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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민족정기 유린 현장, 고양 서삼릉 ‘태실(胎室)’을 아시나요

일제에 의한 민족정기 유린의 현장인 고양 서삼릉 내 ‘태실'. 전익진 기자

일제에 의한 민족정기 유린의 현장인 고양 서삼릉 내 ‘태실'. 전익진 기자

 
일제에 의한 민족정기 유린의 현장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서삼릉(사적 제200호) 내 태실(胎室). 왕족의 태를 항아리에 담아 보관했던 집장지였던 곳이다. 태실에는 조선 시대 왕의 태실비(胎室碑) 22위와 왕자, 공주의 태실비 32위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태실비에는 주인공과 건립 시기, 원래 위치 등이 기록돼 있다.  

조선 왕족 태 항아리 서양 공동묘지처럼 보관
비공개 구역으로 지정된 채 태실비만 남아
15일 광복절 오전 10시 역사 답사 행사
최근 재현된 태 항아리 사진전도 열려

 
김득환(60) 서삼릉태실연구소 소장은 “전국 각지 명산에 조성됐던 태실은 조선왕실에서 관리를 임명, 엄격히 보관해왔는데 1928년 조선총독부가 민족정기 말살을 위해 이곳으로 모아 서양식 공동묘지처럼 만들어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태실이 파괴될 염려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흩어져 보관돼 있던 왕과 왕손의 태실 54위를 파내 이곳에 옮겨와 서삼릉 태실을 조성했다고 김 소장은 설명했다. 일제는 당시 화강석 재질의 관으로 태 항아리를 보관하던 우리의 전통적 조성방식인 태함(胎函)을 파헤쳐 시멘트 관으로 바꾸고, 태실 주변에 날 일자(日)형으로 담을 둘러 민족정기를 말살하려 했다.
일제에 의한 민족정기 유린의 현장인 고양 서삼릉 내 ‘태실'. 전익진 기자

일제에 의한 민족정기 유린의 현장인 고양 서삼릉 내 ‘태실'. 전익진 기자

서삼릉 태실 중앙 블록이 철거되기 이전 모습. ‘일’(日) 자 형태의 블록 담장은 일제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서삼릉 태실 중앙 블록이 철거되기 이전 모습. ‘일’(日) 자 형태의 블록 담장은 일제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그나마 1996년 문화재연구소가 철제 담을 없애는 등 왜색이 짙은 태실을 정비했지만, 아직 태실의 규모나 내부시설 등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당시 발굴된 태 항아리 등은 현재 국립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김 소장은 “조선 후기까지 전국 130여 곳에 태실이 있었지만 원 상태로 보존된 태실은 현재 전국 10여 곳 정도”라며 “장기적으로는 국가 차원에서 태실에 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쳐 태실을 원래 조성된 곳에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삼릉은 대표적인 조선 왕릉 가운데 하나다. 예릉(철종과 왕비 능)과 희릉(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윤씨 능), 효릉(인종과 왕비 능) 등이 있다. 능 주위 곳곳에는 붉은색 껍질의 아름드리 ‘적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에 걸맞게 광활한 잔디 구릉지 위에 자리한 왕릉 모습은 위엄이 느껴진다.
서삼릉 태실의 철문도 왜색이 짙은 구조물이었다.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서삼릉 태실의 철문도 왜색이 짙은 구조물이었다.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김득환 서삼릉태실연구소 소장이 서삼릉 태실에서 최근 자신이 재현 제작한 태 항아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전익진 기자

김득환 서삼릉태실연구소 소장이 서삼릉 태실에서 최근 자신이 재현 제작한 태 항아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전익진 기자

서삼릉태실연구소가 최근 재현 제작한 서삼릉에서 출토된 태조, 세종, 세조, 성종, 예종, 인종, 선조, 경종 등 조선 왕의 태 항아리 31개.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서삼릉태실연구소가 최근 재현 제작한 서삼릉에서 출토된 태조, 세종, 세조, 성종, 예종, 인종, 선조, 경종 등 조선 왕의 태 항아리 31개.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73회 광복절을 맞아 오는 15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서삼릉 비공개 구역인 태실에 대한 역사답사 행사가 열린다. 이곳에서는 태 항아리 사진전도 열린다. 서삼릉태실연구소는 이날 서삼릉 태실 일대에서 ‘태실 등 서삼릉 비공개 구역 역사 답사 및 태 항아리 사진전’을 마련한다. 이날 태실·왕자와 공주의 묘, 귀인의 묘, 연산군 생모 폐비 윤씨의 묘 등 서삼릉 능역의 비공개 구역에 대한 답사도 이뤄진다.
 
김 소장은 서삼릉에서 출토된 태조, 세종, 세조, 성종, 예종, 인종, 선조, 경종 등 조선 왕의 태 항아리 31개를 최근 재현 제작했다. 앞서 1996년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서삼릉 태실에 대한 발굴 조사에서 조선 역대 임금 18명의 태 항아리를 발굴했다. 그는 “고양문화원과 서삼릉태실연구소가 광주왕실도예조합에 의뢰해 발굴된 태 항아리를 실물 그대로 재현 제작했다”며 “일제에 의해 희생된 우리 역사의 한 자락을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태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길 희망하는 의미에서 태 항아리를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서삼릉태실연구소를 방문하면 재현 제작된 태 항아리를 관람할 수 있다.
오는 15일 광복절을 맞아 역사 답사 행사가 이뤄지는 태실 등 서삼릉 비공개 구역. 박춘환 기자

오는 15일 광복절을 맞아 역사 답사 행사가 이뤄지는 태실 등 서삼릉 비공개 구역. 박춘환 기자

 
김득환 소장은 “서삼릉 태실은 일제강점기에 이뤄진 역사 파괴의 현장인 만큼 역사교육현장으로 활용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교육을 위해서도 태실이 복원돼 일반에 상시 개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공공기관이 위치해 훼손된 세계문화유산인 서삼릉 일대의 복원이 절실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는 역사 관계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참가비는 없다. 문의 및 참가 신청은 서삼릉태실연구소(031-965-3339)로 하면 된다.  
 
고양=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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