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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이 간다] 반토막 나는 경찰 사관학교, 나머지 반은 살아남을까?

존폐 기로에 선 경찰대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3월 13일에 열린 경찰관 합동임용식. 신입 경찰 간부들이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모자를 던지며 환호했다. 뒤편에 ‘정의롭게 당당하게’라고 쓰여 있다. [뉴시스]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3월 13일에 열린 경찰관 합동임용식. 신입 경찰 간부들이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모자를 던지며 환호했다. 뒤편에 ‘정의롭게 당당하게’라고 쓰여 있다. [뉴시스]

1981년 3월 120명의 경찰대 1기 교육이 시작됐다. 224대 1의 경쟁을 뚫은 수재들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대입시험(학력고사)에서 서울대 인기학과에 입학할 수 있는 점수를 받았다. 그 뒤 37년,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인기가 있다. 현재 39기 입학전형이 진행 중인데, 100명 정원에 5729명이 지원했다(경쟁률 57.3대 1). 그런데 내년에는 선발 인원이 절반인 50명으로 줄어든다. 머지않아 학비 면제 혜택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는 경찰대 폐교까지 논의되고 있다. 국회에도 경찰대를 없애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누가, 어떤 이유로 경찰대를 축소하거나 문 닫게 하려는 것인가. 과연 이것은 옳은가. 살펴보고, 따져 봤다.
 
경찰대는 충남 아산시에 있다. 2년 반 전에 경기도 용인시에서 이사했다.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계획에 따랐다. 공사비 3200억원이 투입된 새 학교에는 29개 건물이 들어섰다. 폐교가 결정되면 다른 용도로 쓰거나 헐어야 한다. 경찰대가 81년에 개교했기 때문에 전두환 군부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이 아니다. 박정희 정부 때인 77년에 관련 연구용역이 발주됐고, 79년에 설립이 확정됐다. ‘경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고, 유능한 경찰 인재를 확보한다’는 게 목적이었다.
 
방학이라 학교는 텅 비어 있었다. 학교 행정을 담당한 경찰 간부들만 본관에서 제각기 맡은 일을 했다. 본관 뒤편 돌에 새겨진 문구가 시선을 당겼다. ‘젊은 그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리라.’ 이 학교를 찾아간 9일의 풍경이다. 윤소식 교수부장(경찰대 5기)은 휴가 중인 이상정 학장(경찰대 1기)을 대신해 서울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할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이날 오후 ‘권력기관 개혁 소분과’ 회의가 열렸다. 경찰대 폐교 여부를 다루는 이 소분과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5개 분과 중 하나인 국민주권 분과에 속한 논의 기구다. 윤 교수부장은 “오늘 회의에서 폐교 방안이 철회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 회의 뒤 확인해 보니 그의 희망과 달리 ‘계속 논의’가 이날의 결론이었다.
 
경찰대 축소 또는 폐지 움직임은 지난 1월 14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권력기관 개혁 방안’ 발표로 시동이 걸렸다. 경찰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31주기를 맞은 날 문재인 정부의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로드맵이 공개됐다. 경찰과 관련해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가 핵심이었다. 그런데 발표문 중간에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경찰대를 개혁하여 수사권 조정 후 특정 입직그룹이 경찰권을 독점하지 않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힘이 세질 터인데,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때만 해도 경찰은 경찰대 규모 약간 축소나 경찰 인사제도 변화를 개혁의 최대치로 예견했다.
 
그런데 한 달 뒤 이종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이 경찰대를 치안대학원으로 전환하는 법안(경찰대학 설치법 개정안)을 냈다. 3월에는 진선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34명이 비슷한 법안을 또 냈다. 경찰대를 폐교하고 경찰대학원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법안은 국회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석 달 뒤인 6월에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발표됐는데, 그 안에 ‘경찰대 전면적인 개혁’이 포함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경찰은 지난달 30일 내년부터 신입생 선발 인원 100명에서 50명으로 축소, 2021년부터 일반 대학생과 재직 경찰관 25명씩을 편입생으로 선발, 학비 전액 지원제를 성적에 따른 장학제로 전환이 핵심인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경찰개혁위원회 권고를 수용하는 형식이었다. 선발 방법은 대통령령만 고치면 변경이 가능하고, 학비 지원 폐지는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이뤄진다.
 
‘절반으로 줄일 테니 없애지는 말아 달라’는 게 현재 경찰의 입장이다. 하지만 운명은 알 수 없다. 경찰대 폐교론자 대열의 선두에는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있다. 문 대통령의 측근인 그는 지난해 9월 출간한 책 『문제는 검찰이다』에서 ‘경찰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대는 학연으로 연결되어 경찰 간부직을 거의 독점한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7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현실에서 대학교육 수준의 경찰교육을 따로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썼다. 정책기획위원회의 국민주권 분과 좌장이기도 한 그에게 요즘 생각을 물었다.
 
경찰대 폐지에 대한 생각에 변함이 없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지금보다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된다. 단일한 간부 양성 시스템은 심각한 권력 집중 현상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대는 없애는 게 옳다.”
 
당장 없애자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경찰대 진학을 계획한 학생들이 있을 터이니 지금 중학교 3학년생이 대학 입학을 했을 때인 5년 뒤 정도에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교수가 주장한 대로 37년 동안 대학 진학률이 크게 올랐고, 경찰의 직업적 인기도 상승했다. 하지만 그동안 ‘혜택’은 줄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경찰대 졸업생은 곧바로 파출소장이나 형사반장이 됐다. 지금은 대개 지구대의 팀원이 된다. 일반직(순경 출신) 경찰의 승진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경찰대 출신이 경찰서장이나 지방경찰청 과장인 총경에까지 이를 확률은 30% 안팎이다. ‘권력 집중’의 문제도 경찰대 출신들의 생각은 다르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경찰대 1기)은 “경찰대 출신들이 집단으로 권력을 사용한 사례가 단 한 개라도 있느냐”면서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우수한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해진 때에 이런 어긋난 방향의 개혁이 추진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 사이에서는 “우리가 적폐냐”라는 말이 돌고 있다.
 
경찰대 존치론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꽤 있다. 최근까지 경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한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에게 물었다.
 
폐지론자들은 경찰대 출신으로의 ‘권력 집중’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게 문제라면 경찰대·간부후보·고시 출신별로 고위직 비율을 정하면 된다. 경찰대가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경찰을 발전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 아닌가.”
 
일반 대학 졸업자 중에서 간부를 뽑는 ‘간부후보 선발’로는 인재 확보가 어렵나.
“그렇게 되면 결국 경찰대 설립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권력 집중을 막겠다면서 과거처럼 간부후보나 고시 출신 간부가 경찰 ‘헤게모니’를 쥐게 하는 것은 모순이다.”
 
의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윈스턴 처칠은 노동당 당수가 자꾸 힐끔거리며 시선을 아래로 돌리자 “당신들은 크고 좋은 것만 보면 국유화하려고 해서 무섭다”고 농담을 던졌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군(軍)·법원·검찰·경찰 등 큰 조직에 잇따라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곪은 데 도려내겠다며 칼을 급하고 격하게 휘두르면 생살까지 뭉텅이로 잘라내는 우(愚)를 범한다.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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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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