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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기무사 계엄 실행 계획 논란

계엄 실행계획의 ‘진실’ 밝히는 게 훨씬 시급하다
<한겨레 2018년 7월26일 23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 간부들이 국회 국방위에서 계엄령 문건 처리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면서 사건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25일 기무사에 대한 국방부·검찰 수사단의 수사가 본격화됐고, 송 장관 발언 내용이 적힌 기무사 보고서가 공개됐다. 국방장관과 휘하 기무사 간부들의 공개 충돌은 매우 이례적인 만큼, 진실을 명명백백히 가리고 경중을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소동으로 분명해진 건 기무사 개혁의 시급성이다. 기무사 간부들의 ‘폭로성 발언’은 크게 보면 이번 파문의 본류에서 벗어나 있다. 계엄령 문건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면피성’으로 비친다. 100기무부대장인 민병삼 대령이 ‘애초 송 장관이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한 것이나,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문건과 관련해 20분간 송 장관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한 것은 이번 파문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 피치 못할 양심선언성 폭로라고 보기 어렵다.
양쪽 주장의 진위는 가려야겠지만, 기무사 간부들의 조직적·공개적 반발에는 기무사 개혁을 좌초시키려는 조직이기주의가 도사리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날 소환된 것으로 알려진 기우진 기무사 5처장(준장)은 계엄 문건의 ‘대비계획 세부자료’ 작성 책임자였다. 송 장관이 평소 기무사 개혁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 일부 기무사 현역 간부들이 송 장관의 약점을 잡고 흔들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송 장관도 그간 처신을 무겁게 되돌아봐야 한다. 국회 국방위에 제출된 기무사 보고서에는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는 송 장관 발언 요지가 적혀 있다고 한다. 보고서가 사실이라면 송 장관은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여야가 이 사건 청문회를 열기로 한 만큼 그 진위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송 장관은 문건 처리 경위를 있는 그대로 국민 앞에 공개하는 게 낫다. 그와 함께 기무사 개혁 등에 대한 소신도 분명히 밝히는 게 필요하다.
이번 파문의 핵심은 불과 1년4개월여 전에 군이 12·12 쿠데타와 같은 헌정유린 행위를 기획하고 준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 중요하다. 이를 토대로 기무사를 ‘해체’ 수준으로 개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런저런 저항과 반발, 희생이 따를 수 있지만, 군 개혁이란 대의를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군 지휘권 뒤흔든 진실 공방, 낱낱이 밝혀내야
<중앙일보 2018년 7월26일 30면>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을 두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 측의 진실 공방이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그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송 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 국방부에 파견된 기무사 대령 사이의 낯 뜨거운 거짓말 공방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청와대는 “국방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인 만큼 국방부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신속한 인사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서의 충돌 장면은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 한쪽에선 유례없는 하극상으로 비치고, 기무사 쪽에서는 양심을 건 내부 고발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 눈에는 매한가지다. 군이 송두리째 와해되고 있는 느낌에 불안하기 짝이 없다. 송 장관의 잘못된 처신과 발언도 문제지만 군 지휘권에 도전하는 기무사의 돌출 행동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군 내부 시각도 마찬가지다. 일반 장교들의 눈에는 송 장관의 리더십은 땅에 떨어졌고, 기무사는 군 지휘권을 벗어난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 이 진흙탕 싸움은 여기서 그쳐야 한다. 군 지휘부가 마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송 장관도 자중해야 하지만 기무사는 한 발짝 더 나가면 군 기강을 망가뜨린 조직으로 인식될 것이다.
앞으로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안은 특별수사단에 맡겨야 한다. 수사단이 압수수색과 소환조사에 착수하고, 국회 청문회도 열기로 한 만큼 조만간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그때까지 청와대도 이 사안과 관련된 브리핑이나 간섭을 중지하기 바란다. 이와 함께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이 애당초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새로운 증언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제 국방부를 포함한 군은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보 상황 대비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논리 vs 논리] 
지난 7월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군기무사령부 계엄 문건의 작성 경위를 따지는 회의가 열렸다. 국회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생중계되는 이 자리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 민병삼 기무사 대령 사이에 거짓말 공방이 벌어졌다. 위계질서가 철저한 군대에서 지휘권자에게 정면 도전하는 기무사 간부들의 모습을 보고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다. 기무사가 군 지휘권자도 어려워하지 않을 만큼 막강한 힘을 가진 조직이었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 주제는 전날 공개된 67장 분량의 기무사 계엄 세부 문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 문건이 단순 계획인지, 실행 목적으로 작성된 것인지를 따져 묻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회에서 벌어진 공개 충돌로 인해 문건보고 경위를 둘러싼 거짓말 공방과 군 기강 문제로 초점이 이동했다. 논점이 본류에서 벗어나자 국군 최고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본질은 보고과정이 아니라 ‘기무사가 왜 이런 문서를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고 했는가이므로 그 진상을 밝히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못박았다. 또한 계엄령 문건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과 기무사 개혁을 위한 혁신안을 서둘러 제출하라고 강조했다.  
한겨레와 중앙도 군기 문란에 대해 질타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벌어진 공개 충돌을 문제 삼는 관점과 방식이 매우 달랐다. 한겨레는 기무사 간부들이 계엄령 문건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면피성’ 발언 시도한 것으로 보고 ‘기무사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송 장관이 평소 기무사 개혁에 적극적이었던 점을 상기하며 조직적 반발을 통해 개혁을 좌초시키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을 보였다.
반면, 중앙은 충돌 장면에 집중했다. 하극상으로 보는 쪽과 내부 고발로 보는 쪽의 엇갈린 해석을 언급하면서도, 군 지휘권에 도전하는 모습은 기무사 자체가 특권 조직처럼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송 장관의 리더십도 문제지만 그보다 군 기강을 훼손한 기무사의 처신에 대해 더 엄중한 질책을 던졌다.  
두 신문사의 입장 차이는 일차적인 ‘진실 규명의 대상’을 어디에 두느냐에서 비롯된다. 한겨레는 ‘계엄 실행 계획의 진실’을, 중앙은 ‘계엄 문건 보고과정의 진실’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국회 충돌 장면은 기무사 개혁과 군 기강 문제가 한 뿌리라는 점을 일깨운다. 군과 기무사의 조직 정상화를 위해 모든 진위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발단은 기무사가 2017년 3월 초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8쪽짜리 문건에서 시작되었다. 당시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문건에서는 탄핵심판이 기각되는 상황을 가정한 후, 헌재 결정에 불복한 시위대가 경찰서에 난입해 무기를 탈취하는 등 경찰이 치안을 담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군이 나서서 전국적인 계엄령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특별수사단의 수사를 통해 입수된 ‘대비계획 세부자료’ 문건의 내용은 훨씬 체계적이고 구체적이었다. 7월24일, 국회에서 군율을 무시한 장면은 이 문건의 작성 경위를 따지는 중에 발생한 일이다. 중앙은 기무사가 국회에서조차 진실을 말하기보다 군 지휘부와 설전을 벌이는 것은 지휘부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질타했다. 한겨레는 기무사 개혁을 방해하기 위해 문건보고 과정을 문제삼아 책임공방으로 쟁점을 변경하려 한 점을 간파하고 기무사 개혁이 필요한 증거로 보았다.  
이후 7월26일 군과 검찰로 구성된 합동수사단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합수단은 계엄문건의 작성 경위와 윗선의 지시 여부, 실행 검토 여부 등을 수사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나온 언론보도에 따르면 기무사가 계엄 문건 작성을 위해 위장 작업팀을 만들고 관련 예산도 허위로 책정하고 사무실도 별도 장소를 사용하였으며 군 내부망과 분리된 컴퓨터를 이용하는 등 극비리에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관련자들은 ‘계획이었을 뿐 실행 목적이 아니다’라고 주장해왔지만, 비밀작전처럼 수행한 것은 실행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 아닌가 강한 의혹을 사고 있다. 명백한 계엄 상황이 아님에도 계엄을 선포하려 시도했다면, 국헌문란과 내란예비음모에 해당한다. 차제에 정확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찾아내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키워드로 보는 사설] 기무사령부
기무사는 ‘국가안보와 군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고 기밀한 업무를 행하는 부대’라는 뜻이다. 기무사의 모태는 1977년 창설된 국군보안사령부다. 보안은 내부의 기밀 유출을 감시하고 방첩은 외부로부터의 첩자 침투를 감시하는 업무다. 당시 육해공군에 설치되어 있던 방첩부대와 보안부대가 하나로 합쳐져 보안사가 되었는데, 군 내부의 모든 주요 정보를 손에 쥐면서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되었다. 이 정보력은 1979년 육군 소장이던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정권 장악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되기도 하였다. 이후 1990년 보안사에서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것을 계기로 노태우 정부가 군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 금지를 약속하면서 국군기무사령부로 바뀐 것이다.  
기무사의 설치와 폐지는 대통령령에 법적 근거를 둔다. 8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무사개혁위원회와 국방부의 기무사 개혁안을 바탕으로 “전면적이고 신속한 개혁”을 지시했다. 개혁안의 기본 방향은 ‘과거 단절’과 ‘조직 해편’이었다. ‘과거와 역사적으로 단절된 새로운 사령부 창설’을 위해 비군인 감찰실장을 임명하여 과거에 행했던 불법과 비리를 철저히 조사하고 인적 청산을 단행할 것을 예고했다. 새 기무사령관으로는 비육사출신 남영신 중장을 임명했다.  
정부는 6일 기무사를 폐지하고 국방장관 소속으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국방부가 이날 입법예고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은 사령부 소속 군인 및 군무원 등은 정치활동 관여, 민간인에 대한 정보 수집 및 수사, 기관출입, 권한 오남용,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했다.  
 
[추천 도서] 
『국가범죄』
이재승 지음, 앨피 펴냄, 2010년
‘국가범죄’는 정부나 국가에 의해 조종된 범죄나 인권유린 행위를 가리킨다. 일본군 위안부, 군 자살자, 양심수, 4·3 사건 피해자, 광주의 희생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에서 국가범죄의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기무사 계엄 문건을 계기로 국가범죄의 구성과 문제점 및 그 해결방안을 고민해보게 해주는 책이다.
 
『한국 계엄령 제도의 역사적 기원과 변천』
김무용 지음, 선인 펴냄, 2015년  
계엄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군사행위로서 국민에 대한 군의 통제를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계엄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전쟁 중 적의 공격 앞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거나 평시 상황에서 폭동으로 사회의 혼란이 극에 달했을 때다. 이 책을 통해 한국형 계엄이 선진국과는 달리 비상상황의 일상화와 공포정치의 정착으로 이어진 배경을 살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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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