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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인데 반바지에 무릎 양말? 이상한 필드 복장 규정

기자
민국홍 사진 민국홍
[더, 오래]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11)
친구들과 폭염속에서도 반바지 차림으로 즐겁게 골프를 쳤다. [사진 민국홍]

친구들과 폭염속에서도 반바지 차림으로 즐겁게 골프를 쳤다. [사진 민국홍]

 
“폭염은 모기 숫자를 반으로 줄이더니 반바지 차림 골프 인구를 배로 늘렸다.” 반바지가 여름 골프 드레스코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근 골프를 같이 치기로 한 친구 중 1명이 여주의 세라지오 골프장에 연락해 반바지 차림이 허용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단톡방에 올렸고 나머지 친구들이 좋다고 아우성이다. 양말도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신지 않고 일반 골프 양말을 신어도 좋다는 것이다.
 
그 전주에 신갈 부근의 태광 CC에서 반바지 차림을 하고 필드에 나섰다가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착용하지 않으면 필드에 나갈 수 없다고 해 곤욕을 치렀는데 정말로 ‘만세’가 절로 나오는 소식이었다.
 
이날 오전 골프를 치고 오후에 남자프로 선발전의 경기위원으로 참가하기로 한 용인의 프라자 CC에 도착해보니 일반 내장 고객들 상당수가 반바지 차림이다. KPGA 경기위원들 대부분이 골프장 풍속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긍정적인 반응이다.
 
골프장 측 이야기로는 내장고객들을 위해 폭염 속에서 그나마 시원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내막을 들여다보면 골퍼들이 더위에 내장을 꺼리니 마케팅 차원에서 그동안 꺼려했던 반바지 차림을 허용하고 있는 것 같다는 판단이다.
 
반바지 차림 허용은 마케팅 차원?
골프 라운딩을 할 때 5가지 드레스코드 원칙이 있다. [사진 pixabay]

골프 라운딩을 할 때 5가지 드레스코드 원칙이 있다. [사진 pixabay]

 
많은 골프장이 여름에 골퍼들의 반바지 착용을 금지해왔고 일부 허용하는 경우에도 무릎까지 오는 긴 양말을 신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다는 배짱 장사를 해왔다. 이 때문에 아직 반바지를 입어도 되는지 입으면 어떤 스타일의 반바지와 착용 방법은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골퍼가 적지 않다. 
 
골프 라운딩을 할 때 드레스코드의 원칙을 다시 곰곰이 살펴보았다. 미국이나 일본 등의 골프문화를 기준으로 보면 5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칼라가 있는 셔츠를 입되 셔츠는 벨트 안으로 넣어 단정하게 입어라, 둘째 골프바지에 벨트를 하되 청바지는 안 되며, 셋째 반바지는 무릎 위 10cm 정도로 입되 너무 길거나 짧아서는 안 되고(축구 반바지도 안되지만, 농구 반바지처럼 무릎 밑으로 내려오는 것을 입어선 안 된다. 양말은 운동용이면 괜찮다), 넷째 굽이 다소 높은 가죽 골프화를 신고, 다섯째 너무 튀는 골프 의상은 삼가 하라다.
 
물론 첫째 칼라 있는 셔츠 조항에 따르더라도 타이거 우즈가 입었던 목(mock) 터틀 넥이나 헨리 넥 등 칼라가 안쪽으로 조금이라도 붙어있는 셔츠는 다 허용된다. 튀는 옷을 금지하는 조항이나 짧은 반바지 조항은 여자 골퍼인 미셸 위의 민소매나 안신애 프로의 핫팬츠 같은 반바지 차림으로 많이 퇴색되고 있다. 
 
미국의 PGA도 공식 대회의 연습 라운드에서는 반바지 차림을 허용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럭셔리 회원제 골프장은 일부가 반바지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저가공세를 펴는 퍼블릭 골프장에선 청바지는 물론 청반바지도 허용하는 데가 늘고 있는 등 드레스코드가 계속 진화하고 있다.
 
반바지에 목이 긴 양말은 유치원생이나 입는 복장    
니커보커 스타일 차림의 페인 스튜어트. 18세기부터 내려오는 가장 정통적인 골프복장이다. [사진 인천일보]

니커보커 스타일 차림의 페인 스튜어트. 18세기부터 내려오는 가장 정통적인 골프복장이다. [사진 인천일보]

한국에서는 곤지암 CC 등 일부 럭셔리 회원제 골프장은 반바지 드레스코드를 허용하면서도 굳이 무릎까지 오는 긴 양말을 고집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형식적이고도 권위적인 드레스코드를 잘못 이해한 데서 오는 게 아닌가 싶다. 골프 문화는 스코틀랜드의 양치기에서 출발했지만, 영국의 귀족이 좋아하면서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그 때문에 귀족의 옷차림이 정통 골프 드레스코드로 여겨져 왔다. 가장 정통적인 골프 복장은 플러스 포(무릎 밑 10cm)의 트위드 슈트 스타일이다. 무릎 밑 10cm 정도 내려오는 바지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긴 울 양말을 신는 것이다. 비행기 사고로 숨진 위대한 PGA 선수 이자 패셔니스트였던 페인 스튜어트 페인이 입던 니커보커 스타일이라고 불렸던 복장이다. 이 정통 골프 복장에는 긴 양말이 어울린다.
 
그러나 무릎 10cm 이상의 반바지에는 긴 목의 양말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 내 생각에는 한국의 골프장 종사자들이 정통 골프 드레스 코드를 반바지 스타일로 잘 못 잘못 이해하고 어정쩡한 반바지 드레스코드를 고집하고 있는 듯하다. 양현석 세정 브루노바피 디자인 실장은 “성인이 반바지에 무릎에 올라오는 양말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유치원생이나 입을 복장을 골퍼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입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한국은 여름이 되면 열대지방처럼 폭염 속에 살 가능성이 커진다. 한여름 골프를 치려면 반바지가 필수품이 될 것이다. 한국의 골프 산업이 살려면 무더운 여름에도 골프를 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 골프 치는 기간이 매우 짧은 약점을 극복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반바지 차림 등의 간편복이 권장되어야 할 것 같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강요하는 일부 골프장의 반바지 드레스 코드는 패션 감각에도 맞지 않고 한국보다 훨씬 먼저 골프를 시작한 영국, 미국, 일본에서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드레스코드를 강요하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 같다.
 
끝으로 한국에서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생산하는 곳이 없다는 것도 골프장 측에서 알았으면 한다.
 
민국홍 KPGA 코리안투어 경기위원·중앙일보 객원기자 minklpg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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