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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팀장

"규제 완화 덕에 짓게 된 강남 아파트 17억원부터 경매로 팝니다"

다음달부터 입주하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이 15가구를 분양한다. 아파트 분양에서 드문 경매방식으로, 최고가 금액을 써낸 사람이 낙찰받는다.

다음달부터 입주하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이 15가구를 분양한다. 아파트 분양에서 드문 경매방식으로, 최고가 금액을 써낸 사람이 낙찰받는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4차 재건축 조합 사무실 전화기에 불이 났다. 이날 아침 신문 등에 실은 ‘15가구 특별분양’ 광고 때문이었다. 
 
삼호가든4차는 2015년 10월 일반분양해 청약경쟁률 21대 1을 나타냈고 201가구 일반분양분 모두 일찍 완판했다.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아 내달 말 입주 예정으로 한창 막바지 공사 중이다. 새 간판은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이다.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무색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분양 소식에 수요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요즘 강남권 단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수억 원 저렴해 ‘로또’로 불리며 청약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당첨되기가 쉽지 않다. 전용 85㎡ 이하는 전량, 85 초과는 절반을 청약가점제로 당첨자를 가려서다. 무주택 기간이 15년 이상이고 부양가족 수는 셋 이상이어야 당첨을 기대해볼 수 있을 정도다.  
 
이 단지에도 분양 후 3년 가까이 지나도록 웃돈이 많게는 5억원 넘게 붙었다. 분양가가 14억 원대였던 전용 84㎡ 분양권이 지난 2월 18억2000여만원에 실거래됐다. 업계는 현재 시세를 20억원 이상으로 본다.
  
이 단지가 분양가대로 분양하면 분양받는 사람은 ‘대박’을 쥐는 셈이다. 분양물량이 15가구로 30가구 미만이어서 청약통장이나 청약가점제에 상관없기 때문에 누구든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이날 잔뜩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은 분양 방식을 알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드물게 최고가를 써낸 사람이 가져가는 경매방식으로 분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예정가는 분양가가 아니라 조합이 분양권 웃돈 등을 고려한 시세다. 전용 59㎡ 17억원, 84㎡ 20억원, 133㎡ 28억원 등으로 3.3㎡당 50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분양가(3.3㎡당 4000만원)보다 6억~7억원 비싼 가격이다. 현 시세로도 강남권 새 아파트는 귀한 몸이어서 낙찰가격은 더 비쌀 것으로 업계는 본다.  
 
결국 경매 논리에 따라 분양받는 것은 자금력이 좌우하게 됐다.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그런데 이번 분양물량이 어디서 나왔을까. 2가구는 조합 보유분이다. 13가구는 정부의 규제 완화 덕에 굴러온 호박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2016년 1월 장애인 복지를 위해 장애인용 승강기를 설치하는 아파트에 인센티브를 줬다. 사업자가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범위에서만 설치해 장애인용 승강기가 많이 보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용 승강기

장애인용 승강기

정부는 장애인용 승강기의 바닥 면적을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계산 때 지상건축연면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장애인용 승강기 바닥 면적만큼 집을 더 지을 수 있어 사업성이 좋아진다. 
 
사업자가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승강기를 장애인용으로 설치하는 데 드는 돈과 늘어난 가구 수를 짓는 건축비다. 장애인용 승강기라고 특별할 게 없다. 호출버튼 등 높이를 바닥에서 0.8m 이상, 1.2m 이하로 하고 승강기 앞에 1.4m×1.4m 이상의 활동공간을 확보하는 등의 설치 기준을 충족하면 된다. 대신 사업자는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고 집을 팔 수 있다. 집값이 비싼 강남에선 ‘노다지’인 셈이다.  
 
정부는 원래 2016년 1월 이후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키로 했다. 그러다 장애인 승강기 활성화를 위해 그 이전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더라도 사업계획을 변경할 수 있게 했다.    
 
13가구 늘며 조합원당 6000만원 이상 이득 
 
이 단지는 이런 규정이 생기기 전에 착공에 들어갔지만 바뀐 규정에 따라 지난 4월 사업계획을 변경했다. 장애인 승강기 설치로 가구 수가 751가구에서 764가구로 늘었다. 층수를 높여 짓다 보니 가구 증가분이 최상층을 차지하게 됐다.  
 
입찰 예정가만으로 조합은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 분양수입 280억원을 벌어들인다. 조합원당 6000여만원이다. 사업비로 내야 하는 추가 분담금이 이만큼 줄어든다. 낙찰가격이 많이 올라가면 사업비 부담은 더욱 감소한다.   
 
장애인용 승강기 설치는 뜻밖의 노다지를 캐는 셈이어서 다른 조합들도 잇따라 사업계획을 변경하고 있다. 
 
재건축 시장 한편에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으로 사업을 못 하겠다고 아우성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규제 완화의 이익을 철저하게 챙기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이 낳는다는 '황금알' 색깔이 더욱 진해졌다. 
 
때문에 일부에서 조합이 독식하는 장애인용 승강기 인센티브를 나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축 용적률 완화처럼 분양물량 증가분의 일부를 임대주택 등으로 환수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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