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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가서 쓰레기 줍는 건 봉사일까, 노동일까

기자
한익종 사진 한익종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3) 
봉사는 자기애의 발현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만이 남에게 봉사할 수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연대가 줄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데 봉사는 내가 필요한 대상을 찾아, 내 존재를 확인하게 해준다. 내 존재를 확인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봉사다. “봉사하라, 봉사하라! 오래 가려면 함께 하자”고 외치는 필자의 봉사 경험을 통해 봉사가 어렵고 거창한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보자. <편집자>
 
취미 중 하나인 요리를 이용해 봉사활동을 펼쳤던 직장생활 때의 모습. [사진 한익종]

취미 중 하나인 요리를 이용해 봉사활동을 펼쳤던 직장생활 때의 모습. [사진 한익종]

 
봉사가 놀이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겠다. 봉사도 놀이다. 아니 놀이처럼 봉사해야 보람도 느끼고 오래갈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가 좋아하는 일은 오래 하게 되고, 즐기는 일에서는 행복을 느낀다.
 
공자의 말씀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낙지자’가 봉사에도 적용된다. 봉사를 흔히 힘들고 어려운 일, 특별한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여기는 이유는 자신이 즐길 수 없는 영역이라고 여기기 때문 아닐까?
 
한때는 나도 봉사를 성인급의 사람들이 하는 일인 줄 알았다. 목숨을 바쳐가며, 원수를 이웃과 같이 사랑하는 예수의 희생과 봉사, 광야를 헤매며 번뇌와 해탈을 통해 자비를 전파한 부처의 자기희생, 슈바이처, 나이팅게일, 테레사 수녀, 수많은 성스러운 사람들의 희생과 봉사….
 
‘에이~ 그걸 힘들어서 어떻게 해? 난 그런 재주도 없고 돈도 없어.’ 그런 마음이 봉사에 대한 내 생각이었다.
 
취미로 시작한 봉사, 직업으로 발전
걷기 후 '1m당 1원'의 기금을 모아 푸르메재단에 전달하는 모습. [사진 한익종]

걷기 후 '1m당 1원'의 기금을 모아 푸르메재단에 전달하는 모습. [사진 한익종]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걸음으로 봉사의 영역을 만들어냈다. 오래전 집과 사무실 사이를 걸어서 출퇴근하며 버스비를 아껴, 아내와 여행에서 용돈으로 써야겠다고 만든 마시멜로 박스가 집과 사무실을 통합한 오피스텔로 이사하면서 용도폐기 됐다.
 
푸르메재단과 인연을 맺으며 모은 돈을 기부하면서 걷기를 통한 봉사를 마무리하려 했는데 왠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든 나만의 성금 모금 방법이 ‘1m당 1원’을 적립하는 일이었다.
 
그 이후 푸르메재단 측에서 매우 좋은 일이니 혼자만 하지 말고 푸르메재단의 기부회원을 위해 함께 했으면 어떠냐고 권고해 탄생한 것이 오늘날 걷기모임인 ‘한걸음의 사랑’이다. 벌써 발족한 지 3년이 돼 간다. 좋아하지 않은 일이었으면 시작도 못 했을뿐더러 시작은 했겠지만, 중도에 그만뒀을 일이다.
 
좋아하는 일을 봉사 프로그램화한 역사는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옛 직장생활 중 회사에서는 부서별 봉사활동을 의무화했는데 그 당시 내 부서에서는 노인재가시설을 방문해 노력 봉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봉사활동을 다녀온 날이면 여직원들이 매우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닌가.
 
이유를 알아보니 억지로 하는 봉사활동이기 때문이었다. 그 경험을 토대로 개인의 취미와 여건을 고려한 봉사 프로그램, 자신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여러 개 만들었다. 그중에서 개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봉사활동을 하도록 한 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방송일을 하는 직원은 전국 중·고교 방송반 지원 활동을 하게 한다든지, 등산반의 산에서 가진 쓰레기 수거 활동을 봉사로 인정한다든지, 사진을 잘 찍는 직원이 노인 영정사진 찍어주는 걸 봉사로 인정한다든지 했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봉사활동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을 뿐 아니라 봉사의 질도 향상돼 그를 인정받아 그룹 봉사 대상 연속 2회 우수부서로 선정된 바 있다.
 
봉사를 놀이로 만들어 보자
직원들과 함께 한 고궁 잡초 제거 작업 모습. [사진 한익종]

직원들과 함께 한 고궁 잡초 제거 작업 모습. [사진 한익종]

 
우리는 누구나가 봉사하고 있다. 일생을 살며 봉사 한번 안 해 본 사람은 없다.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것도 엄밀한 의미에선 사회에 대한 봉사이다.
 
그런데 왜 봉사를 지속해서, 의도적으로 하지 못할까? 그것은 봉사를 힘들고,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 거기다가 재미없는 일이라는 의식이 앞서기 때문 아닐까? 봉사를 놀이로 여겨보자. 좋아하면 오래 하게 되고, 즐기면 자주하게 되고, 봉사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진다. 당연한 결과 아닌가? 봉사를 놀이로 만들면 어떨까?
 
‘에이, 봉사는 봉사지 무슨 놀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산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 등산한 후, 하산할 때 산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서 내려오는 일을 봉사로 정한다면 이것이 노동일까, 봉사일까? 기타를 즐겨 치는 사람이 짬을 내 노인단체에 가서 작은 음악회를 열어드리는 것이 봉사라면 이게 과연 고역일까?
 
일전에 공원에 갔더니 가족 단위의 단체가 정원을 꾸미고 있었다. 자녀들의 표정이 매우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이들은 아마 그날의 일을 고된 노동이라 생각하지 않고 즐거운 놀이로 기억할 게 분명하다.
 
여가가 봉사요, 봉사가 여가인 생활. 이거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 먹는 일 아니겠는가? 한 달에 한 번 하는 걷기봉사회원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다. “여러분은 걸음으로써 관광도 하고, 건강도 챙기고, 환경도 보호하고, 봉사도 하니 일석 4조 아니냐”고.
 
나만의 취미로 놀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봉사라는 놀이를.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immagic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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