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가게 주인과 종업원, 손님이 혼연일체가 되는 곳

 이지민의 “오늘 한 잔 어때요?” <56> 남영동 이자카야 ‘쯔쿠시’
 
‘이자카야(いざかや)’란 서민을 위한 대중적인 술집을 일컫는다. 일본인이 꼽는 이자카야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간미와 따뜻함이다. 가게 주인과 종업원, 손님이 함께 어우러져 세상 이야기를 나누며 정겹게 어울릴 수 있어야 진정한 이자카야라고 말할 수 있단다. 일본의 술 만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그런 모습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이자카야가 많다. 오늘 소개할 곳은 서울에서 가장 일본적인 이자카야로 꼽히는 ‘쯔쿠시(Tsukushi)’다. 일본인 주재원들은 입을 모아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일본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한국 속 작은 일본’이라고도 불린다.  
 
숙대역 6번 출구에서 정면으로 150m 정도 죽 걷다 기업은행 골목에서 좌회전하면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았다.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벽마다 사인과 메시지를 담은 액자가 빼곡하게 걸려있다.  
 
공간은 1~2층 합쳐 36인석으로 아담한 편.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80년 된 2층짜리 목조 건물이 뼈대다. 다다미와 테이블이 있는 1층을 지나 작고 좁은 계단을 총총 오르다 보면 다다미방이 나온다. 다락방에는 이 가게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건물 뒤에도 근사한 공간이 있는데, 봄에 격자무늬 창문을 열면 벚꽃나무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잎을 볼 수 있다.  
 
‘쯔쿠시’는 일본에서 봄에 가장 먼저 싹이 나는 봄나물을 일컫는다. 일본에서는 이 새싹을 살짝 데쳐서 가쓰오부시를 뿌려 먹는다. 신응례(52) 사장은 “원래는 최고봉을 의미하는 ‘텐구마이(天狗舞·하늘 높은 줄 모른다)’라고 지으려 했어요. ‘도도하다’는 뜻으로 맛으로 승부하고, ‘입소문으로 손님을 끌자’는 의미를 담으려 했었죠. 그런데 가게 오픈을 앞두고 인테리어 공사 중에 가게 입구에 뿌리를 박고 자리잡은 감나무에서 싹이 나는 걸 보았어요. 죽은 줄 알았던 나무에서 싹이 나는 걸 보고 신기하게 생각한 일본인들이 이를 ‘쯔쿠시’라고 불렀습니다. 봄나물처럼 입맛을 돋우는 음식을 선보이겠다는 뜻을 담게 되었죠.”  
 
그는 ‘쯔쿠시’의 얼굴이자 소울(Soul)이다. 포스가 남달라 한 눈에 ‘아 저 분이 사장님이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장부 같지만 후덕한 인심과 정이 넘쳐 팬이 많다. 일본어도 유창해 일본인 단골도 많다. 주방과 홀을 넘나들며 손님을 챙기는 그녀의 존재는 가게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감나무처럼 손님들 마음 속 깊이 뿌리 박고 있다.  
 
한 때 일본 여행 가이드를 했었고, 일본에 인맥도 많던 그는 후쿠오카의 작은 마을에서 먹은 가정식 요리에 반해 주점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일본인 주방장과 함께 진짜 일식을 선보이기 위해 오랜 세월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는 재일교포인 아키라 셰프가 주방을 맡고 있다. 쯔쿠시에서 18년 간 일해온 그는 뛰어난 음식 솜씨로 일본인 단골들을 사로잡고 있다. 소박한 가정식부터 일본 현지식, 주당을 위한 안주까지, 어느 음식 하나 허투루 내놓는 법이 없다.  
 
‘손님들은 무조건 푸짐하게 드시게 해야 한다’는 사장님 철학 덕분에 이 곳에 갈 때면 ‘과식’을 작정해야 한다. 게다가 술 천국이다. 80여 종의 사케와 일본 소주 등을 갖췄다. 일본인조차 놀랄 정도로 비싸고 희귀한 술도 많아 골라 마시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곳을 대표하는 술은 1800ml 용량의 댓병. 혼자 마시기엔 양이 많아 주당들은 팀을 짜서 달려오곤 한다. 먹다 남겨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3개월간 보관 가능해 1층 한쪽 벽에는 이름 붙은 술들이 주르륵 늘어서있다.  
 
오랜만에 내로라 하는 업계의 주당들과의 만남이 잡혀 쯔쿠시로 향했다. “사장님 오늘은 작정하고 마실거니 댓병 내주시고요, 안주도 풍성하게 부탁합니다.”  
 
기본 찬으로 아스파라거스와 마구로, 간장에 졸인 참치, 마즙이 세팅됐다. 첫 메뉴는 ‘4색 끈적끈적’. 한 접시에 담겨 나오는 재료들이 이름처럼 끈적한 실이 나오는, 몸에 이로운 것들이다. 낫또와 마, 모즈쿠와 오쿠라가 담겨 나온다. 모즈쿠는 실처럼 가늘고 끈적이는 해초류. 완도의 바위에서 나며 일본으로 전량 수출되는데, 이를 역으로 수입해 쓴다. 오쿠라는 고추처럼 생긴 일본산 채소. 화천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공수해온다. 재료를 잘 섞어 맛보면 담백한 낫또와 꼬들꼬들한 모즈쿠, 마의 부드러움, 오쿠라의 아삭이는 식감이 ‘끈적한’ 조화를 이룬다. 접시를 들고 젓가락으로 후루룩 후루룩 마시게 되는데, 속을 부드럽게 채워주고 위를 부드럽게 코팅해준다. 술을 많이 마시는 날엔 필수 안주다.  
 
다음은 ‘1인 사시미’. 단새우·참다랑어·문어·성게알·초고등어·광어·도미·성게알 등이 나오는데, 그때그때 신선한 재료로 구성한다. ‘얇게 썬 광어회’는 복어처럼 아주 얇게 썰어낸다. 함께 나오는 파와 해삼 내장을 올린 뒤 폰즈 소스에 곁들여 먹는다. ‘아구간’은 직접 만든 폰즈 소스에 올려 내는데, 팬이 많다. 이어 나온 ‘계란명란말이’와 ‘가지 미소된장’은 맥주 안주로도 훌륭하다. 사장님은 “계란말이가 맛있어야 그 집 요리가 맛있다고 할 수 있죠”라며 웃는다. ‘가지 미소된장’은 구운 가지에 미소 된장을 발라 내는데, 부들부들하고 촉촉한 식감이 일품이다.  
 
사장님이 강추한 댓병 ‘키슈 호마레’는 바닥을 보인지 오래. 호랑이가 그려진 ‘아키토라’를 들고 다시 잔을 채운다. 오사카 전통 음식인 ‘우나기 도지’는 장어에 계란을 올려 자작하게 조려냈다. ‘도미머리 조림’도 별미인데, 둘 다 소스가 맛있어서 밥을 시켜 비빈 뒤 남김없이 먹어 치우게 된다.  
요즘 인기인 감자고로케는 하루에 120개만 만드는 한정 메뉴로, 양파·돼지고기·감자를 갈아 만든다. 대망의 마무리는 쯔쿠시 짬뽕으로 불리는 ‘슈퍼짬뽕’! 돼지뼈로 육수를 낸 뒤 해산물을 듬뿍 올려내는데, 진하고 담백한 국물이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통실통실한 식감의 우동면이 들어가는데, 나가사끼 짬뽕을 우동 버전으로 즐기는 느낌이다.  
 
신나게 먹다 보니 벽에 붙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10년 단골입니다. 맛과 멋이 있는 곳! 20년 뒤에도 함께 합시다!” 불황으로 문 닫는 집이 많다는 요즘. 한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주점이 고맙기만 하다.  
 
‘대동여주도(酒)’와 ‘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 콘텐트 제작자이자 F&B 전문 홍보회사인 PR5번가를 운영하며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 있다. 술과 음식, 사람을 좋아하는 음주문화연구가.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