕겨 나가 숨지는 경우는 줄일 수 있겠지만 반대로 제때 탈출하지 못해 열차 내에서 압사하는 승객이 6배 이상 증가할 거란 의미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열차에는 안전벨트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어찌 보면 더 큰 피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적은 피해는 감수하겠다는 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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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유사시 단 한 명의 소중한 생명이라도 더 보호하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할 텐데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효과가 모호한 안전벨트보다는 열차 내 충격완화 설비를 보강하고, 비상탈출을 위한 구조 개선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합니다. 이런 연구와 노력이 합쳐져 보다 안전한 철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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