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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년은 60세인데 국민연금 내는 건 65세까지? 반발 클 듯

한국의 초저출산과 세계 최고의 고령화, 저성장 고착화는 국민연금에 최대의 적이다. 셋 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민연금 재정재계산 관련 3개 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이후 숨가쁘게 움직였다.
 
세계 유일의 0명대 초저출산을 보면 재정 안정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의 노인 빈곤율을 보면 소득 보장 회복에 중심이 기울었다. 2013년 3차 재정재계산 때 크게 손대지 않았는데, 이번 4차에서 그 부담까지 떠안았다. 또 2007년 국민연금법 개정 때는 재정 안정에만 매달렸다. 소득대체율을 60%에서 2028년까지 40%로 낮추고, 수령 개시 연령을 60세에서 2033년까지 65세로 늦췄다. 보험료 인상 반발이 무서워 상대적으로 손쉬운 개혁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1988년 70%이던 소득대체율(노후연금 지급률)이 40%로 떨어지는 데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 안정보다 연금 기능 복원을 중시한다. 문 대통령은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자고 주장했다. 이번 4차 재계산 때는 ‘용돈 연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난히 컸다.
 
국민연금은 보험료와 운용 수익이 재원이다. 634조원 가운데 304조원이 운용수익이다.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을 두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개입이 드러나 불신이 커진 상태다. 두 위원회는 재정 안정에 필요한 보험료 인상을 1.8~4%포인트 제시했다. 건강보험료 인상은 의료 혜택을 체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국민연금 수령은 20~30년 후 미래여서 보험료 인상이 여간 어렵지 않다. 2020년 이후 총선·대선이 이어지기 때문에 더 힘들어진다.
 
 
연금 개시 연령, 5년마다 한 살씩 늘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국민연금 장기 재정 추계는 70년을 잡는다. 그때까지 견디려면 보험료를 2028년 또는 2033년까지 9%에서 13%로 서서히 올린다. 이걸로 부족해 2033년부터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5년마다 한 살씩 늘려 2048년에 68세로 올린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65세로 늦추는 것도 불만인데, 68세로 늦추면 연금을 얼마 못 받고 숨져서 도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까지 평균수명(2016년 82.4세)이 늘어나도 불만을 잠재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보험료 의무 납입(가입 상한) 연령을 65세로 늦췄다. 이러면 유불리가 생긴다. 60세가 넘어도 연금 수령 최소가입기간(10년)을 못 채워 일시금으로 받는 사람이 많다. 이들이 어떡하든 보험료를 내게 되면 평생 연금을 확보하게 된다. 게다가 지금의 제도는 ‘덜 내고 더 받게’ 설계돼 있어 보험료를 더 오래 내면 유리하다. 이 때문에 연금 재정에는 마이너스다.
 
반면에 은퇴해 소득이 없는데 60세 넘어 보험료를 강제로 내기가 쉽지 않다. 60대가 대개 소득이 적은 일을 하는데 거기서 보험료를 떼는 게 달가울 리가 없다. 직장인일 경우 회사가 보험료를 절반 내야 해서 채용 기피 요인이 될 수 있다. 젊은층의 국민연금 불신이 더 깊어질 것이다.
 
 
유럽 국가들 연금 받게 되는 나이가 정년
 
가입 상한 연령을 올려도 직장이 없거나 사업에 실패해 소득이 없으면 납부예외자가 되거나 최악의 경우 미납해도 된다. 강제 징수는 거의 드물다. 사정이 좋아지면 밀린 보험료를 한꺼번에 추후 납부하는 길이 열린다. 연금 늘리기에 매우 유용하다. 선진국은 대부분 연금 수령 개시 시기를 65세로 늦췄다. 더 늦추는 데가 많다. 덴마크는 2022년까지 67세로, 아일랜드는 2028년 67세로 늦춘다. 연금 개시가 정년이다. 따로 정년이 없다.
 
한국은 2007년 연금개혁을 하면서 연금 개시 연령을 65세로 늦췄고, 그 이후 정년을 60세로 잡았다. 5년 격차가 있는 기형적인 상태다. 용케 정년을 해도 소득 공백기를 최대 5년 견뎌야 한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고 2015년 말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계획(2016~2020년)에서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늦추겠다고 밝혔으나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연금 수령 개시를 68세로, 가입 상한을 65세로 늦추려면 반드시 정년 연장이 따라가야 한다.
 
또한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최소한 10년 보험료를 내야 한다. 아니면 일시금으로 받는다. 연금 수령보다 훨씬 손해다. 이번에 이걸 5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2015년에만 2만1208명이 10년을 못 채워 일시금으로 받았다. 5년으로 줄이면 매년 2만~3만 명이 연금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향후 5년간 17조원이 들어간다. 독일의 최소가입기간은 5년, 일본은 10년이다.
 
보험료 산정 소득 상한을 내년 7월 468만원에서 522만원으로 올린다. 이로 인해 보험료가 올라간다. 이보다 노후 연금액 인상 효과가 더 크다. 지금 제도가 최소한 낸 돈의 1.4배를 받게 돼 있어서다. 소득 상한을 그동안 오래 묶어놔 20년 가입해 봤자 평균 연금액이 90만원밖에 안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공무원연금 상한액(835만원)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내년에 이렇게 올린 뒤 미국·일본·독일처럼 임금상승률에 연동해 올린다. 전체 가입자 3년치 평균소득(A값)에 연동하는 지금 방식보다 유리하다.
 
 
유족연금 27만원 벗어난다
 
이번에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 등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노력이 많이 반영됐다. 특히 정 의원의 최소가입기간 축소, 유족연금 차등 산정 폐지 등의 법안이 바탕이 됐다. 유족연금은 사망한 배우자의 연금가입기간이 10년이 안 되면 40%밖에 안 된다. 평균 유족연금이 10년 이상 동안 27만원을 벗어나지 못해 특히 여성 미망인들의 노후 빈곤을 해소하지 못한다. 이번 안에 따라 연금가입 기간 차등 없이 60%로 통일하면 사망한 배우자의 월소득이 220만원일 경우 유족연금이 20만원에서 42만원으로 뛴다.
 
또 보험설계사·캐디·학습지교사 등 9개의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직장가입자로 전환한다. 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부담한다. 분할연금 자격이 혼인기간 5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지난해 기준으로 2만4000여 명이 혜택을 본다.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도 폐지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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