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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슈뢰더 연금개혁 했지만 선거 패배

국민연금은 아무리 잘 설계해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 인구 변동, 경제성장률 등의 변화에 따라 보험료 수입, 기금 운용 수익률, 노령 연금 지급액 규모가 달라진다. 이런 변수는 장기적인 연금 재정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올해 4차 재정재계산에서는 재정 안정과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두 가지 무게추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이후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초저출산 심화로 올해 출산율이 세계 유일의 0명대 나라가 된다. 고령화율은 현재 13.8%에서 2030년 24.5%, 2060년 41%까지 뛴다. 저성장 경제도 발목을 잡는다. 2011년 이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대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3763만 명)가 2016년 정점을 찍은 후 계속 줄고 있다. 이대로 두면 2057년 기금이 고갈되고 그해 보험료를 거둬 노인에게 연금을 내줘야 한다. 소득의 22% 이상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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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차 재정재계산 때도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보험료에는 손대지 않고 미뤘다. 대신 수령액과 기간만 손댔다. 2007년 국민연금법을 개정하면서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낮추고 연금 수령 시기를 60세에서 2033년 65세까지 늦췄다. 보험료 인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론의 반발이 덜한 쪽만 개혁한 것이다. 이번에도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 5년 뒤로 미룬다면 미래 세대 ‘폭탄 돌리기’가 재연된다.
 
그동안 국내외 사례를 보면 연금 개혁은 정권을 건 작업이다. 개혁의 1차 목표는 재정 안정화다.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고, 수령액을 줄이며, 보험료는 더 거두는 게 기본 공식이다. 어느 누구도 좋아할 리 없다. 이미 연금 개혁을 한 여러 선진국이 연금 개혁 후 정권을 내줬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07년 취임 직후부터 연금 수령 나이를 늦추는 것을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사르코지 정부는 2010년 퇴직·연금 수령 시기를 60세에서 62세로 늦추고 공무원 연금 보험료율을 7.85%에서 10년간 단계적으로 10.55%까지 올렸다.
 
반발은 고스란히 다음 대선 때 돌아왔다.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가 이끄는 사회당이 17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하는 빌미가 됐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도 마찬가지다. 그는 연금 수령 나이를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안을 밀어붙였다. 큰 반발을 불렀고 2005년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이 이끄는 중도 우파 기독교민주연합에 패해 정계를 떠났다. 슈뢰더 전 총리는 최근 방한한 자리에서 “지도자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선택을 해야 한다. 청년과 미래를 위해 개혁을 했고 그 결과 독일은 통일 이후 최고의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금 개혁은 선택의 문제다. 적게 내고 적게 받든지, 더 내고 더 받든지 국민적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일본은 국회가 나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한국도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때 국회가 중심이 돼 타협안을 만들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회에 논의기구를 만들거나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을 45%로 유지하겠다는 안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무책임한 안”이라며 “이번에 소득대체율(2028년 40%)을 올리는 안을 채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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