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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더워도 반바지는 절대 안 돼?…오락가락 '쿨비즈'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처음엔 과연 현실화가 될까 했는데 워낙 날이 더우니 하나 둘 반바지를 입게 되더라고요. 부장님이 딱 달라붙는 반바지를 입고 오셨을 때는 조금 놀랐죠." (직장인 김민영(27)씨)

역대급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무더위. 그 와중에 일부 대기업들에서는 최근 몇년간 쿨비즈(Cool-biz·간편하고 시원한 비즈니스 복장)를 선언한 후 사내 복장 문화가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다.

대기업에 근무 중인 직장인 김씨는 지난해부터 회사에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사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사업부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올해에는 부장님들도 반바지를 입기 시작했다"며 "복장들이 많이 캐주얼해져서 겨울에는 부츠를 신기도 한다. 비가 올 때 레인부츠 차림으로 출근한 사원을 목격했을 때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IT기업들을 비롯해 삼성, LG, SK 일부 계열사들은 최근 본격적으로 복장 자율화를 선언했다. 특히 여름철 더운 날씨에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반바지'를 허용하는 분위기가 대표적이다.

신입사원 박태빈(29)씨는 "워낙 더위를 많이 타는 타입이라 여름이 다가오면서 양복 입을 생각에 한숨부터 났다"며 "하지만 중요한 미팅이 있지 않은 이상 반바지 등 캐주얼한 복장을 입어도 괜찮은 분위기로 보여 숨통이 트인다. 생각보다 여름나기가 고되지 않다"고 말했다.

7년째 대기업에 근무 중인 윤모(38)씨는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진 게 확실히 느껴진다. 요새는 부차장급도 아래 사원들에게 시원하게 입고 다니라고 권유하는 등 자유로운 복장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로 많이 바뀌었다"며 "물론 차장 이상의 구성원들에게서는 반바지 복장 비율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직장인들의 상황이 이와 같은 것은 아니다. 반바지가 허용되지 않는 기업들이 여전히 다수이고, 원칙적으로는 허용하더라도 분위기상 자유로운 복장이 공염불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5년차 직장인 김모(33)씨는 "거래처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업무를 하다보니 실질적으로 반바지를 입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이번 여름 같은 폭염 속에 와이셔츠가 땀에 달라붙은 상태로 약속을 나가다보면 정말 일하는 그 자체가 지옥 같을 정도"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주로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이모(30)씨는 "회사에서 반바지 착용을 해도 된다는 공문이 돌아서 좋아했는데, 부장 본인이 철저하게 양복을 갖춰입고 오니 감히 시도를 못 하겠다"며 "저번 회식 때 '편하게 다니려면 집에서 하는 일 하라'고 반 농담처럼 말하는 것까지 들어 아무도 반바지를 입으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대기업 계열사에서 근무중인 유모(31)씨는 "본사에서는 반바지가 허용된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일주일에 딱 하루 '캐주얼 데이'가 있긴 하지만 조금 편한 셔츠와 바지 정도가 허용될 뿐 반바지까지는 불가능하다"며 "같은 브랜드를 건 회사인데 왜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반바지 허용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다. 지난 7월부터 게시판에는 '공무원부터 시작 여름엔 반바지 착용 허용', '쿨비즈 정착을 위한 대통령님 반바지 착용', '기록적인 폭염, 왜 에어컨 켜놓고 전기 낭비해가며 긴 바지를 입어야 하는가?'라는 청원들이 올라와 호응을 얻었다.

청원 게시판에 '남자 회사원들이 반바지를 입을 수 있는 분위기를 장려해 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상사에게 반바지를 제안한 지인 분도 있으나 완강하게 거절당했다"며 "이 더운 날 고등학생도 생활복을 허용하는데 왜 정장핏 반바지도 허용이 안 되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반바지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결국 규칙 변화와 동시에 사내의 억압적인 분위기를 바꿔나가는 것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복장 규정 완화는 기본적으로 직장인들이 겪는 무더위라는 불편을 해소해 나가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기업 문화 자체가 근본적으로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함께 바뀌는 것 또한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whynot8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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