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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건지면 푸틴 특사 온다 속여”

신일골드코인

신일골드코인

“보물선을 인양해 위령제를 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특사도 오고, 방탄소년단이랑 조용필을 불러 공연도 한다고 했어요. 배를 끌어올리기만 하면 러시아에서 배와 유골을 비싸게 사줄 것이라고도 했지요. 지나고 보니 다 거짓말이었는데….”
 

신일골드코인 투자자 8명 만나보니
보습학원장·신문보급소장·주부 …
“환불해 줄 것”“상장만 되면” 기대도
전문가 "투자자 보호 지침 마련해야”

경찰과 금융당국이 드미트리 돈스코이호 관련 주가 조작과 암호화폐(신일골드코인)를 통한 사기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신일골드코인에 투자를 한 투자자 8명이 중앙일보에 입을 열었다. 그들은 작은 보습학원을 운영하고, 신문보급소를 하고, 자영업을 하는 평범한 소시민이었다. 목회자도 있었다. 그들은 왜, 실체가 불분명한 보물선과 암호화폐를 믿고 수백만원의 돈을 선뜻 건넸을까.
 
투자자들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신일그룹도 금수저로의 탈출을 갈구하는 서민의 심리를 제대로 짚었다. 정모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선배 권유로 200만원을 투자했는데, 만에 하나 배를 인양해 보물이 나오면 수백 배를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했다”고 말했다. 50대인 김모씨는 “처음엔 코인을 무료로 100개 나눠주고, 이후 1개당 30원에서 100원에 판매했다”며 “신규 회원을 모아오면 공짜로 코인을 1인당 50~100개씩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일그룹 고위 간부가 한 포럼에서 정부 인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이용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에게 배포된 이 사진은 신일의 사업을 정부가 후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200만원을 투자했다는 이모씨는 “코인이 상장되면 100배 이상 가치가 뛸 것이라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했지만 그 사진을 보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신문보급소를 운영하는 김모씨 역시 “정부 인사와 찍은 사진을 공개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보낼 대범한 사기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목사 이모씨는 “세월호도 인양하는 세상이 됐으니 돈스코이호를 인양할 기술력은 충분하다는 말을 믿었다”고 했다. 신일측은 “깊은 곳에 빠진 배일수록 가치가 높아서 배만 건지면 배 자체나 배 안의 러시아 군인 유골 등을 러시아에 돈 받고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투자자 중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가정주부 이모씨는 “회사(신일그룹)에서 환불해준다고 하는데 왜 언론이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일이 좋게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양모씨는 “주식으로 치면 공모주를 받은 셈이라 일단 코인이 상장될 때까지 기다려 볼 것”이라고 했다.
 
정부에 대한 성토도 빠지지 않았다. 백모씨는 “신일그룹이 8개월 전부터 코인 모집을 해왔고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코인을 계속 팔았다. 정부가 그동안 낮잠을 자면서 책임을 회피하느라 사태를 키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건이 사기극으로 결론 나면 이들은 구제받을 수 있을까. 법규 미비 때문에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가조작은 피해 확인 시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손해배상청구 등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지만, 암호화폐는 관련법이나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배상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유사 사건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내에서 모든 ICO(암호화폐공개)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 해외에 회사를 차려 ICO를 하고 국내에 팔면 막을 방법이 없다. 신일골드코인 사례처럼 몇 달씩 홈페이지에 통해 투자자를 모아도 이를 즉각 단속하거나 차단하기도 어렵다. 이에 대해 한 암호화폐거래소 관계자는 “법 제정에 시간이 걸린다면, 불법 암호화폐 유통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 가이드라인이라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연·정용환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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