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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선거 '신분제 논란'…교수 1명당 1표, 학생·직원 0.009표

16일 전북대 내 대학본부 전경. 오는 10월 11일 총장 선거를 앞두고 교수회가 비교원 투표 반영 비율을 17.83%로 정하자 총학생회와 공무원노조가 이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전주=김준희 기자

16일 전북대 내 대학본부 전경. 오는 10월 11일 총장 선거를 앞두고 교수회가 비교원 투표 반영 비율을 17.83%로 정하자 총학생회와 공무원노조가 이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전주=김준희 기자

"저희도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는데 교수님들만 1인당 1표를 갖고, 학생들은 0.00몇% 하는 식으로 표 비중이 떨어지는 건 부당하다고 봅니다."  
 
16일 오후 2시 전북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학교. 대학본부 앞에서 만난 성모(18·사학과 1학년)양은 "총장을 뽑는 방식이 마치 봉건시대 '카스트 제도(신분제)'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양은 "상대가 교수님들이어서 표면적으로 시위에 동참하면 불이익이 따를 것 같아 대놓고 말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의견을 가진 학생들도 있었다. 본인을 공대 3학년이라고 밝힌 고모(24)씨는 "대학이 수업만 하는 게 아니고 연구도 하고 건물도 짓는다. 최종 책임자가 총장인데 총학생회가 학생들한테 교수들과 똑같이 1인당 1표를 달라고 하는 건 억지"라며 "대학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학교에 더 오래 있고, 전문성 있는 교수들이 (총장 선거의) 중심이 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전북대 캠퍼스에 내걸린 교수회 규탄 현수막. 전주=김준희 기자전북대 캠퍼스에 내걸린 교수회 규탄 현수막. 전주=김준희 기자전북대 캠퍼스에 내걸린 교수회 규탄 현수막. 전주=김준희 기자전북대 캠퍼스에 내걸린 교수회 규탄 현수막. 전주=김준희 기자
오는 10월 11일 총장 선거를 앞두고 전북 지역 거점 국립대인 전북대가 둘로 갈라졌다. 투표 반영 비율을 놓고 교원 신분인 교수들과 비(非)교원인 학생·직원·조교 등이 내홍에 휩싸였다.
 
전북대 총장 선거는 1990년 첫 직선제 시행 이후 2014년 간선제로 바뀌었다. 당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간선제를 택한 국·공립대에 재정지원사업 가산점을 줘 간선제를 유도했다. 총장 직선제는 2010년 이후 8년 만에 부활했다.  
 
이날 찾은 전북대 캠퍼스 곳곳에는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교수 맘대로 결정하는 것이 대학 민주주의?" "교수가 원하는 대로 해야 대학 자율화?" "교수는 민주주의 선거 1인 1표, 직원은 들러리 선거" 등이다.
 
전북대 신정문 전경. 전주=김준희 기자

전북대 신정문 전경. 전주=김준희 기자

이 대학 총학생회와 직원노조, 공무원노조, 조교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민주적 총장 선출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지난 13일 대학본부 앞에 모여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 총장 선출 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수들이 기득권을 움켜쥔 채 직원과 조교, 그리고 대학의 진정한 주인인 학생들에게 기형적인 투표 방법과 제한적인 투표율을 배정해 불평등한 참정권을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
 
갈등은 전북대 교수회가 지난달 31일 전체 교수 투표를 통해 비교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17.83%로 정한 게 발단이 됐다. 직원과 학생들이 요구한 25.6%에 크게 못 미쳤다. 
 
이대로면 전북대 교수 1023명은 총장 선거에서 '1인 1표'를 행사하는 반면 재학생 2만여 명, 직원 630여 명(공무원 포함), 조교 180여 명은 약 178표를 나눠 갖는다. 액면 그대로 계산하면 학생과 직원들은 1명당 0.009표의 권리를 행사하는 꼴이다. 공대위에 따르면 전북대 교수회가 정한 비교원 투표 반영 비율 17.83%는 직선제 총장 선거를 진행한 전국 국립대 평균인 19.35%나 거점 국립대 평균인 18.69%보다 낮다.  
 
전북대 신정문 앞에 있는 이 학교 영문 로고 조형물. 전주=김준희 기자

전북대 신정문 앞에 있는 이 학교 영문 로고 조형물. 전주=김준희 기자

박진 전북대 총학생회장은 "교수회는 구성원 모두의 합의를 통해 투표 반영 비율을 정하자는 요구를 묵살했다"며 "학생들의 권리를 지키고 학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재옥 전국대학노조 전북대지부장은 "총장은 교수들만의 상징적 대표가 아니라 학사와 인사, 대외 업무를 책임지는 자리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골고루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표 반영 비율을 교수들끼리 일방적으로 정하고 통보할 거면 교수회장을 뽑지, 총장을 왜 뽑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공대위는 앞으로 총장추전위원회와 선거규정심의위원회 등 총장 선거 관련 모든 회의를 물리력으로 막을 방침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총장 선거 보이콧(거부)'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전북대 교수회 측은 "절차대로 정당하게 투표 반영 비율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정원지 전북대 교수회장은 "전체 교수의 뜻인 데다 그동안 비교원들도 중간중간에 의사 표명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결과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공무원법 제24조에 따르면 "대학 총장은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른다"고 규정돼 있다.  
 
전북대 대학본부 전경. 전주=김준희 기자

전북대 대학본부 전경. 전주=김준희 기자

정 교수는 "(비교원들이) 숫자(투표 반영 비율)에 연연하고 이를 볼모로 잡으면 총장 선거를 하지 말자는 얘기"라며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차기 선거부터 점차 교수가 아닌 구성원들이 총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폭을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북대 교수회는 이날 낮 12시쯤 전주 시내 한 식당에서 공대위를 구성한 비교원 단체 4개 대표와 만났으나,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교수회가 양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교수회 측은 "이미 결정한 비교원 투표 반영 비율은 바꿀 수 없다"고 버텼고, 공대위 측도 "총장 선거 관련 일정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맞섰다. 다만 양측은 오는 23일 다시 만나 협의하기로 해 타협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전북대 중앙도서관 전경. 전주=김준희 기자

전북대 중앙도서관 전경. 전주=김준희 기자

전북대 총장 선거는 이달 안에 선거관리위원회와 총장추천위원회가 협약(MOU)을 맺으면 오는 29일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한다. 선거운동 기간은 45일간이다. 이번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현재 총장 후보로는 이남호(목재응용학과) 현 총장을 비롯해 김동원(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김성주(의과대학)·양오봉(화학공학부)·이귀재(생명공학부)·최백렬(무역학과)·송기춘(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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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