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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직 박차고 독립 투신 … 박상진 의사 재평가 움직임

16일 울산 송정동 박상진 의사 생가에서 증손 박중훈씨가 증조부 업적을 설명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16일 울산 송정동 박상진 의사 생가에서 증손 박중훈씨가 증조부 업적을 설명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16일 낮 12시 울산 북구 송정동 송정택지개발지구 공사 현장 입구. 좁고 구불구불한 비포장 길을 200m 정도 들어가자 왼쪽에 기와지붕이 나왔다. 울산 출신 독립운동가 박상진(1884~1921) 의사의 생가다. 1825년 지어진 목조 기와집을 울산시가 수리·복원해 2007년 공개했다. 3여 년 전만 해도 한 달 평균 3000명 정도가 찾았으나 공사로 길이 막힌 뒤로는 월 방문객이 10분의 1로 줄었다.
 
이곳에서 만난 박 의사의 증손 박중훈(63)씨는 “내년 6월 공사가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택지 조성공사가 끝나면 생가 주변은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박 의사의 서훈 등급을 올리자는 시민운동이 벌어져 주목된다. 이상헌(더불어민주당, 울산 북구) 국회의원 등은 오는 9월 2일 사단법인 ‘우리 역사 바로세우기 운동본부(가칭)’를 설립해 첫 사업으로 박 의사 서훈 등급 격상을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15일 박 의사 생가에서 열린 ‘박상진 의사 순국 97주기 추모제’에서 증손 박씨와 송철호 울산시장 등 참석자 300여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울산시도 이 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박씨는 “그동안 구걸하는 것 같아 서훈 등급 격상을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국민 30만 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전달하고, 독립운동가의 공적을 재평가할 수 있게 서훈 관련 법률인 상훈법 개정을 촉구할 계획이다. 서훈 3등급인 유관순 열사의 서훈 격상을 추진 중인 충남도와도 협력할 계획이다.
 
박 의사는 1910년대 전국 규모의 항일 비밀결사단인 광복회 초대 총사령을 지냈다. 광복회는 1915년 7월 15일(음력) 대구 달성공원에서 창설돼 친일 부호 처단, 일본 세금 탈취, 독립군 양성 같은 활동을 했다. 조선 총독 암살도 기도했다.
 
1884년 울산 북구 송정동 승지 박시규의 장남으로 태어나 경주 최부잣집 딸과 결혼한 박 의사는 1902년 상경해 국내외 정세를 배웠다. 이후 의병 신돌석, 김좌진 장군과 의형제를 맺었으며, 항일 비밀결사단인 신민회에서도 활동했다.
 
1910년 판사 시험에 합격해 평양 지원에 발령 받았지만 “독립운동가를 내 손으로 단죄할 수 없다”며 판사직을 버렸다. 그리고는 항일무장단체인 광복회를 조직했다. 이 과정에서 전답을 저당 잡혀 빌린 자금으로 곡물상회로 위장한 독립운동 기지를 만들었다. 김좌진 장군은 훗날 광복회의 만주 부사령으로 활동했다. 박 의사는 주로 국내에서 활동하다 1918년 체포돼 21년 38세 나이로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했다.
 
박 의사는 63년 건국 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이는 서훈 등급으로 따지면 대한민국장(1등급), 대통령장(2등급)에 이은 3등급에 해당한다. 1등급인 김좌진 장군과는 비교가 안 된다. 63년 등급을 정할 당시 정부 요직에 있는 친일 행위자 후손의 방해가 있었다는 증언이 있다.
 
박씨는 “독립운동 기간이 7년 이하라 3등급이 됐지만 3·1운동에 참여한 33인 민족 대표는 활동 기간이 길지 않은데도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로 2등급을 받았다”며 “등급 심사위원 중 친일 인사가 많았던 데다 기계적으로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일본이 지배하던 국내에서 활동해 독립운동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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