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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4차산업혁명 리더십 없이 따라가기 급급”

지난달 25일 핀테크 스타트업 ‘콰라’에서 일하는 한·미 대학생 인턴들이 이 회사가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코쇼’의 로고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콰라는 인공지능을 금융에 적용하는 스타트업이다. [김상선 기자]

지난달 25일 핀테크 스타트업 ‘콰라’에서 일하는 한·미 대학생 인턴들이 이 회사가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코쇼’의 로고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콰라는 인공지능을 금융에 적용하는 스타트업이다. [김상선 기자]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콰라’는 정직원 수가 15명이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미국 스탠퍼드대·프린스턴대·뉴욕대와 서울대·KAIST 등에 재학 중인 국내외 대학생 인턴 13명이 일하고 있다. 인턴 수가 정직원 수에 필적한다. 업력이 짧은 신생 스타트업에 국내외 명문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인턴을 하겠다고 스스로 대거 찾아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2014년에 설립된 콰라는 인공지능(AI)의 일환인 딥러닝 기술을 금융에 적용한 각종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금융 및 경제 지표 관련 빅데이터 4억건을 기계가 스스로 학습해 글로벌 금융 시장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콰라는 사업성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영국계 벤처캐피탈 킹슬리 캐피탈과 넥슨의 지주 회사인 NXC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지난 5월 말엔 주식 등 금융 지표와 암호화폐의 일주일 후 전망, 기업 정보 등을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코쇼’의 베타 버전을 한국과 싱가포르에 출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콰라 사무실에서 대학생 인턴 13명 중 11명과 그간 경험한 한국의 스타트업 문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해외 경험과 짧은 인턴 생활 경험 속에서 느낀 한국의 현실에 대한 쓴소리도 털어놨다. 인턴들은 대부분 컴퓨터 과학·금융 공학·수학 등을 공부하는 이공계 전공자들이었다.
 
대학생들은 한국이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리더십이 아닌 팔로워 십만 돋보인다”는 게 일관된 지적이다. 대학생들의 지적이라고 하나, 미국·한국의 연구·적용 현장을 젊은 시각으로 본 만큼 귀 기울일 부분이 있어 보였다.
 
최윤호(미국 조지타운대)씨는 “미국 현지에선 한국이 실리콘밸리에 비하면 5~10년 정도 뒤처져 있다고 보더라”며 “이제는 가능성을 눈에 보이는 성과로 입증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준영(캐나다 맥길대)씨는 “한국 경제는 대기업 위주로 돼 있어서 모든 규제도  대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짜여있다고 들었다”며 “경제의 70%를 중소기업에 기반을 둔 오스트리아 사례를 참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호건(서울대)씨는 한국이 인공지능 연구에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인공지능을 깊게 연구하려고 하지 않고,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유행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인공지능을 깊이 공부해 여러 분야에 접목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듯하게 포장하려고 한 것 같다. 유행을 따라가려 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이 나아가려는 방향부터 파악해야 한다.”
 
박찬웅(서울대)씨는 “중국·미국 기업들이 이미 리딩 그룹을 만들어 인공지능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며 “구글·페이스북·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연구에 한국이 뒤따라가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박 씨는 “미국에서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T 대기업들이 혁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인수했다는 기사가 쏟아지는데 우리나라에선 이런 사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 씨는 “우리나라는 좋은 아이디가 있으면 회사를 인수하는 게 아니라 따라 하기 바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스타트업에서 경험을 쌓아 보려는 한국 청년들이 귀담아들은 만한 얘기도 했다. 이들은 대기업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자신이 주도적으로 시장에서 바로 적용될 만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스타트업에서 인턴 하는 장점으로 꼽았다.
 
지난해 겨울에 이어 두 번째로 콰라에서 일하는 하정호(KAIST)씨는 “지난번에는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위주의 업무를 담당했는데 이번에는 인공지능 관련 연구·개발(R&D)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해서 또 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윤호씨는 “2살 때 미국에 이민을 가 미국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다”며 “미국 벤처 캐피탈에서 일해본 뒤, 한국 스타트업도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 방학한 뒤 한국에 왔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콰라’ 인턴들의 한마디
이준영(캐나다 맥길대)
"한국 모든 규제 대기업들에 유리. 중소기업 기반의 오스트리아 참고했으면”
  
최윤호(미국 조지타운대)
"실리콘밸리, 한국 5~10년 뒤처져 있다고 인식. 이젠 가능성을 성과로 입증할 시기”  
 
기호건(서울대)
"한국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회사를 인수하지 않고 따라하기 바빠”
  
박찬웅(서울대)
"중·미 기업들 AI 연구 선도. 구글·페이스북·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연구에 한국이 뒤따라가”
  
하정호(KAIST)
"스타트업 인턴은 팀을 직접 이끌어야 해 책임감 남달라”
 
박승민(미국 스탠퍼드대)
"테크 관련 공부는 혼자 하는 게 유리. 인턴후 친구와 스타트업 창업이 목표”
서울대에 재학 중인 기호건, 박찬웅씨는 “학교에서 딥러닝을 공부할 때도 시장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배웠는데 콰라가 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고 해서 궁금한 마음에 인턴으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윤호씨는 “회사가 전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하는 만큼 글로벌 마케팅과 경영 전략을 짜는 일을 내가 주도해서 하고 있다”며 “수익 모델을 내가 직접 개발하는 것이 신기하고 재밌다”고 말했다. 딥러닝 알고리즘 개발 업무에 참여하는 기호건씨는 “인공지능과 관련해서는 다룰 부분이 무궁무진하게 많기 때문에 내가 혼자 일해도 되고 필요하면 동료들과 같이 협업해서 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정호씨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대기업에서 인턴을 하면 짜인 일정에 따라 지정된 팀에 들어가 뒷바라지 일을 한다는 인식이 크다”며 “여기서는 우리가 ‘회사에 도움을 준다’ 정도가 아니라 팀을 직접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책임감이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들을 인턴으로 채용한 손보미 대표는 “스펙을 쌓기 위해 회사에 잠시 거쳐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맡은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업무 역할을 나눌 때도 정직원과 인턴 사이에 크게 차이를 두지 않는 것이 이 회사의 방침이다.
 
인턴들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도 스타트업의 장점으로 꼽았다. 콰라의 신정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서울대 컴퓨터과학과에 재학 중인 24세 대학생이다. 20·30세대인 임직원들은 개방적인 조직 문화를 서로에게 장려한다.
 
강혜빈(미 스탠퍼드)씨는 “인턴들에게 ‘너희가 상상력을 발휘해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라’고 격려해주는 것에 감명받았다”고 설명했다. 박찬웅씨는 “회의를 할 때 나온 아이디어를 회사가 바로 수용한다”고 말했다. 콰라는 최근 개발 업무를 인턴들에게 연구 개발을 위한 고가의 그래픽카드 장비(120만원 상당)를 모두 지급하기도 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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