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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인식, 드론보다 중요한 것 있다" 쿠팡이 상상하는 로켓배송 다음 기술은

 쿠팡은 아마존과 자주 비교되는 회사다. 한국 e커머스 시장에서 처음으로 아마존과 같은 직매입 방식을 도입했다. 물건을 파는 상인을 소비자와 연결만 해주는 게 아니라, 물건을 직접 사들여 자체 물류 창고에 쌓고 배송을 한다는 얘기다. 주문 다음날 물건이 도착하는 ‘로켓 배송’은 이틀 안에 상품을 배송하는 ‘아마존 프라임’과 유사하다.  
 
 실적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는 점도 비슷하다. 쿠팡은 지난해에만 6388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동시에 매출액은 전년 대비 40% 성장시키며 매출액 기준으로 e커머스 1위, 거래액 기준으로 3위를 굳건히 했다. 아마존 역시 1994년 창업 이후 8년 동안 적자의 늪을 벗어난 적이 없다. “당장 적자를 보더라도 고객 을 붙잡아놓으면 실적은 회복되게 마련”이라는 게 제프 베조스의 철학이다. 쿠팡 역시 실적이 발표될 때 마다 “계획된 적자다. 과감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쿠팡도 실적 부담을 딛고 언젠가 아마존처럼 성장할 수 있을까. 커머스 업계는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 공할 수 있는 기술력 확보, 이를 위한 인수합병(M&A) 및 인재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정상엽 쿠팡 투자개발실장이 서울 잠실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쿠팡

정상엽 쿠팡 투자개발실장이 서울 잠실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쿠팡

 국내 커머스 업계에서 가장 과감한 실험을 벌이고 있는 쿠팡의 속내를, 정상엽 투자개발실장에게 직접 들었다. 네이버와 벤처캐피털 캡스톤파트너스 출신의 정 실장은 2015년 쿠팡에 합류한 이래 이 회사의 M&A 및 기업 투자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30일 서울 위워크 여의도점에서 열리는 컨퍼런스 <누가 커머스를 바꾸는가>에서 연사로 선다. 다음은 일문일답.
  
쿠팡의 실적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역량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걱정하시는 것보다 잘 헤쳐나가고 있다. 언론 걱정과 달리 내부 사정을 아는 투자자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좀더 쿠팡이 하는 일을 많이 알려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의 아마존'이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고, 실제로 행보도 유사한 것 같다.
특정 회사를 벤치마킹하는 건 아니지만 고객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커머스 시장은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제프 베조스도 얘기했듯이 10년 뒤에도 바뀌지 않을 가치는 세 가지다. 셀렉션(Selection, 선택 가능한 제품 의 수), 프라이싱(Pricingᆞ가격책정), 컨비니언스(Convenienceᆞ편의)다. 쿠팡 역시 이 SPC에 집중한다. 고객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더 저렴한 가격, 더 많은 선택지, 더 편리한 서비스를 유통 업체에 원할 것이다. 쿠팡이 하는 모든 일은 멀리서 보면 이 세 가지 중 무언가를 향상시키기 위한 활동이다.
 
예를 들어 어떤 노력을 하는 건가.
이를테면 시스템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전한 것도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한 투자다. 접속자가 몰려도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다른 이커머스 기업은 부분적으로 전환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쿠팡은 거의 모든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겼다. 세계적으로 넷플릭스 정도만 클라우드 전환율이 쿠팡과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우리는 이 전환을 1년 만에 끝냈다. 기술적인 기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쿠팡의 역량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클라우드는 어려워 고객들에게 쉽게 와 닿지 않을 것 같다. 다른 노력은 어떤 게 있을까.
취급 품목(selection) 숫자를 보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는지 감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쿠팡이 로켓배송(직매입)으로 판매하는 품목이 300만 개가 넘는다. 보통 오프라인 마트가 취급하는 품목이 3만 개 수준이다. 마트 취급 품목의 100배인 거다. 취급 품목 단위에 0이 하나 더 붙을수록 이를 관리하는 시 스템은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해진다. 300만개의 제품을 일일이 구분하고 추적하고, 꺼낸 뒤 다음날 바로 배송하는 일을 하는 거다. 300만 품목은 아직 자랑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갈길이 멀다.
정상엽 쿠팡 투자개발실장이 서울 잠실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쿠팡

정상엽 쿠팡 투자개발실장이 서울 잠실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쿠팡

 
일정 수준 이상의 셀렉션이 고객에 의미가 있을까.
흔히 그런 말씀을 하신다. ‘샴푸가 100가지나 있을 필요가 있느냐. 고객들이 진짜 원하는 샴푸는 몇 개로 좁혀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고객의 취향은 진짜 다양한데, 진열대에 한계가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몇 개의 제품밖에 제공하지 않았던 거다. 100가지 제품이 있으면 거기에 맞는 100개의 취향이 존재한다. 요즘 고객들은 다수의 취향을 따라가기보다 개인의 취향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 300만 개의 품목에는 그런 철학이 담겨있다.
  
그렇게 많은 물건을 관리하는 물류센터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우리 물류 센터는 모든 게 뒤섞여 있다. 보통의 물류 센터에선 통조림ᆞ유제품 같이 구역을 나눠 제품을 보관하는데, 우리는 참치캔과 기저귀, 장난감과 커피믹스가 함께 놓여있는 식이다. 창고가 작으면 카테고리별로 고정된 자리에 물건을 놓는 게 효율적이다. 그런데 우리 물류센터는 축구장보다 몇 배 씩 크다. 이 정도 규모에선 구역을 찾아다니기가 불편하다. 정확한 물건의 위치를 기록해 놨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가까운 제품의 위치를 파악해 작업자에게 최적의 동선을 알려준다. 그게 우리가 보유한 기술이다.
  
글로벌 커머스 업계가 음성인식이나 드론 같은 미래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데 쿠팡은 어떤가.  
우선 순위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있다. 음성인식이나 드론은 소비자가 보기엔 엄청난 기술로 보이겠지만, 우리는 더 중요한 기술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음성인식 스피커를 물리적으로 설계하는 건 보편화된 기술이다. 오히려 ‘무슨 제품을 추천해줘’ 라고 음성으로 말했을 때 제대로 된 상품을 추천해줄 수 있는 검색 알고리즘을 확보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또 그를 위해선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고, 그 상품을 취급할 기술을 갖추느냐라고 생각한다. 다시 셀렉션과 컨비니언스로 돌아가는 거다.
 
그럼 쿠팡이 집중하고 있는 기술은 뭔가.
숫자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쿠팡엔 정말 엔지니어, 특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많다. 쿠팡 앱만 봐서는 그 뒤에 얼마나 많은 개발자들이 달라붙어있는지 상상하지 못한다. 우리는 앱 구동 시간을 밀리세컨드 단위로 잰다. 조금만 느려져도 경영진 전체가 들썩인다. 그만큼 편의성에 집중하고 있다. 로켓페이가 클릭 한두번에 끝나는 것도 기술 덕분이다. 이런 것이 우리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술이다.
 
로켓배송을 둘러싼 기술력도 궁금하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어느 정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150만 건에 이르는 직접 배송이 이뤄진다. 난이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주문이 24시간 고르게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시간에, 특히 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하루 주문의 상당수가 몰린다. 이렇게 단기간에 주문이 몰려도 11시 59분에 주문을 받으면 불과 9시간에서 10시간 만에 배송까지 끝난다. 예를 들어 고객이 라면도 시키고, 아령도 시키고, 낚싯대도 시켰을 때 우리가 이것들을 어떻게 포장해서 9시간 만에 집까지 배송하는지, 그 사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가 알려지면 쿠팡이 지닌 기술력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거라 생각한다.
쿠팡의 배송 트럭 이미지. 쿠팡은 국내 최초로 익일 배송 시스템 로켓배송을 도입했다. 사진 쿠팡

쿠팡의 배송 트럭 이미지. 쿠팡은 국내 최초로 익일 배송 시스템 로켓배송을 도입했다. 사진 쿠팡

 
M&A를 총괄하고 있는데 M&A가 자주 발표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인수를 하더라도 발표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기업의 전략 내지 특정 기능을 서포트하기 위한 인수 합병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인수를 발표한 ‘떠나요’의 경우, 펜션 관리 시스템을 만든 회사다. 이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우리는 국내 전체 펜션의 절반 이상에 대해 실시간 예약 판매를 진행하고 관련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물류 등에 투자하는 것을 감안하면 M&A도 더 공격적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회사들을 눈여겨 본다. 이런 관점에서 오랜 기간 지켜봐왔던 회사들이 있으며 함께 했을 때 시너지가 날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 검토하고 있다.
 
쿠팡이 과감한 투자를 하지만, 한국 시장이 작고 경쟁이 너무 치열해 승산이 있겠느냐는 시선도 있다.  
우리가 늘 하는 얘긴데, 미국 내 인구수 상위 25개 도시와 국내 상위 25개 도시를 비교해 보면 국내 인구가 더 많다. e커머스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도시화나 인구밀도가 중요하다. 한국은 IT와 교통 인프라 면에서도 상당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쿠팡이 성장할 가능성은 아직도 충분하다고 본다. 쿠팡이 ‘아직 1회 초’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로켓배송을 둘러싼 쿠팡의 기술력, 쿠팡이 그리는 미래 등은 컨퍼런스 <누가 커머스를 바꾸는가>에서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다. 30일 서울 여의도동 위워크 여의도점에서 열리는 이 컨퍼런스에는 정상엽 실장 외에 아마존 코리아와 이마트ᆞ지그재그ᆞ부릉 등 국내외 커머스 업계 관계자와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 표,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 등 아마존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입장권은 지식콘텐츠 플랫폼 폴인 사이트 (folin.co)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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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 에디터 kim.da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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