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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도 모르던 옆집 뒷집, 담장 허무니 ‘절친’되네요

담장이 있던 자리에 정원을 꾸민 대구 남구 대명동 주택가. [사진 대구시]

담장이 있던 자리에 정원을 꾸민 대구 남구 대명동 주택가. [사진 대구시]

대구시 남구 대명동 빨래터 뒤편에 가면 1㎞ 남짓한 골목이 나온다. 단독주택 10여 채가 늘어서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은 여느 주택가 골목과는 좀 다른 모습이다. 주택들에 담장이 없다. 담장이 있던 주택 마당은 꽃·조경석 등으로 꾸며져 있다. 담장 없이 이웃집과 맞닿은 마당들은 골목에 조성된 작은 정원처럼 느껴진다.
 
담장 허문 주택에 사는 주민 최모(65·여)씨는 “시멘트로 된 높다란 담장이 갑갑해 헐고 그 자리를 정원으로 꾸몄더니 이웃들이 ‘꽃이 참 예쁘다’ 같은 말을 걸어온다”며 “눈인사 하는 정도의 이웃에서 이젠 외출할 때 집을 봐 달라고 할 만큼 친한 ‘이웃사촌’이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웃사촌’을 만드는 대구의 담장 허물기 운동이 올해로 23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대구시는 담장 허물기 신청을 받고, 예산을 지원해 주택·학교·병원, 상업시설·종교시설 등 모두 943곳의 담장을 뜯어냈다. 길이로는 32.1㎞. 담장이 있던 자리엔 36만8260㎡ 규모의 작은 정원이 들어섰다.
 
대구의 담장 허물기 운동의 시작은 1995년이다. 대구지역 시민단체와 공공기관 등으로 구성된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의 제의에 따라 시작됐다. 보수 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열린 마음을 갖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대구 서구청 앞에 설치된 ‘담장 허물기 운동 발원지’ 조형물. [사진 대구 서구]

대구 서구청 앞에 설치된 ‘담장 허물기 운동 발원지’ 조형물. [사진 대구 서구]

대구 서구가 96년 3월 처음으로 담장을 헐었다. 그 자리에 조경석과 꽃나무로 꾸민 소공원을 만들었다. 서구가 담장 허물기 운동의 발원지가 된 배경이다. 주택 담은 98년 11월 처음 허물어졌다. 당시 시민회의 한 위원이 자신의 집 담을 먼저 뜯어내면서다. 이후 민간으로 확대됐다. 교회·아파트·병원 등이 동참했다. 2002년에 대구 담장 허물기 운동은 고교 교과서에 실렸다. 2001년 일본 오사카 대학에서 이를 연구, 일본도시계획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담장 허물기 사업이 가장 활발했던 96년부터 2012년까지 공공부문에서만 217억원의 예산으로 184곳, 17.29㎞의 담장을 없앴다. 민간에서도 479곳이 참여했다. 대구시는 담장 허물기에 동참하는 민간부문 건물에 500만원(건물 형태에 따라 변동)을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담장 허물기 운동의 효과는 컸다. 담장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웃과 인사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 등 공동체 문화가 형성됐다. 담장이 있던 자리에 꾸며지는 작은 정원은 덤이다. 주택과 달리 상업시설이나 학교 등에선 디자인적인 요소로 담장 허물기가 제 효과를 발휘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참여 주민들은 ‘살 맛이 난다’고 입을 모은다. 담장이 없으니 디자인도 예쁘고, 보기에도 갑갑하지 않다”며 “꽃이 핀 정원에 탁자를 놓고 동네 사람이 어울려 차를 마시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 담장 허물기 운동은 23년째인 지금도 꾸준하다. 진광식 대구시 자치행정국장은 “이달부터 23년차 담장 허물기 신청을 받는다”며 “6억원이란 예산을 준비한 만큼, 시민들의 많은 참여가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주민들이 대구시에 담장 허물기 신청을 하면 전문가로 구성된 담장 허물기 조경자문위원회가 심의를 해 대상을 결정한다. 올해는 34곳의 담장 허물기가 계획된 상태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이 펴낸 관련 보고서에선 ▶범죄 노출과 사생활 침해 우려 ▶건물주 비용 부담 ▶불법주차로 인한 사업 효과 반감 ▶조경 유지 관리 어려움 등이 지적됐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여러 부정적 편견과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담장 허물기 사업의 성패가 걸려 있다고 분석했다.
 
박종화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담장 허물기나 마을정원 조성처럼) 사적 도시공간의 공적 이용성 확대는 시의적절하고 재원부담이 거의 없으며 개발·이용 과정에서 시민들의 행태까지 바람직한 형태로 변화 가능하다는 점에서 ‘스마트 도시재생 전략’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했다.
 
김윤호·김정석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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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