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대학생 5인의 솔직 토크 “‘헬조선’에서 그나마 가망 있는 건 창업”

UNIST 스타트업 캠프 따라가보니
UNIST 스타트업 캠프에 참가한 한 대학생이 울산 안전보건공단에서 가상현실을 이용한 위험 요소 간접 체험을 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UNIST 스타트업 캠프에 참가한 한 대학생이 울산 안전보건공단에서 가상현실을 이용한 위험 요소 간접 체험을 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으악!”
지난 7일 오후 2시 울산 중구 안전보건공단 1층 VR(가상현실) 체험실. 한 대학생이 VR을 이용한 공사장 위험 체험을 하다 바닥이 기울어지자 소리를 질렀다. 이날 이 학생을 포함한 전국 15개 대학의 48명 학생이 울산 십리대밭, 울산항만공사, 현대자동차 공장, SKC 울산공장 등에서 현장 체험을 했다. 6~9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열린 ‘스타트업 썸머 캠프: 씈’ 프로그램의 한 과정이다. 
 
캠프 주제는 ‘아이디어에 기업현장을 더하면?’이다. 안전·보안, 문화·관광, 조선·해양, 신소재·에너지, 자동차 등 5개 주제로 현장 체험과 멘토링이 이뤄졌다. 안전보건공단을 방문한 11명 학생은 IoT(사물인터넷) 재난조명 기업인 선진ERS 강해일 대표의 멘토링을 받았다.
스타트업 캠프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벤처기업 선진ERS 강해일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최은경 기자

스타트업 캠프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벤처기업 선진ERS 강해일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최은경 기자

같은 날 오후 7시 UNIST의 창업공간인 유니스파크에서 10개 조로 나뉜 학생들이 아이디어 회의에 한창이었다. 각 주제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BM)을 개발해 9일 경진대회에서 발표하기 위해서다. 안전·보안 조는 여성 안전을 위한 도어락과 전자기파를 이용한 몰래카메라 무력화 아이디어를 두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문화·관광을 주제로 한 또 다른 조는 ‘나이트 레이스 인 부산’ 같은 젊은 관광객을 끌기 위한 울산의 관광상품을 개발하기로 하고 참가비를 산출하고 있었다. 9일 우승은 비어 있는 주차공간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실시간 최단거리 주차 서비스’가 차지했다. 
 
대학생들은 4일 동안 진지하게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이들이 왜 창업 캠프를 찾는지 7일 참가자 5인과 솔직한 ‘취업 방담’을 나눴다. 
창업 방담에 참여한 대학생들. (왼쪽부터) 대학생 하보람, 정하빈, 노민호, 김지아, 김재욱씨. 최은경 기자

창업 방담에 참여한 대학생들. (왼쪽부터) 대학생 하보람, 정하빈, 노민호, 김지아, 김재욱씨. 최은경 기자

“취업 vs 창업? 선택의 문제 아냐”
 
캠프에 참가한 이유는.
하보람(25, 광주대 경영학과): 기존 창업 동아리가 깨져 창업 파트너를 구하러 왔다. 
김지아(20, UNIST 화학공학부): 여름 방학 때 배운 메이크업 기술로 돈을 벌어보고 싶어서. 반영구 시술 약품 유통업을 해볼 생각이다. 
김재욱(20, UNIST 기초과정부): 내가 정말 창업하고 싶은 게 맞는지 알아보려고. 
정하빈(22,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친구 따라 지원했다(웃음). BM 분석을 몇 번 해본 적 있는데 학교를 벗어나 현장에서 실무 얘기를 듣고 싶었다. 
노민호(27, 창원대 경영학과):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월급만으론 불안정할 것 같아 창업 지식을 얻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려고 왔다.
 
모두 창업 계획이 있나.
정하빈: 있다. 내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면 기쁠 것 같다. 
김재욱: 내 마음대로 일할 수 있고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업하려 한다. 
하보람: 취업해도 퇴직하면 한 번쯤 창업할 건데 닥쳐서 하기보다 지금 경험해보는 게 낫다. 
김지아: 취업과 창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취업해도 창업할 수 있고, 창업했다가 더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취업할 수도 있다. 
UNIST 스타트업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울산의 관광 상품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UNIST 스타트업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울산의 관광 상품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취업이 힘들어 창업에 눈 돌리는 건가.
김재욱: 그런 면도 있지만 더 나은 나,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라는 이유가 더 크다. 창업하고 유지하는 일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안다. 
김지아: 부모님 세대는 먹고 사는 것과 나라 발전이 중요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나라가 성장했다. 굳이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돈 벌기보다 일과 취미를 합쳐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모두 공무원·공기업을 부러워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틀에 짜인 업무가 스트레스일 수 있다. 취업이 어떤 일을 찾아가는 거라면 창업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 하는 것이다.
 
“취업해도 퇴직하면 어차피 창업”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나.
노민호: 부모님께 이제 정년까지 회사 다니고 퇴직금 받아 사는, 한 직장에서 버티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걱정하셔서 우선 취업하고 창업을 생각하겠다고 했다. 
하보람: 공무원인 아버지는 ‘무슨 창업이냐. 밥은 먹고 살겠느냐. 취업이나 해라’고 하신다. 근데 취업이 힘들어 젊은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니 희망이 없다고 하지 않나. 원하는 곳에 취업할 가망이 거의 없다. 그나마 가능성 있는 게 창업 아니냐. 
스타트업 캠프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창업에 관한 생각을 나누고 있다. 최은경 기자

스타트업 캠프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창업에 관한 생각을 나누고 있다. 최은경 기자

창업을 준비하면서 아쉬운 점은.
김재욱: 공기업에서 창업 대회를 많이 열면 좋겠다. 
김지아: 기업·공기업의 사내 벤처가 더 늘어나길 바란다. 한국에서는 혼자 창업해서 잘 안되면 망하는 거니까. 또 사내 창업을 해도 내 아이디어를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탄탄하면 좋겠다. 
하보람: 팀원을 구하기 어렵다. 팀원을 만날 수 있는 매칭 프로그램이 많으면 좋겠다. 
정하빈: 창업 지원이 다방면으로 늘었지만 서로 다른 지역에 떨어져 있는 예비 창업자들이 서로 만나려면 제약이 있다. 숙박비가 부담돼 카페에서 24시간 회의하기도 한다. 주거시설, 회의공간 대여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 각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외지에 있는 곳이 많고 그마저도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 
노민호: 맞다.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진주·창원에 있는데 찾기 어렵다. 간판도 잘 안 보인다. 학원은 번화가에 있으면서 왜 창업공간은 외지에 있나.
 
지역 대학생이라 불편한 점이 많나.
노민호: 아무래도 수도권보다 뒤처지는 느낌이다. 지역에서는 없는 걸 끄집어내 찾아야 한달까. 
김재욱: 정보통신(IT) 분야 회사는 서울 역삼동, 경기도 판교에 몰려 있다. 창업 인프라, 정보 교환 등에서 확실히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번 캠프 목표는 안전·보안, 문화·관광, 조선·해양, 신소재·에너지, 자동차 등 5개 주제에 맞게 아이디어와 현장을 더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최은경 기자

이번 캠프 목표는 안전·보안, 문화·관광, 조선·해양, 신소재·에너지, 자동차 등 5개 주제에 맞게 아이디어와 현장을 더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최은경 기자

“학원은 번화가에 있는데 창업공간은 왜…”
 
오히려 강점인 부분은 없나.
김재욱: 낮에 울산항만공사에 현장 체험을 다녀왔다. 액체 화물 처리량 세계 4위라더라. 지역 특색에 맞는 창업을 하면 오히려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보람: 수도권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여러 기업이 생기면 경쟁상대가 많아지는 거다. 광주는 경쟁자가 별로 없어 내가 주인공이 될 기회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웃음). 
 
취업·창업 외에 관심사는 뭔가.
노민호: 여행, 맛집 탐방 같은 일상에서 추억을 쌓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정하빈: 악기 연주, 전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공부. 
김재욱: 고등학생 때까지는 입시가 전부였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가장 관심이 많다. 그리고 연애? 
김지아: 나를 아는 것. 
노민호: 중·고등학생 때 나를 탐색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 아쉽다.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대학생들. 전국 15개 대학에서 48명이 모였다. 최은경 기자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대학생들. 전국 15개 대학에서 48명이 모였다. 최은경 기자

“요즘 관심사는 나를 아는 것”
 
요즘 가장 힘든 것은.
노민호: 열심히 학점·자격증을 따다가도 허한 느낌이 든다. 답답하고 우울하다. 나도 개성·꿈이 있는데. 
하보람: 미래에 대한 두려움. 대학 4학년은 군대 전역 하루 전날 같은 느낌이다. 
김지아: 돈. 하고 싶은 거 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막상 시간이 없어 하고 싶은 걸 못한다. 
김재욱: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것. 이것저것 해보다가 문득 ‘현타(현실 자각 시간)’가 온다.  
정하빈: 친구들이 앞서 나가는 것을 보면 불안함을 느낀다. 나도 내 길을 가고 있는데 안주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 
 
어떻게 극복하나.
하보람: 여행을 간다. 모험 하다 보면 성취감을 느낀다.   
김재욱: 부모님과 대화하면 위로받고 쌓인 것이 없어진다. 
 
현재 가장 중요한 가치는.
노민호: 도전.
김재욱: 재미.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