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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안한다" 동거인 살해…빗물에 드러날라, 시신 두번 유기

황인택 군산경찰서 형사과장이 13일 전북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원룸 여성 살해·암매장 사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황인택 군산경찰서 형사과장이 13일 전북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원룸 여성 살해·암매장 사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빗물에 흙이 쓸려 시신 묻은 곳이 드러날까봐 다시 옮겼다."
 

전북 군산경찰서, 20대 남녀 5명 구속
노래방 도우미·웨이터…함께 살다 참극

원룸에 함께 살던 20대 여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두 번 암매장한 A씨(23) 등 남녀 5명은 경찰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숨진 B씨(23·여)의 부모는 사건 전후로 경찰에 가출 신고를 하며 애타게 딸을 찾았지만, 딸은 끝내 객지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됐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14일 "원룸에 같이 살던 B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살인·사체유기·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A씨 등 20대 남녀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5월 12일 오전 9시쯤 군산시 소룡동 한 원룸에서 B씨를 손과 발로 5~10분간 수차례 때려 살해하고 시신을 야산에 묻은 혐의다.  
 
살인이 일어난 원룸은 방 2개, 거실 1개인 '투룸' 구조다. 경찰 조사 결과 폭행과 살인은 동갑내기 남성인 A씨와 C씨만 가담했다. A씨의 여자 친구 D씨(23·여)도 범행 현장인 작은방에 같이 있었지만, 폭행을 말리지 않았다. 사건 당시 원룸의 실제 임차인인 E씨(26)와 F씨(여·23) 부부는 안방에서 자고 있었다. 6명 중 유일하게 다른 곳에 살던 C씨는 E씨의 친한 후배로 특별한 직업 없이 거의 매일 원룸을 들락거렸다고 한다.      
 
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A씨 등은 B씨가 숨지자 작은방에 그대로 방치했다. 잠에서 깬 E씨 부부가 뒤늦게 B씨의 사망 사실을 알았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신 유기를 도왔다. A씨 등은 범행 당일 오후 5시쯤 시신을 이불로 말아 A씨가 사촌 형에게 빌려 타고 다니던 외제 승용차 트렁크에 실었다. 이후 원룸에서 20㎞ 떨어진 나포면 야산에 가서 묻었다. A씨 등은 이날 이후 야산을 대여섯 차례 찾아 시신이 잘 있는지 확인했다.  
 
A씨 등은 경찰에서 "B씨는 애초 생활비를 안 내는 조건으로 집안일을 하기로 했는데 청소와 설거지 등을 제대로 안 해 서로 말다툼 끝에 살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B씨가 범행 당일 폭행으로 숨졌는지, 동거인들의 지속적인 가혹 행위 때문에 숨졌는지는 더 조사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B씨는 숨지기 전에도 동거인들에게 폭행을 당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지난달 말 B씨의 시신을 다시 옥산면 야산에 옮겨 묻었다. 최초 암매장지에서 20㎞ 떨어진 들판이다. A씨 등은 비 때문에 시신 암매장지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시신을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고교 졸업 후 수차례 가출 경력이 있던 B씨는 지난 3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던 고향(정읍) 친구 F씨가 "같이 살자"고 권유해 F씨 원룸에서 살기 시작했다. 공익근무요원이던 A씨 커플도 "동거인을 구한다"는 F씨의 SNS 글을 보고 비슷한 시기 원룸에 합류했다.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숨진 B씨는 무직이었다. A씨 등 나머지 동거인들은 노래방 웨이터나 노래방 도우미로 일했다. 이들은 E씨 부부에게 월세 겸 생활비 명목으로 1인당 매달 10만원씩 냈다. 경찰은 이들이 E씨 부부를 중심으로 인터넷에서 중고 물품 사기를 도모할 목적으로 원룸에 모여 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A씨의 지능이 다소 떨어졌다"는 진술을 토대로 지적장애 여부도 확인 중이다.

 
B씨 부모는 딸이 한 달 넘게 집에 들어오지 않자 지난 3월 28일 정읍경찰서에 "딸아이가 가출했다"고 신고했다. 이후 4월 7일 B씨와의 통화에서 "잘 지내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가출 신고를 취소했다. 하지만 B씨 아버지는 "통화 이후 딸을 만나지 못했다"며 지난달 27일 다시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다. 이미 B씨가 숨진 지 두 달 뒤였다.  
 
경찰은 지난달 중순 "사람이 살해돼 암매장됐다"는 첩보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범행 이후 근무지를 이탈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교도소에 수감된 A씨한테서 지난 9일 "B씨를 죽였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은 이튿날(10일) 암매장 현장에서 여행용 가방 속에 김장용 비닐봉지에 싸인 채 유기된 B씨의 시신을 확인했다. 시신 수습 당시 B씨는 옷을 입은 상태였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훼손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B씨에게 황산을 뿌렸다"는 일부 피의자 진술도 나왔다. 그러나 경찰은 황산을 뿌린 시점과 경위에 대해서는 부검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은 시신을 수습한 날 이미 수감된 A씨 외 나머지 공범 4명 모두를 체포했다. 이들은 범행 직후 해당 원룸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었다. 황인택 군산경찰서 형사과장은 "피의자들을 상대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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