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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북한 "원전·풍력 지원해주면 온실가스 40% 감축하겠다"

북한 군인들이 수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연 재해에 특히 취약한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 군인들이 수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연 재해에 특히 취약한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 환경백서 2
 
올여름 역대 최악의 폭염이 북반구를 뒤덮은 가운데에서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 역시 최근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북한은 폭염 외에도 다양한 기상 재해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런 북한이 2016년 8월 파리 기후협정에 가입하면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감축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의 37% 감축목표보다 과감한 수치다.
북한이 어떤 속내를 갖고 있기에 기후변화 대응에 이처럼 적극적일까.
 
남한보다 심한 북한의 기후변화
북한에서도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지속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며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지난 2일 공개한 영상 속에서 한 주민이 양산을 쓰고 손 선풍기를 사용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에서도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지속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며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지난 2일 공개한 영상 속에서 한 주민이 양산을 쓰고 손 선풍기를 사용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2년 한국 기상청은 ‘북한기상 30년보’에서 1981~2010년 북한의 기후 평년값과 특성을 분석했다.
북한의 연평균 기온은 8.5도로 남한보다 4도 낮았다.
연평균기온이 가장 낮은 지역은 백두산 근처의 삼지연(0.5도)이고, 가장 높은 지역은 동해안 장전(12도)이었다.
열대야는 연평균 0.6일 발생했다. 남한의 열대야 발생은 연평균 5.3일이다.
연평균 강수량은 919.7㎜로, 남한 1307.7㎜의 70.3%였다. 전체 강수량의 59%가 여름철에 쏟아졌다.
북한 연평균 기온 [자료: 북한 당국 2102년 유엔에 제출한 기후변화 보고서]

북한 연평균 기온 [자료: 북한 당국 2102년 유엔에 제출한 기후변화 보고서]

북한에서도 지구온난화로 연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양상을 보인다.
2012년 유엔 환경계획(UNEP)의 ‘북한의 환경과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1918~2000년 사이 북한의 평균기온이 1.9도 상승했다. 지난 100년 동안 연평균기온이 대체로 10년에 0.2도씩 상승하고 있다.
한국 기상청이 북한의 1973~2000년 평균과 1981~2010년 30년 평균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0.2도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7월 북한 조선중앙통신 역시 기상수문국 자료를 인용해 “북한은 근년에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오르고 강수량이 많아졌으며, 태풍·폭우·홍수·가뭄·강추위 등 이상기후 현상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 결과, 종전 강화도~원산이 북한계선이었던 감나무가 평양에서도 자라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북한 동해에서도 1980년대 말부터 명태가 자취를 감추고, 난류성 어종인 멸치가 많이 잡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연평균 강수량 [자료: 북한 당국 2102년 유엔에 제출한 기후변화 보고서]

북한 연평균 강수량 [자료: 북한 당국 2102년 유엔에 제출한 기후변화 보고서]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지 않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1세기 말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현재(1981~2010년)보다 5.9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온 상승이 5.3도로 예상되는 남한보다 기온 상승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9.6도로 1907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던 것처럼 북한 평양의 낮 최고기온도 37.8도로 관측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산림 훼손 탓에 기상 재해 심각
북한 매체 내나라가 2016년 9월 공개한 함경도 수해 사진. 이 매체는 "인명피해가 수백 명에 달하며 6만8900여 명이 한지에 나앉았다"고 전했다.  [사진제공=내나라]

북한 매체 내나라가 2016년 9월 공개한 함경도 수해 사진. 이 매체는 "인명피해가 수백 명에 달하며 6만8900여 명이 한지에 나앉았다"고 전했다. [사진제공=내나라]

2013년 독일 환경단체인 저먼워치(Germanwatch)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 기후 위험지수(Global Climate Risk Index)가 세계 7위로 나타났다.
그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많이 겪고 있다는 의미다.
2016년 11월 벨기에 루벵대학 재난역학연구소가 펴낸 ‘2015년 재난 통계 분석 보고서’ 등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2007년 이후 7건의 홍수를 비롯해 총 10건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 1533명이 사망했다.
특히 2007년과 2016년 홍수로 각각 610명과 538명이 목숨을 잃었다.
홍수 피해가 큰 것은 농지 확장을 위해 산림을 훼손한 탓으로 분석됐다.
 
북한 매체들은 2016년 8월 말과 9월 초 함경북도 지역에서 발생한 홍수로 6만89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4배인 3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홍수는 사망자가 138명, 실종자가 400여 명에 이르는 등 50~60년 만의 최악의 홍수로 파악됐다.
이에 앞서 2012년 여름에는 태풍 ‘볼라벤’과 집중호우로 300명이 사망하고, 600명이 다치거나 실종됐으며, 29만8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6월 29일 3면 전체를 할애해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황해남도 재령군 현지시찰을 비롯해 군인과 민간인, 어린 학생들까지 가뭄 극복에 총동원된 여러 상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6월 29일 3면 전체를 할애해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황해남도 재령군 현지시찰을 비롯해 군인과 민간인, 어린 학생들까지 가뭄 극복에 총동원된 여러 상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연합뉴스]

북한에서는 1990년대 후반(1996~1999년) 가뭄으로 200만~300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2년 봄에도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2014년 봄 가뭄에 이어, 2015년 봄에는 북한 당국이 ‘100년 만의 가뭄’이라고 주장할 정도 심한 가뭄이 닥쳤고, 물 부족과 수질 악화로 주민들 사이에 수인성 전염병이 발생하기도 했다.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에너지 사용
지난달 17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어랑천 발전소 건설현장 모습. 이 발전소는 함경북도 어랑군에 위치했다. [뉴스1]

지난달 17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어랑천 발전소 건설현장 모습. 이 발전소는 함경북도 어랑군에 위치했다. [뉴스1]

2016년 통계청의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에 따르면 북한의 총 발전설비용량은 7661㎿로 남한 10만5866㎿의 14분의 1, 실제 연간 발전량은 2390 GWh(기가와트시)로 남한 5만4040GWh의 23분의 1 수준이다.
 
북한 전체 발전설비의 61.4%는 수력, 나머지 38.6%는 석탄·석유 등 화력발전이 차지한다.
발전량 기준으로 수력발전 의존도는 54%나 된다. 남한은 수력 설비 비중은 8%다.
 
1965년에는 북한의 연간 전력생산량이 1320GWh로 남한의 330GWh를 크게 앞섰지만, 1980년 남한이 처음 북한을 앞지른 뒤 갈수록 격차가 커지는 추세다.
더욱이 북한은 최근 10년간 전체 발전설비용량이 줄고 있다.
수력은 4.8GW에서 4.7GW로, 화력은 3.01GW에서 2.96GW로 줄었다.
북한의 화력발전소 총 9기 중 8기는 30년 이상 됐고, 설비 이용률은 2013년 기준 31.6%로 저조하다.
북한 공장과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 장면 [자료: 북한이 2012년 유엔에 제출한 기후변화 보고서}

북한 공장과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 장면 [자료: 북한이 2012년 유엔에 제출한 기후변화 보고서}

북한은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에도 관심을 보인다.
북한은 2011년 환경보호법을 개정, 재생에너지 도입을 강조한 데 이어 2013년 8월에는 ‘재생 에네르기(에너지)법’을 제정했다.
2013년 11월 북한은 전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매년 1만 대 이상의 소형 풍력발전기를 생산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온실가스 감축은 해외 지원 얻는 수단
지난 2016년 4월 20일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가운데)이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정 서명식 참석 차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차량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YTN 캡처]

지난 2016년 4월 20일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가운데)이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정 서명식 참석 차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차량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YTN 캡처]

북한은 기후변화 대응에 비교적 적극적인 편이다.
과거 기후변화협약의 교토의정서에서 제시한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통해 투자 유치를 노리고 있다.
청정개발체제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그 줄인 양을 탄소배출권으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북한으로서는 청정개발체제가 북한 내 에너지 개발사업에 선진국의 지원을 끌어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과거 북한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수력발전소 건설로 대체하고, 이를 통해 생기는 탄소배출권을 체코 회사에 판매하는 사업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등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유엔의 경제 제재 조치에 따라 대북 투자 자체가 어려워 실제 이행되지는 않았다.
 
또,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목적으로 조성된 녹색기후기금(GCF)의 혜택을 얻기 위해 북한은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북한은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리수용 외무상 등이 참석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37.4% 줄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은 1994년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을, 2005년 4월에는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를 비준했다.
또, 2016년 8월 1일 자로 파리기후협정에도 비준했다.
북한이 2016년 유엔에 제출한 2030년 기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배출 전망치 대비 8%를 감축하는 게 목표이지만, 국제사회에서 지원을 한다면 40.25%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이다.

북한이 2016년 유엔에 제출한 2030년 기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배출 전망치 대비 8%를 감축하는 게 목표이지만, 국제사회에서 지원을 한다면 40.25%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이다.

북한은 2016년 8월 파리기후협정에 가입하면서 자발적 국가감축목표(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도 제시했다.

북한은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대비 8%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감축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을 때 북한의 이산화탄소 배출전망치는 2030년 기준 1억8773만t인데, 이를 1억7273만t으로 줄이겠고 약속한 것이다.
 
북한은 또 국제적인 지원이 있으면 배출량을 32.25%(6055만t)를 더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발적인 감축 8%와 조건부 감축 32.25%를 더하면 배출전망치 대비 40.25%, 즉 1억1218만t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추가 감축에 대한 조건이다. 
국제사회가 2000㎿ 원전 건설, 1000㎿의 태양광 시설, 500㎿ 규모의 해상 풍력, 500㎿ 규모의 해안 풍력,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 등을 지원해준다면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0㎿라면 발전용량이 1000㎿인 신고리 원전 1호기 2개 규모에 해당한다.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가 지원해서 부족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또, 지원을 받지 못해도 온실가스 감축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지구 환경문제에 협력하는 '정상 국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면 나쁠 게 없다.
북한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는 그런 '허세'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05년 에너지 소비 분야에서 7339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으나, 2015년에는 배출량이 2250만t으로 급감했다.
에너지 분야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005년 3.26t에서 2015년 0.9t으로 줄었다.
북한의 1인당 배출량은 세계 평균치인 4.4t에 크게 못미치고, 아프리카 평균 0.96t보다 적다.
 
반면 남한은 에너지 분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05년 4억4891t에서 2015년 5억8600만t으로 증가했다.
1인당 배출량도 9.3t에서 11.58t으로 늘어났다.
 
남북한 기후 협력하면 '윈-윈'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환경재단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주최로 열린 신(新) 남북시대 지속가능한 에너지ㆍ환경 협력방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의 발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환경재단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주최로 열린 신(新) 남북시대 지속가능한 에너지ㆍ환경 협력방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의 발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지난 2015년 유엔에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7% 줄이겠다"는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2030년 배출 전망치 8억5080만t에서 3억1480만t(37%)을 줄여 5억3600만t만 배출하겠다는 내용이다.
 
당초에는 3억1480만t 중 2억1880만t(전체의 25.7%)은 국내에서, 9600만t(11.3%)은 해외에서 줄이기로 했다.
최근 정부는 국내 감축량을 2억7650만t(32.5%)으로 비중을 늘렸다.
나머지 3830만t(4.5%)은 해외에서 줄이거나 산림흡수를 통해 줄이기로 했다.
 
해외 감축은 한국 정부나 기업이 해외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투자하고, 거기서 줄인 온실가스의 양 만큼 혹은 일부를 '배출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리 기후협정의 '신기후체제' 하에서는 개발도상국도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므로 배출권 확보가 쉽지 않다.
더욱이 한국이 일정량을 해외에서 감축한다는 게 알려져 있기 때문에 대외 협상력도 떨어지는 편이다.
이번에 정부가 해외 감축량을 줄이고 국내 감축량을 늘린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런 상황에서 만일 북한과 화해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이 3830만t의 감축 사업을 다른 나라가 아닌 북한에서 진행할 수도 있다.

북한이 추가로 줄일 수 있다는 6055만t과 한국이 외국에서 줄여야 할 3830만t이 맞아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앙대 경제학부 김정인 교수는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기는 쉽지 않지만, 에너지 효율 제고나 풍력발전 시설 설치 등은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며 "한국에도, 북한에도, 그리고 지구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윈(Win)-윈-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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