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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열린 '하동의 딸' 최은지의 전성시대

2018 여자부 KOVO컵 MVP를 차지한 KGC인삼공사 최은지. [사진 한국배구연맹]

2018 여자부 KOVO컵 MVP를 차지한 KGC인삼공사 최은지. [사진 한국배구연맹]

'진흙 속의 진주' 최은지(26)가 '진흙의 고장' 보령에서 우뚝 섰다. 최은지가 KGC인삼공사를 우승으로 이끌고 MVP를 차지했다.
 
여자배구 KGC인삼공사는 12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8 보령·한국도로공사컵 여자프로배구대회 결승에서 GS칼텍스를 세트 스코어 3-2(25-27, 25-22, 25-27, 31-29, 16-14)로 물리쳤다. 인삼공사는 KT&G 시절인 2008년 이후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서남원 인삼공사 감독은 "매 세트 접전이었다. 두 세트를 듀스 끝에 지고도 우승해서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며 "이번 대회 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경기 중 내 표정이 달라지면 선수들도 긴장할 수 있어서 덤덤하려고 노력했다"고 웃었다.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상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29표 중 27표를 획득한 최은지에게 돌아갔다. 당연한 결과였다. 최은지는 5경기에서 113점을 올리며 인삼공사 공격을 이끌었다. 결승에선 양팀 통틀어 최다인 32점을 올렸다. 특히 고비인 4세트에선 혼자 11점을 올리며 외국인선수 같은 활약을 펼쳤다. 1m82㎝의 최은지는 힘있는 공격으로 상대 블로킹을 무력화시켰다. 인삼공사 이적 전까진 코트에 서는 시간보다 웜업존에 있던 시간이 많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을 풀듯 스파이크를 날렸다.
 
MVP 트로피를 손에 넣은 최은지는 "저 같은 선수들이 많다. 벤치에 있는 선수지만 '누구든 하면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나와의 싸움을 이겨내 '최은지 정말 많이 성장했다'는 이야기도 듣고 싶었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상을 받은 뒤 개인상은 처음이다. 팀도 10년 만에 우승했고, 나도 10년 만에 상을 받았다"며 "프로에서 우승은 많이 했지만 내 힘으로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었다. 우리 팀 선수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다"고 미소지었다. 최은지는 "이효희(도로공사) 언니나 이숙자 언니가 '너는 잘 하니까 언젠가 빛을 볼 거라고 격려해준 게 기억난다"고 했다.  
 
경남 하동 출신인 최은지는 진주 선명여고 시절 청소년 대표로 뽑힐 정도로 기량이 뛰어났다. 최은지는 "그때는 내가 (같은 하동 출신인)전광인(현대캐피탈) 오빠보다 내 이름이 붙은 현수막이 더 자주 붙었다. '하동의 딸'이었는데 '하동의 아들'에게 역전당했다"고 웃었다. 최은지는 2011년 창단한 IBK기업은행 창단멤버로 프로에 입문했다. 하지만 팀에는 국가대표 붙박이인 입단동기 박정아·김희진가 있었다. 간혹 기회가 왔지만 리시브가 뛰어난 편이 아니라 주전은 차지하지 못했다.
 
최은지는 "배구를 하고 백업이 된 건 처음이었다. 이겨냈어야 했는데 포기했다. 희진 언니, 정아가 있어서 '안되는구나'란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기업은행에서 세 번 정상에 올랐고, 2016-17시즌 뒤 도로공사로 트레이드돼 또다시 우승의 기쁨을 했지만 최은지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17-18시즌 뒤 최은지가 FA 자격을 얻었을 때도 그에게 관심을 갖는 구단은 많지 않았다. 도로공사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 때 최은지에게 전화가 왔다. 서남원 감독이었다. 최은지는 "평소 모르는 번호는 잘 받지 않는데 왠지 다른 팀 감독님일 것 같았다. 서남원 감독님께서 '같이 해보자'고 하셨는데 진심이 느껴졌다. 그런 얘기를 들어본 것도 처음이라 설렜다"고 했다. 최은지를 영입했지만 서 감독의 기대가 아주 큰 건 아니었다. FA 영입 계획 과정 1순위는 이소영, 2순위는 김미연이었고 최은지는 세 번째 복안이었다. 하지만 최은지 영입은 팀과 선수 모두에게 성공적이었다. 주포 알레나를 뒷받침할 선수로 데려온 최은지는 컵대회에서 강력한 공격력을 뽐냈다. 서 감독은 "은지가 와줘서 고맙고, 은지도 잘 된 것 같다. 정규시즌에서도 은지의 비중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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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공사에 온 최은지는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뛰었다. 서남원 감독은 "은지를 보면 절실함이 느껴졌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 들때가 있었다. 주전이 아니었기에 자신감이 떨어졌다. 최은지는 "기업은행에 있을 때도 '나는 잘 할 수 있어. 기회만 와라'고 했다. 하지만 언니들이 '허풍'이라고 하더라. 정말 그랬다"고 떠올렸다. 그런 최은지에게 서 감독은 용기를 불어넣었다. 최은지는 "실수를 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감독님이 '너 안 뺄테니 해보고 싶은대로 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삼공사는 지난해까지 '알레나의 팀'이란 인식이 강했다. 알레나의 공격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은지의 가세로 서남원 감독의 고민도 하나 줄어들었다. 서 감독은 "은지가 타점은 높지 않지만 힘있는 공격을 한다. 리시브와 수비도 기대 이상이다. 우리가 하위권 평가를 받지만 여자배구는 변수가 많다"며 내심 정규시즌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최은지의 생각도 같았다. "인삼공사에 올 때부터 알레나의 짐을 덜어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컵대회 기사를 봤는데 '최은지가 리그에서 통할까'란 댓글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를 악물고 뛴 것 같아요. 리그 때도 잘 하고 싶어요."
 
보령=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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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