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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 쪽방, 주민 740명에 돌봄 간호사는 한 명뿐

쪽방촌 실태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소방서 소방관이 남대문쪽방촌 입구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폭염에 물은 15분도 지나지 않아 모두 말라버렸다. [김경빈 기자]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소방서 소방관이 남대문쪽방촌 입구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폭염에 물은 15분도 지나지 않아 모두 말라버렸다. [김경빈 기자]

쪽방은 1960년대부터 형성됐다. 산업화와 함께 저임금 일용직 노동자들이 도시로 대거 유입되면서 이들이 묵는 거처로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돈이 부족해 하나의 방을 쪼개 쓴다는 데서 쪽방이란 단어가 생겨났다는 게 정설이다. 이후 쪽방은 도시 빈민들이 노숙 상태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마지막 잠자리 안전망이란 평가 속에 재개발 열풍 속에서도 반세기 동안 근근이 명맥을 이어 왔다.
 
현재 쪽방촌은 전국에 16곳 정도 형성돼 있다. 이 중 쪽방상담소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 곳은 10곳이다. 서울 5곳과 부산 2곳, 대구·인천·대전 1곳씩이다. 이들 10개 쪽방상담소가 맡고 있는 주민은 총 5748명. 서울 동자동쪽방상담소가 1003명으로 가장 많고, 대구쪽방상담소와 서울 남대문쪽방상담소도 760명과 740명으로 적지 않은 주민을 돌보고 있다. 남성이 4734명으로 여성 1014명보다 네 배 이상 많다.
 
 
한번 들어오면 나가길 두려워해
 
남대문쪽방상담소의 경우 남대문경찰서 뒤편과 연세빌딩 뒤편, 회현동과 중림동 지역 등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868개 쪽방을 도맡고 있다. 빈방도 100여 개나 된다. 쪽방 주민 740명의 42.0%인 311명이 기초생활수급자다. 이들은 월 최대 73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25만~30만원의 월세를 선불로 내며 쪽방에 거주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그나마 사정이 괜찮다. 문제는 지원금도 적고 몸이 불편해 일하기도 쉽지 않은 차상위계층이다. 이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틈틈이 공공근로 등을 나가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정수현 남대문쪽방상담소장은 “50여 명은 거동도 쉽지 않아 봉사기관 등과 연계해 최대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쪽방엔 거의 혼자 살고 있다. 방도 한 평 남짓할뿐더러 가족들과도 연락이 끊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령별로는 50대가 287명, 60대가 202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며, 70세 이상도 96명이나 된다.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196명. 부부 세대는 네 가구에 불과하다. 이들은 말 그대로 쪽잠을 자야 하는 형편이다. 3인 가구는 전혀 없다. 장애인 등록자도 43명에 달한다.
 
쪽방촌 주민은 거의 대부분 10년 넘은 장기 거주자들이다. 30년이 넘은 주민도 적잖다. 유동인구는 10%에 불과하다. 이대영 남대문쪽방상담소 사회복지사는 “한번 들어오면 다시 나가는 데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큰 것 같더라”며 “현실적으로도 달리 갈 곳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곳을 삶의 마지막 안식처로 삼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지원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남대문쪽방상담소에는 사회복지사 두 명과 간호사 한 명 등 총 여섯 명이 근무하고 있다. 직원 한 명당 주민 123명꼴이다. 정 소장은 “서울시에서 나름 신경을 쓰고 있긴 하지만 필수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남대문쪽방상담소 간호사는 “주민 대부분이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는데 혼자 740명을 돌봐야 하다 보니 정말 급한 환자만 챙기기에도 벅찬 실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현장에서는 “인력을 좀 더 효과적으로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남대문쪽방상담소의 경우 호흡기 질환자 등 폭염에 집중 관리를 필요로 하는 요보호 대상자가 45명으로, 서울시내 쪽방상담소 다섯 곳 중 가장 많지만 간호사는 다른 상담소보다 적은 한 명뿐이다. 쪽방상담소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보건복지부 관할로 설치된 뒤 점차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됐으며, 현재는 광역단체가 민간 단체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 서울 쪽방상담소 다섯 곳의 간호사도 서울시에서 예산을 지원받는다.
 
정신건강 상담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실제로 노숙인 지원센터에는 정신보건사회복지사가 배치돼 있는 반면 쪽방상담소는 전무해 사회복지사가 정신건강 상담까지 맡고 있다. 정 소장은 “주민들의 육체적 건강과 정신건강을 함께 챙기는 게 쪽방촌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망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쉼터 등 공용 공간을 확충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기후 약자’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기초단체에서 운영하는 자원봉사센터도 쪽방촌 주민 등 소외계층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 중구자원봉사센터는 올해 기록적인 폭염을 맞아 민간 기업과 학교 자원봉사자들과 관내 복지 사각지대 주민들을 연결해 주며 도움의 손길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김인영 중구자원봉사센터 팀장은 “일회성 반짝 관심을 넘어 보다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기업 등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활을 도와주면 지역사회와 기업이 상생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정부도 취약계층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특별재난에 준해 폭염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이후 관계부처들도 잇따라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폭염이 올해로만 끝날 게 아닌 만큼 자연재난에 포함시켜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8월 임시국회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대상에 폭염이 포함되도록 법 개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쪽방 주민뿐 아니라 소방대원과 공공근로자 등 이른바 ‘기후 약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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