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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학술대회 과학자들, 국가 R&D 사업서 아웃

국제학술대회를 주관한다는 WASET 홈페이지. 세계유명도시마다 컨퍼런스를 연다고 돼 있다. 개별 도시의 컨퍼런스에는 특정 주제가 아닌 백화점식 주제의 학술대회가 망라돼 있다. [인터넷 캡처]

국제학술대회를 주관한다는 WASET 홈페이지. 세계유명도시마다 컨퍼런스를 연다고 돼 있다. 개별 도시의 컨퍼런스에는 특정 주제가 아닌 백화점식 주제의 학술대회가 망라돼 있다. [인터넷 캡처]

“얘기를 듣고 나서 참담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관련자들은 단호하게 처벌하도록 할 것이다.”
 
한국 과학기술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가짜 국제학술대회 참가와 연구비 횡령 등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는 탓이다. 과기계는 사과성명 발표는 물론, 최대 총 700명에 달하는 연구자에 대한 조사와 징계까지 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가짜 국제학술대회에 연루된 연구자 중에는 서울대와 KAIST 등 국내 최고 대학의 교수와 학생, 과기계 대표 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국공학한림원·대한민국의학한림원 등 5개 과학기술 단체의 단체장들은 17일 오전 서울 역삼동 과총회관에 모여 ‘연구윤리 재정립을 위한 과학기술계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성명서에는 가짜 국제학술대회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의 부적절한 집행, 저명 연구자의 저서 대필,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동저자로 포함하는 일 등 최근 국내에서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는 연구윤리 이슈 전반에 대한 반성과 방지 대책 등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가짜 국제학술대회 사태란 ‘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WASET)’라는 이름의 유령 국제학술대회 단체가 전 세계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심사 과정 없이 논문을 개재해 주거나 이름뿐인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게 해 준 것을 말한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연구자 중 상당수는 형식적인 발표를 한 뒤 현지 관광과 유흥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한 탐사 전문 매체에서 처음 보도한 이 가짜 국제학술대회에는 700명에 이르는 한국 명문 대학의 교수와 학생, 정부 출연연구소 연구자들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국가 R&D 과제로 지원받은 연구비나 BK21장학금 등을 유용해 해외 출장비로 썼다. 이들 중에는 WASET가 주도한 국제학술대회에 22회나 참석한 연구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정부 출연연구소 연구자들 중 WASET에 참여한 사람은 지난 10년간 7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심사 과정 없이 논문 게재를 승인해 주는 WASET 관련 국내 연구는 38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ST는 이번 조사를 통해 허위 학술단체에 참가한 것으로 확인된 연구자에 대해 경고와 징계 등의 인사 조처를 취할 것을 해당 출연연구소에 권고할 계획이다.
 
원광연 NST 이사장은 “연구자의 허위 학술단체 참가는 명백한 연구윤리 위반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하는 출연연의 경우 그 심각성이 더욱 위중하다”며 “관련자들은 단호하게 처벌토록 소관 출연연에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16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연구자들의 부실 학술활동을 막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최근 들어 부실 학술단체를 홍보하는 e메일이 부쩍 늘었다”며 “학계에서 나온 경고가 없었기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이런 (가짜) 단체가 성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연구재단은 반복성과 고의성이 의심되는 연구자를 중심으로 징계와 연구비 회수에 나설 계획이다. 노 이사장은 이날 연구비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서은경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에 대한 감사 결과도 언급했다. 노 이사장은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재료비 부정 집행에 대해선 연구재단 차원에서 연구비를 환수하고 국가 R&D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과학기술계의 한 고위 인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발적인 자정 노력을 더해 한국 과학기술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이고, 국민을 위한 과학기술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강기헌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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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