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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훔쳐 비행한 美항공사 직원, 추락전 남긴 말

미 호라이즌에어의 지상직원 리처드 러셀(오른쪽)이 시애틀 공항에서 여객기를 훔쳐 비행하는 모습(왼쪽) [로이터, AFP=연합뉴스]

미 호라이즌에어의 지상직원 리처드 러셀(오른쪽)이 시애틀 공항에서 여객기를 훔쳐 비행하는 모습(왼쪽) [로이터, AF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의 타코마 국제공항에서 소형 여객기를 훔쳐 몰다 추락사한 항공사 직원에 대한 의문이 증폭하고 있다.  
 
그의 추락이 사고였는지 고의로 인한 것이었는지 불분명한데다, 비행 중 녹음된 관제사와의 대화가 평소 그의 모습과 달랐다는 점 등도 밝혀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호라이즌 에어'에서 지상직 직원으로 3년 반 근무한 리처드 러셀(29)은 평범한 가정의 한 가장이자 항공기 조종을 배운 적도 없는 사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셀은 평소 블로그에 환하게 웃는 셀카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군 입대를 희망한다는 등의 내용을 적기도 했다.  
 
유가족 역시 러셀을 따뜻하고 동정심 많은 남자, 신실한 남편, 좋은 친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셀이 비행 중 관제사와 통화한 내용을 보면 그의 행동은 평범하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다.  
 
공개된 통화 내용에 따르면 그는 자신을 "나사가 몇 개 풀린 부서진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도움은 필요 없다. 비디오 게임 해 본 적 있다. 이렇게 하는 건 종신형감 아니냐"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또 명랑한 목소리로 관제사를 향해 "정말 침착하고 차분하며 명석한 분"이라고 칭찬하며 "내가 무사히 착륙하면 알래스카 항공에서 조종사 일자리를 줄까요? "하고 농담까지 했다.  
 
이어 "내 생각엔 지금 곧 배럴 롤링의 묘기 비행을 해보려고 하는데, 그것이 잘 되면 기수를 곧장 지상을 향한채 내려가서 모든 것을 끝내겠다"라면서도 " "연료가 올림픽 산까지 갈만큼 되는지 모르겠다. 사실은 착륙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날 돌봐준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 소식을 듣고 실망할 것이다. 그들 모두에게 사과하고 싶다. 소동을 피워서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러셀의 가족들은 러셀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셀의 통화 내용과 함께 그가 어떻게 비행기 조종법을 배웠는가도 의문으로 남았다.  
 
호라이즌 에어의 게리 벡 최고경영자(CEO)는 사고 당일 러셀이 보여준 연속 횡전(橫轉) 등 각종 곡예비행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러셀이 조종사 면허를 따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비행이 처음인지는 확실하진 않다며, 그가 통화에서 밝힌 '비디오 게임'이 비행교습 시뮬레이션을 가리키는 것인지도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또 그가 이륙 뒤 어떻게 항공기 연료소비량을 확인하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약간의 어지러움을 호소했다는 점에서 비행기 조종에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매체는 전했다.  
 
다만 지상직 근무자인 러셀은 항공기 견인, 게이트 연결, 항공기 동체 해빙 등의 일을 맡아 왔고, 비행교습 시뮬레이션을 이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륙 기술을 습득한 적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러셀이 훔친 여객기는 열쇠가 필요없고 버튼과 스위치 만으로 모든 명령의 수행이 가능한 자동 계기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은 항공사 직원이 소형 항공기를 훔쳤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공항보안의 허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호라이즌 에어의 모기업 알래스카 항공은 "범인은 호라이즌 에어 에서 지상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공항과 항공기 보안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러셀은 지난 10일 오후 8시쯤 미 워싱턴주의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에서 '호라이즌 에어'의 소형여객기를 이륙시켜 1시간 가량 비행하다 64㎞ 떨어진 케트런 섬의 숲에 추락했다. 
 
당시 여객기에는 러셀 외에 아무도 없었으며, 러셀은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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