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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애 낳아봐라, 깜빡깜빡한다”…실제 과학적 근거 있다

자녀 5명 이상 출산 여성 알츠하이머병 위험 70% 높아 
[중앙포토]

[중앙포토]

“너도 애 낳아봐라. 깜빡깜빡하지.”
어머니가 장성한 딸에게 이따금 하는 이 말이 빈말이 아니라 실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배종빈 임상강사 연구팀이 그리스 연구팀과 협력해 두 나라 여성 총 4648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다. 김 교수팀은 여성의 출산과 유산 경험이 나이가 든 후 알츠하이머병 위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유산 경험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알츠하이머 위험 낮아 
연구에 따르면 출산 경험이 5회 이상인 여성의 경우 출산 경험이 1~4회인 여성보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게 될 확률이 70% 높았다. 또한 유산을 경험한 여성의 경우 유산한 적 없는 여성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절반에 그쳤다. 유산은 에스트로겐이 경미하게 증가하는 임신 첫 석 달간 일어날 확률이 높은데 이 시기에 일어나는 여성호르몬의 증가가 뇌세포를 보호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줄여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연구팀이 출산 및 유산과 알츠하이머병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것은 여성은 임신과 출산 시 급격한 성호르몬 변화가 발생해 알츠하이머병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높고 증상도 심하게 나타난다. 여성만의 고유한 경험인 임신 및 출산에서 겪게 되는 급격한 성호르몬 변화가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성호르몬의 적절한 증가는 뇌신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지만, 임신 및 출산 시 겪게 되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의 급격한 변화는 알츠하이머병에 노출될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임신·출산 시 에스트로겐 등 급격한 성호르몬 변화가 원인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연구진은 또 치매가 아닌 여성들에 대해서도 출산과 유산이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 위해 간이정신상태검사(MMSE)를 실시했다. 그 결과, 5회 이상 출산을 경험한 여성의 점수가 1~4회 경험한 여성보다 낮았으며, 유산을 경험한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점수가 높았다. 치매까지 발전하지는 않더라도 5회 이상의 출산은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반대로 유산 경험은 인지기능을 높인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김 교수 연구팀은 국내 60세 이상 여성 3574명을 대상으로 이 같은 조사를 벌였다. 이후 65세 이상 그리스 여성 1074명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벌여 한국 여성과 유사한 경향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 60세 이상 한국·그리스 여성 4648명 분석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왼쪽)와 배종빈 임상강사.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왼쪽)와 배종빈 임상강사.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는 “여러 번의 출산으로 이와 같은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반복적으로 겪는 것은 뇌 인지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내 60세 이상 노년 여성은 5명 중 1명이 5회 이상의 출산 경험이 있어 상대적으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기적으로 인지기능 평가를 하고, 규칙적 식사와 운동, 인지능력 증진 훈련 같은 예방법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올 7월 미국의 저명 의학저널 신경학(Neurology)지에 게재됐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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