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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재능을 낭비하느냐고?

김하나의 만다꼬
 
스티븐 킹은 저서 『유혹하는 글쓰기』에 이렇게 쓴 바 있다. 눈부신 소설 『앵무새 죽이기』를 쓴 후로 거의 아무런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던 하퍼 리 등 과작했던 작가들에 대해 한 말이다.  
 
“조금 쓰는 것도 좋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에 대하여 두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그들이 책을 쓰는 데 걸린 시간은 모두 얼마 정도였을까?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무엇을 할까? 뜨개질을 할까, 교회에서 바자회를 개최할까, 양자두를 숭배할까? 내가 너무 꼬치꼬치 따지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정말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 신이 자신에게 어떤 일을 할 능력을 주었는데 어째서 그 일을 안 하는 것일까?”  
 
스티븐 킹은 지금까지 500편 이상의 소설을 발표했으며 1999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가도 곧 번복하고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글쓰기는 놀이에 가까우며 글을 안 쓰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럽다”는 그로서는 저런 의문을 가질 만도 하다.  
 
나도 십여 년 전 스티븐 킹의 의문과 비슷한 뜻이 담긴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것은 전 회사 동료가 던진 “왜 재능을 낭비해?”라는 물음이었다. 당시 나는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일감은 떨어지지 않고 이어졌지만 나는 일을 많이 받지는 않으려고 했다. 적당히 먹고 살고 여행 다닐 수 있을 정도로만 벌었다.  
 
대신 일하지 않는 시간을 많이 확보해 충실히 쓰고 싶었다. 프로젝트를 하나 끝내고 나면 여행을 가고, 미루어둔 책들을 읽고, 전시를 보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많이 가졌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사람답게 살던 아주 행복한 시기였다. 그러다가 그 질문을 받았다. “왜 재능을 낭비해?”  
 
회사로 들어오라는 제안들도 있었으니 높은 직급과 연봉을 누릴 수 있는데, 왜 직급도 4대 보험도 없는 프리랜서로 지내며 ‘그렇게’ 사냐는 거다.  
 
‘그렇게’에는 여러 의미가 포함될 것이다. ‘남들 보기에 번듯하지 못하게’ ‘돈을 많이 벌어서 네 회사를 차릴 정도도 아니면서’ ‘안정된 미래를 위한 기반도 없이’ 등등. 처음 그 질문을 받았던 날을 기억하는 건 이후로도 내가 그 질문에 대해 많이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 잘 살고 있는 걸까, 적당히 일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내가 도달한 결론은 이랬다. ‘그렇게’ 사는 것까지가 나의 재능이다. 남들 보기에 번듯한 직함을 유지하려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시간을 희생시켜 가면서, 안정된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현재의 충만한 삶을 희생하기 싫어하는 성향까지가 모두 나의 ‘재능’에는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내 재능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쓰고 있었다.  
 
앞서 말했던 작가 하퍼 리는 『앵무새 죽이기』의 어마어마한 성공-퓰리처상 수상, 그레고리 펙 주연의 영화화, 미국 국회 도서관 선정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위 등등-에 압도되어 은둔을 택했다. 다음 작품을 쓰려고 시도도 했지만, 거의 완성하지 못했다. 굉장한 베스트셀러를 수도 없이 써낸 스티븐 킹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나, 그녀의 재능은 그것까지를 포함한 것이다.  
 
각자 자신의 깜냥에 따른 삶을 산다. 왜 재능을 낭비하느냐는 질문은 아무래도 오지랖 같다. 상대는 저 위대한 『앵무새 죽이기』를 쓴 사람이라고!  
 
브랜드라이터.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 진행자. 『힘 빼기의 기술』을 쓴 뒤 수필가로도 불린다. 고양이 넷, 사람 하나와 함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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