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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가진 아이까지 …” 방치하면 극단적 선택 부르는 산후우울증

산후우울증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비교적 쉽게 완치된다. 하지만 방치하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pixabay]

산후우울증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비교적 쉽게 완치된다. 하지만 방치하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pixabay]

“계속 울기만 하는 아이를 바라보다 던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더라고요. 내가 낳은 내 자식인데….”
 
주부 김지선(33·가명)씨는 올해 1월 둘째 아이를 출산한 뒤 심각한 산후우울증에 시달렸다. 두 아이의 육아를 도맡게 되면서다. 남편은 주말에나 함께 할 수 있었고, 친정과 시댁 모두 멀리 있어 달리 도움받을 곳이 없었다. 우울한 기분은 심한 감정 기복과 자살 충동으로 이어졌다. 김씨는 “세 살배기 큰 애가 실수를 하면 심하게 화풀이했다. ‘엄마 자격이 없다’는 죄책감과 자살 충동에 사로잡혔다”고 말했다.
 
여성 10명 중 3명은 김씨처럼 산후우울증으로 자살 충동을 경험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출산을 경험한 20~40세 기혼 여성 1300명을 대상으로 2016년 조사한 결과다. 50.7%는 산후우울증으로 아이를 거칠게 다루거나 때린 적이 있다고 답했고, 33%는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2%는 실제 자살 시도까지 이어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 국내 여성 자살 사망률은 10만명당 15명으로 남성 자살 사망률(38.4명)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런데 유독 30~34세 여성은 19.8명으로 높다. 이 연령대는 출산의 주력이다. 지난해 출산한 산모 32만3023명 중 30~34세 여성이 44.1%(14만2457명)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출산을 가장 많이 하는 나이대인 30대 초중반 여성들의 높은 자살 사망률은 산후우울증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출산·육아 스트레스,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로 대부분의 산모가 가벼운 우울 증세를 경험한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산모의 약 10%~20%가 산후우울증을 앓는다. 출산 후 4~6주 사이에 우울·불안·의욕 저하·식욕 저하·죄책감·불면 등의 증상을 보인다. 치료받지 않으면 85% 정도는 우울증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인공수정·시험관아기 등 난임 시술을 받는 여성은 더 취약하다. 매년 8만여명이다. 난임 시술받은 여성 중 86%는 정신적 고립감·우울감 경험했고, 26%는 자살 생각을 해봤다고 답했다(보건복지부 조사). 난임 우울증이 산후 우울증으로 진행된다.
 
치료만 시작하면 비교적 빨리 증상이 나아지지만 방치되는 이들이 더 많다. 지난해 출산한 산모 중 산후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받은 사람은 1%(3296)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방치하면 자살 고위험군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희대 백 교수는 “매년 3만여명의 산후우울증 환자가 새로 발생하지만 대부분 방치되고 있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산후우울증 검사를 지원하는 모자보건법이 2016년 국회를 통과했지만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손문금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내년 인천·전남·대구에 권역난임·우울증상담센터가 설립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중앙일보·안실련·자살예방협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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