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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총무원장, 개혁이냐 불신임이냐

 ‘친자 의혹’을 받으며 조계종단 안팎에서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설정 총무원장이 “8월16일 이전에 사퇴하겠다”던 자신의 말을 번복하며 “12월31일에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설정 스님이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정 스님이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정 총무원장은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진실 여부를 떠나 종단의 안정을 위해 스스로 사퇴하고자 했으나, 종단 내부의 뿌리 깊은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사퇴만이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며 “어떠한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만은 마련하고,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설정 총무원장은 “저에 대한 모든 의혹들은 전혀 근거가 없고, 알려진 내용들 역시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들임을 거듭 밝혀드린다”며 자신에게 숨겨 놓은 딸이 있다는 ‘친자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에 따라 ‘설정 총무원장 진퇴’를 둘러싼 종단 내 세력 싸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크게 보면 설정 총무원장과 자승 전 총무원장, 그리고 조계종 야권의 삼각 구도다.  
 
◇‘총무원장 불신임’ 가결될까=당장 16일에 조계종 임시중앙종회가 열린다. 중앙종회는 ‘국회’에 해당한다.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총무원장 불신임을 가결할 수 있다.  
 
총무원 집행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종책모임 법륜승가회를 비롯한 종단 야권은 표결에는 참여하지만 불신임 가결에는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현재 종단 최대 종책모임(계파)은 ‘불교광장’이다. 중앙종회 의원의 약 3분의2가 여기에 속해 있다. ‘불교광장’은 자승 전 총무원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게다가 비구니 지분(10표)까지 가세하면 ‘불교광장’ 주도로 설정 총무원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중앙종회에는 이미 ‘설정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의제로 상정돼 있는 상태다.  
 
만약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중앙종회에서 통과될 경우 설정 스님은 사퇴해야 하고, 총무원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그리고 60일 이내에 다시 총무원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  
 
설정 총무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하다가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설정 총무원장은 "종단 개혁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 12월31일에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설정 총무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하다가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설정 총무원장은 "종단 개혁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 12월31일에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설정 스님의 개혁안에 힘 실릴까=설정 총무원장은 사퇴 일자를 ‘12월31일’로 미루면서 ‘종단 개혁의 초석 마련’을 이유로 꼽았다. 이대로 물러나면 ‘불교광장’을 비롯한 종단 정치권의 기득권 세력이 다시 종권을 장악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정 스님은 13일 ‘직선제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 추진’‘실질적 개혁위원회 발족’‘승려의 입산부터 입적까지 포괄적 복지시스템 구축’‘부당한 징계 받은 승려 복권’‘종단 재정 투명성 확보’등을 향후 추진할 개혁의 구체적 항목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조계종단의 야권에서도 “‘종단 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그걸 왜 설정 스님이 이끌고 가느냐. 친자 의혹 공방으로 인해 도덕성에 너무 큰 타격을 입었다. 개혁의 동력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는 입장이다. 한 마디로 개혁 주체에게 ‘명분과 자격’이 부족하다는 시각이다.  
 
사퇴 압박이 계속되자 설정 총무원장은 총무원 집행부의 사표를 받았다. 그리고 ‘종단 2인자’에 해당하는 총무부장 자리에 성문 스님을 임명했다. 그런데 성문 스님은 임명 하루만인 10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 후임으로 내정된 현고 스님에게도 아직 임명장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위에 참모가 별로 없다”는 게 종단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이다.  
 
설정 총무원장은 13일 '실직적 개혁위원회 발족'과 '직선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 추진' 등을 개혁의 구체적 항목으로 제시했다. [연합뉴스]

설정 총무원장은 13일 '실직적 개혁위원회 발족'과 '직선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 추진' 등을 개혁의 구체적 항목으로 제시했다. [연합뉴스]

 
◇종단 정치판 완전히 뒤집을 수 있을까=조계종 재야 세력의 최종 목표는 ‘설정 스님 사퇴’가 아니다. 설정 스님이 사퇴하더라도 종회를 장악한 종단의 기득권 세력이 다시 종권을 거머쥘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중앙종회 해산을 주장하고 있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김영국 상임대표는 “정치판이 주도하는 종단을 본질적으로 바꾸려면 중앙종회를 해산해야 한다. 이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선 종단을 바꿀 수가 없다. 그건 현실적으로 조계종 원로회의만 할 수 있다”며 “원로회의가 중심이 돼 종회를 해산하고, 비상대책기구를 설립해 종단의 개혁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8일 ‘설정 스님의 명예로운 퇴진’을 주문하며 “ 종헌종법 질서 속에서 선거법에 의해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교시를 내린 바 있어, 현실적으로 원로회의가 종회해산까지 요구할지는 의문이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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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