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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폼페이오 방북 앞두고 또 제재 … 1조대 담배 밀수출 차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의 돈줄을 더 바짝 조였다. 이번엔 연간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담배 밀수가 표적이다. 핵신고와 종전선언을 맞교환하는 비핵화 빅딜을 앞두고 확실한 양보를 받기 위해 압박을 강화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북한산 담배와 담배 원료, 주류를 해외에 불법 판매한 중국 무역회사인 다롄천보국제물류(영문명 다롄 선 문 스타 인터내셔널)와 싱가포르 자회사인 신에스엠에스를 추가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이외에도 나홋카항 등 러시아 극동항구에서 북한 선적의 제재 대상 선박인 예성강 1호와 천명 1호의 정제유 불법 선적을 도와준 항만서비스 업체 프로피넷과 회사 대표 한 명도 리스트에 넣었다. 미 재무부는 이들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회피의 조력자라고 표현했다.
 
3개 제재 기업 북한과의 거래 내역

3개 제재 기업 북한과의 거래 내역

이번 제재는 북한 노동당의 현금 수입원으로 알려진 담배 밀수출을 차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롄 선 문 스타와 싱가포르 자회사가 북한산 담배와 주류를 중국·싱가포르·홍콩·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 공급하는 아시아 지역 판매 총책이기 때문이다. 신에스엠에스는 북한 남포항에서 싣고 나온 화물을 다롄에 경유시키면서 선적 서류를 위조하는 수법을 썼다.
 
연간 10억 달러 이상인 담배 밀수 수익은 2016년 북한산 석탄 수출액과 맞먹는다. 이 때문에 북한은 1990년대부터 말버러·던힐 같은 유명 브랜드로 위조된 담배를 생산해 왔고, 이에 따른 현금 수입은 정권 비자금 관리를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의 주 수입원이 됐다.
 
북한은 위조 담배 최대 생산국 중 한 곳인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주춤하자 주요 생산국으로 급부상했다. 미국 내 북한산 말버러 위조 담배 적발 건수가 2002~2005년 1300배 늘었다는 미 국무부 보고서도 있다.
 
미국의 이번 제재는 지난 3일 북한 조선무역은행 모스크바 주재원의 국제금융거래를 도와준 러시아 아그로소유즈 은행 등을 제재한 지 12일 만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약 두 달 만에 재개한 미국의 단독 제재는 모두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뒀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옥죄는 것은 이달 하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담판에서 비핵화를 진전시키겠다는 의도다. 핵무기·시설에 대한 신고뿐 아니라 핵 폐기 시간표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제재는 비핵화 선행조건으로 종전선언을 고집해 온 북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분노를 보여주는 신호”라고도 해석했다.
 
이번 추가 제재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러시아에 대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미국이 제재 위반을 감시하고 있으며 비핵화 진전이 없으면 제재 완화를 해선 안 된다”는 경고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북한의 불법 화물 운송을 도와 수입원을 제공하는 회사와 항만, 선박을 봉쇄하는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싱가포르와 러시아 기업이 대북제재 회피에 사용한 방법은 미 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추가 제재가 이어지면서 북한산 석탄을 들여온 한국 업체도 제재 대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외교 소식통은 “미 재무부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국무부가 ‘한국은 제재 이행에 충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표현한 대로 이번 석탄 조사 결과에 대해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미 정부의 금번 조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대화와 동시에 대북제재 이행이 긴요하다는 미국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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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