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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칼럼] 돈만 좇는 사회는 위험하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비행기가 출발하기까지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어 인천국제공항에서 책 원고에 활용할 아이디어를 기록할 수 있는 노트와 펜을 사려고 돌아다녔다. 그런데 노트와 펜을 파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내 앞에 펼쳐진 곳은 유명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고가의 옷이나 번드르르한 핸드백을 판매하는 매장들이었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이나 손님이나 모두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이어 나는 주류 판매점과 고가의 손목시계, 향수 및 화장품, 전자기기 매장을 발견했다. 그리고 마침내 서점의 구석에 숨겨져 있는 내가 찾던 물건들을 발견했다.
 
이러한 광경은 내가 이곳에 살기 전에 들르던 공항의 모습이 아니었다. 당시에 이곳은 사치품을 소비하는 성전이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아주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서 공항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만 생각하면 이러한 상황은 전적으로 타당할 것이다. 부유한 고객이 고가의 시계나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구매함으로써 얻게 될 이득은 노트나 과일 또는 자외선 차단제를 일반인에게 판매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체적인 공항의 문화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왜곡됐다.
 
서울의 박물관에 있는 한 카페에 책을 읽으려고 들어갔을 때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잡지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부유한 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해 세련된 사진들을 실어놓은 패션 잡지였다. 그 잡지는 디자이너들이 전통 한복을 현대적으로 변형한 고가의 여성용 한복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나는 모델들이 취하고 있는 포즈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정교한 한복 드레스를 입고 호화로운 가구에 기대어 있는 여성들은 도발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극단적인 방종과 권태가 줄줄 흘렀다.
 
원래 한복의 특징은 단아함과 섬세함의 이상적인 조화에 있으며 향락이나 따분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한정된 중국인 부자 관광객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잡지를 만든 이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부유한 중국인 관광객 한 명을 설득해 이 유명 디자이너들이 만든 한복을 구매하게 할 수 있다면 서울 역사에 대한 수백 권의 책이나 전통 판소리 공연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임마누엘 칼럼 8/16

임마누엘 칼럼 8/16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부의 창출과 집중, 그리고 그에 따른 위험한 문화 왜곡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평생 보지 못했던 규모의 정치적 급진주의를 싹트게 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프랑스 혁명이나 파리 코뮌과 같이 인위적인 수단을 통해 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려고 했던 극단적 사례에서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었는가는 설명하지 않겠다. 단지 그러한 역사적 사례들에서 사용했던 극단적인 접근방식이 다음 세대에서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본래의 의도와 다른, 파괴적 측면이 강했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유교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세련된 방식으로 사회적·경제적 평등 문제를 다루고 있다. 비록 조선 왕조의 억압적인 ‘봉건적’ 계급 체제가 직면해야 하는 현실이었지만 왕실과 양반 가정에서 검소한 생활양식이 요구되었고, 18세기와 19세기에 유럽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은 방종과 낭비 행위가 자제되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공자는 불평등에 관심을 기울여야(患不均) 한다고 말했으며, 세종과 같이 공자의 사상을 추종했던 이들은 불평등 문제를 중하게 다루어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했다. 유교적 관점에서 본 기회의 균등 문제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명시되어 있다. 다음에 나와 있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그러한 부의 집중에서 비롯한 사회의 왜곡은 처음부터 근본적인 위헌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자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면 결국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져 폭력적인 대결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빈부 격차를 야기하는 원인을 없애려 하지 않고 특정 층에 지원금을 나누어주는 것은 심리적으로 건강에 좋지 않은 의존성을 부추길 뿐이다. 안정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진정한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는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그러한 과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구경영연구원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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