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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석탄 밀반입 선박, 한국서 ‘신분등록’

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관세청에서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관세청에서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세청이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 7건을 적발하며 재발 방지에 나섰지만 한국이 대북 제재가 뚫리는 뒷마당이었다는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관세청은 지난 10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북한산 석탄 운반 선박으로 지목했던 샤이닝리치호는 한국에서 ‘신분 등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샤이닝리치호는 지난해 10월 19일 러시아 홈스크항에서 싣고 온 북한산 무연탄 5119t을 동해항에 내렸다. 이 과정에서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유럽선박정보시스템(Equasis) 등에 따르면 샤이닝리치호는 올해 5월 한국선급에 등록된 선박이다. 일반적으로 선박들은 각 나라 혹은 지역이 만든 권위 있는 선급협회에 가입해야 한다. 선급협회는 선박의 등급을 정하고 안전 검사를 실시하는데, 이를 토대로 선박들이 보험에 가입하고 화주로부터도 신용을 얻는다. 즉 이 선박은 지난해 10월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북한산 석탄을 들여왔는데도 이후 오히려 한국 선급협회에서 신분이 등록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운 전문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6년 3월 결의 2270호를 채택하면서 북한 선박에 대한 선급 제공을 금지한 건 북한 선박이 국제적으로 신용을 얻어 금수품을 실어 나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며 “석탄 환적 선박에 우리가 선급을 제공한 것은 한국의 제재 위반 감시 의지를 의심받을 여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산 석탄을 운반한 것으로 알려진 ‘진룽(Jin Long)’호가 7일 오후 경북 포항신항 제7부두에 정박해 있다. 진룽호에서 하역한 석탄이 부두에 쌓여 있다. 2018.8.7/뉴스1

북한산 석탄을 운반한 것으로 알려진 ‘진룽(Jin Long)’호가 7일 오후 경북 포항신항 제7부두에 정박해 있다. 진룽호에서 하역한 석탄이 부두에 쌓여 있다. 2018.8.7/뉴스1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이 북한산 석탄 운반에 연루됐다고 지목한 선박을 관세청이 수사에 포함시키지 않은 점도 확인됐다. 파나마 선박인 스카이 레이디호다. 전문가 패널에 따르면 이 배는 ‘지난해 8월 9~10일과 8월 10일’ 두 차례에 걸쳐 홈스크항에서 석탄 3280t을 실었다. 직전인 8월 3~7일 같은 정박지에 북한 선박 능라 2호가 정박했다. 능라 2호는 7월 24일 북한 남포항에서 싣고 온 석탄을 이곳에서 하역했다. 전문가 패널은 이런 방법으로 북한산 석탄이 능라2호에서 스카이 레이디호로환적됐다고봤지만 스카이레이디호의 이후 항로는 공개하지 않았다. 본지 확인 결과 스카이 레이디호는 직후인 지난해 9~10월 다섯 차례에 걸쳐 포항ㆍ목포ㆍ군산ㆍ여수에 입항했다.
 
약 66억원 규모의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불법 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은 총 9건의 북한산 석탄 등 수입사건을 수사해 7건의 범죄사실을 확인하고, 수입업자 등 3명과 관련법인 3개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국내에 북한산 석탄을 들여온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인 스카이에인절호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샤이닝리치호, 진룽호, 리치글로리호. (마린트래픽사이트 캡쳐)2018.8.10/뉴스1

약 66억원 규모의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불법 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은 총 9건의 북한산 석탄 등 수입사건을 수사해 7건의 범죄사실을 확인하고, 수입업자 등 3명과 관련법인 3개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국내에 북한산 석탄을 들여온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인 스카이에인절호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샤이닝리치호, 진룽호, 리치글로리호. (마린트래픽사이트 캡쳐)2018.8.10/뉴스1

관세청 수사 결과 발표에선 지난해 한국 남동발전의 공모 때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입찰, 북한산 석탄 임을 알고도 반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온 H사가 포함되지 않았다. 관세청은 언론 제기 의혹 해명자료를 내 “H사의 실제 수입신고가격인 t당 96달러는 당시 러시아산 석탄의 평균 수입가격인 t당 92달러보다 높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신고가격으로 봤을 때 러시아산보다 더 비싼 값을 주고 북한산 석탄을 들여올 이유가 없었다는 논리다.
 
그러나 H사가 남동발전에 석탄을 납품하는 과정에선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 등장한다. H사는 지난해 10월 13일 선박 및 선적항과 관련해 계약 변경을 요청하면서 당초 계약과 달리 스카이 하이트호가 아닌 샤이닝리치호를 사용해야 하고 선적항으로 나홋카항 뿐 아니라 사할린의 홈스크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H사는 당시 남동발전에 보낸 서한에서 “사할린에서 선적이 됐다 하더라도 러시아 대륙에서 나온 젠콥스카야 광산의 석탄이 틀림 없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선박과 선적항 변경에 드는 추가 비용은 자신들이 부담하겠다고 했다. 돈이 더 들어도 샤이닝리치호와홈스크항을 이용하겠다고 한 게 된다. 홈스크항은 지난해 8월 안보리 결의 2371호에 따라 북한산 석탄 수입이 전면 금지된 직후 북한이 새로 개발한 제재 회피 항로였다. 또 H사가 계약변경을 요청했던 지난해 10월 13일은 샤이닝리치호가 북한산 무연탄을 싣고 항해 중이던 때였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충분히 수사했고, 해명자료 외에 추가로 설명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H사 측은 12일 본지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정부는 초기 대응이 적절치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관련자와 관련 업체를 처벌하는 등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약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ㆍ이근평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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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