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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심상찮은 민심 이반 … 민생파를 써라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민심은 조련사를 물어뜯는 맹수와 같다. 평소 정성스레 대한다 해도 작은 문제 하나에 태도가 돌변한다. 민심이 심상찮다. 지난 주말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 58%가 수치로 보여 준다. 폭염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가 원인이다.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뽑는 유세전에서 “수구보수 세력이 숨죽이며 반전의 계기를 찾고 있다. 최저임금을 고리로 경제 위기론을 조장하고 있다”(이해찬 후보)는 말이 나오는데 무책임한 데다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수구보수라는 허수아비 하나 세워 놓고 핏대 내고 삿대질만 하면 박수쳐주는 게 집권당의 수준인가. 경제 위기는 허수아비들의 음모 때문에 오지 않았다. 청와대의 비현실적인 방향 설정과 집권당의 토지 국유화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괴상한 사회주의적 망상이 결합해 1년3개월간 수행된 정부 정책에서 발생했다. 국가지시형 소득 주도 성장론, 묻지마 탈원전, 4차 산업혁명 딴죽걸기가 경제 위기의 3대 원흉이다.
 
당장 광화문 거리에선 최고로 오른 최저임금에 살길이 막힌 편의점·치킨집·미용실 등 영세업자들이 충혈된 눈으로 “노동자만 국민이냐. 우리도 국민이다”고 절규하고 있다. 이들은 노조와 달리 좀처럼 단체 항의를 안 했던 사람들이다. 집권층과 그들이 상전 모시듯 쩔쩔매는 민변·민주노총·참여연대는 약자 행세, 정의 놀음 그만하고 광화문 현장부터 나가 보라. 서민 정부라는데 서민은 더 고통 받고, 일자리 정권이라면서 일자리는 더 줄어드는 고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추락에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문 대통령 본인일 것이다. 일을 그렇게 만든 참모들이야 새 자리를 찾아 나가면 그만이지만 대통령은 5년 내내 다른 데 숨을 곳이 없다. 책임의 처음과 끝을 온전하게 다 받아내야 한다. 청와대 참모진이 백악관보다 많은 500여 명이라고 하나 대통령은 외롭다. 특별법 제정도 없이 두 전직 대통령의 연속 수감이라는 새 기록이 쓰이면서 대통령의 오류에 대한 책임 부담은 정책과 역사의 테두리를 넘어섰다. 여차하면 바로 형사처벌로 연결되는 특별한 한국적 환경이 조성됐다.
 
따라서 과거 대통령들의 2년 차 지지율과 비교해 아직은 괜찮다는 식의 보고는 전형적인 간신의 논리다. 문 대통령이 위안거리로 삼을 일이 아니다. 문재인 1기의 고공 지지율은 대통령 개인의 겸손하고 따뜻한 인성(人性), 비핵화 평화무드와 속 시원한 적폐청산 같은 규범적 수단에 힘입었다. 이제 인성에 국민 내성(耐性)이 생겼다. 비핵화는 뒷걸음치며 적폐 재고도 바닥이 났으니 지지율을 끌어올릴 현실적 수단을 발굴해야 한다.
 
돌파구는 정책 전환과 인적 쇄신이다. 지지율의 하락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인터넷 은행 살리기를 선언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많은 사람이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을 맞은 듯 기분 좋아 했다. 인터넷 은행은 거의 재벌 수준으로 괴물처럼 커져 별 견제 없이 어떤 혁신에도 흥미를 잃은 오프라인 금융권을 흔들 최선의 수단이다. 인터넷 은행은 4차 산업혁명의 신대륙인 핀테크 플랫폼과 블록체인 세계로 안내할 탐험선과 같다. 4차 산업혁명의 신대륙에서 재벌이니 서민이니, 기득권이니 청년·학생이니, 민주당이니 한국당이니 하는 구대륙의 윤리와 가치는 맥을 못 춘다. 정책 전환을 확실히 하는 방법으로 인적 교체만 한 게 없다. 초라한 1기 국정 성적표를 받아든 문 대통령이 인적 개편을 단행해야 하는 이유다. 이념적·규범적 정책을 이끌었던 청와대의 핵심 인물 한두 명만 민생·현실파로 교체해도 민주당과 정부의 분위기는 확 바뀔 것이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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