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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USB 꽂아 정보 업로드? 인간, AI 따라잡을까

지난 9일 서울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TED-KFAS에서 천명우 예일대 교수가 ‘인간두뇌 vs AI’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지난 9일 서울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TED-KFAS에서 천명우 예일대 교수가 ‘인간두뇌 vs AI’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컴퓨터 메모리 속에 연산장치를 넣어서, 데이터 이동시간을 줄여 보면 어떨까요.” 석민구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가 제안한 새로운 연산 프로세서 개념이다. 현재의 컴퓨터 내부에는 연산장치와 메모리가 구분되어 있다. 그래서 두 장치 사이에 데이터 이동이 빈번하여, 이것이 계산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컴퓨터 구조를 뛰어넘는 ‘파괴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 9일 서울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KFSA)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TED-KFAS에서 나온 기발한 아이디어다. KFAS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석 교수를 비롯, 하버드대·스탠퍼드대·MIT·예일대·존스홉킨스대·시카고대 등 해외 유명 대학과 서울대·포스텍 등 국내 대학 석학 12명이 발표자로 참석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부문에 대한 중국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컴퓨터 능력을 향상시키는 연구는 특히 큰 관심을 끌었다. 반도체 산업은 손톱만 한 크기의 칩 속에 얼마나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어넣느냐의 집적도 경쟁이다. 박지웅 시카고대학 교수는 “종이접기 놀이 방식처럼 처음에는 평면에서 시작하여 접어 올리자”는 제안을 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반도체는 회로의 선폭이 10나노 이하로 내려왔다. 이러한 칩 내부의 전기선은 수십 개의 원자가 뭉쳐서 전기선을 만든다. 계속 집적도가 올라가면 결국 전기선에 몇 개의 원자가 있는 정도까지 될 수 있다. 이러한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재가 나와야 하고, 회로의 패턴을 만드는 광학기술이 향상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와 같은 회로를 입체로 쌓아 올려야 하는 문제가 있다. 현재 반도체는 회로를 평면에만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위로 쌓아 올려서 집적도를 높이고 있다. 전기선에 원자가 3개밖에 없다면, 입체로 쌓아 만드는 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박지웅 교수의 제안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포스텍의 염한웅 교수는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10년 안에 다가올 한계를 돌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염 교수는 솔리톤(Soliton)이라는 아주 파괴적인 방식을 제안했다. 이 방식을 따르면 전자의 웨이브가 전달되기 때문에 전자의 손실이 없다고 한다. 또한 2진수 계산뿐 아니라 4진수 계산도 가능하게 해 준다. 솔리톤이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극저온을 유지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만약 상온에서 작동 가능한 물질을 발견하게 되면 반도체 역사는 다시 쓰이게 될 것이다.
 
 
사람의 생각 컴퓨터가 파악하는 방법
 
TED-KFAS에선 뇌와 컴퓨터 사이의 융합을 통한 인터페이스에 관한 강연도 흥미를 끌었다. 신체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타인의 도움 없이도 음식물을 먹고 화장실에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고민이다.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이 생각하는 내용을 컴퓨터가 파악하여 대신 작동해 주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뇌의 신호를 추출해서 해석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뇌가 사물을 기억하고 작동한다고 하는 것은 시냅스가 뇌세포 사이를 연결하고, 이 연결을 통하여 전기 신호가 흐른다는 뜻이다. 따라서 뇌 신호를 추출한다는 것은 전기 신호를 측정한다는 것이다.
 
뇌 신호를 추출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뇌파 측정이다. 우리의 뇌 속에는 약 1000억개의 뇌세포가 있다. 뇌파를 측정하는 EEG 장비의 센서(채널) 개수는 제한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64개 채널을 사용한다. 이 말은 1000억 개의 뇌세포 신호를 64개로 측정한다는 것이다. 센서 하나에 들어오는 신호는 수억 개의 뇌세포 신호가 섞여 있다는 뜻이다. 센서 개수를 수억 개로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극복하기 어려운 근원적인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은 소프트웨어로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신호를 분리해 꼭 필요한 것만 골라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신체가 마비된 장애인이 TV를 켜고 채널을 돌리는 일을 초보적인 수준에서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둘째로는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이용하는 것이다. 뇌가 눈을 통해서 본 영상을 컴퓨터가 재구성해내는 유명한 논문의 저자인 천명우 예일대 교수는 fMRI와 관련된 발표를 했다. fMRI는 뇌 속의 각 영역이 활성화되는 모습을 촬영한다. 사과를 보고 있을 때와 복숭아를 볼 때의 fMRI 사진은 서로 다르다.
 
fMRI는 뇌 속의 산소 소비량을 측정한다. 혈관 속에서 산소를 포함하고 있는 헤모글로빈의 농도를 측정하면 뇌 속의 구조를 알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암이 있다고 하면, 암세포는 활발하게 증식하는 세포이기 때문에 산소를 많이 소비할 것이다, 당연히 헤모글로빈 농도가 높아진다. 특이하게 농도가 높아진 부분은 암세포가 있다고 의심하게 된다. 이것이 fMRI를 이용한 뇌암 진단의 기본원리다.
 
뇌 신호 추출방법에는 뇌 속에 전자 칩을 심는 방식도 있다.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는 이에 관한 내용을 실현하는 장면을 보여 주었다.
 
전신이 마비된 장애인이 머리에 칩을 심어서, 머리에 전깃줄을 달게 한다. 장애인은 물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뇌 속의 칩이 이 신호를 추출하여 로봇에게 전달한다. 로봇이 물컵을 잡아서 장애인의 입에 가져가고, 장애인은 물을 마신다. 이런 방식으로 장애인은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뜻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지금 현재는 1000억 개나 되는 뇌세포들의 자세한 위치와 연결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뇌세포들의 모습을 나타내는 지도를 그려내는 연구를 커넥톰(Connectome)이라 부른다. MIT의 정광훈 교수는 이러한 커넥톰 연구를 소개했다. 만약 모든 뇌세포의 위치와 연결 상태, 그리고 기능을 알게 되면, 마치 휴대폰을 수리하듯이, 뇌 속의 고장을 고칠 수 있게 될 것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인간과 인공지능 격차
 
이날 TED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도 소개됐다.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를 보면, 인간은 AI를 당해 내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과 컴퓨터 사이엔 너무나 불평등한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 받은 1.4㎏짜리 뇌가 기억·계산·학습·추론·창의·감성처리 등의 모든 일을 한다. 일단 타고나면 능력은 그다지 확장되지 않는다.
 
그런데 컴퓨터는 능력을 거의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다. 병렬처리 기법에 의해서 계산 속도가 증가하고 있고, 클라우드 방식에 의해서 기억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효율적인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이처럼 불평등한 게임이 계속되면 결과는 뻔할 것이다.
 
그래서 앨런 머스크가 세운 회사가 뉴럴링크(Neuralink)다. 이 회사는 신경회로와 전자회로의 연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체회로와 전자회로가 신호를 주고받으면, 뇌의 능력이 확장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컴퓨터 기억장소를 확장하기 위해서, USB나 외장 하드를 사용하듯이, 외부에 보조기억장치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서 뇌에 연결부위를 만들고, 이곳에 USB를 꽂아서 정보를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하는 것이다.
 
고 최종현 전 SK회장 “100년 내다보며 … ” 한국고등교육재단 설립
TED-KFAS를 주최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은 SK그룹 고 최종현 회장이 44년 전인 1974년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세계적 수준의 학자를 양성하고 학술발전을 통한 국가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세워졌다. “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인간을 심는다”는 고 최종현 회장의 교육철학이 기초가 됐다. 생전에 고 최 회장은 “자원과 자본 그리고 기술이 없는 우리나라는 인재양성만이 국가부흥의 길”임을 강조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의 가장 큰 성과는 해외유학 장학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기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지도하고 학비 및 생활비를 모두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사회과학, 자연과학, 동양학, 정보통신 분야에서 727명의 박사학위자를 배출했다. 이 중 300여 명은 국내 대학 교수로, 100여 명은 미국 등 해외 주요 대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수학하고 있는 학생도 180여 명에 이른다. 재단이 지금까지 지원한 장학생은 3600여 명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재단 이사장을 맡은 후인 2000년부터는 국제학술사업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균형 있는 학술 발전과 상호이해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국 11개를 포함, 아시아 8개국의 유명대학에 총 18개의 아시아연구센터(Asia Research Center)를 설립했다. 또 국제학자교류지원사업(ISEF)을 통해 900명 가까운 아시아 학자들의 방한연구를 지원했다.
 
2004년부터는 중국 베이징·푸단대학과 함께 베이징·상하이포럼을 열고 있다. 이 밖에도 아시아 7개 기관과 아시아미디어포럼, 두만강포럼, 동북아시아포럼, 국제유학포럼, 동남아문화가치포럼 등을 공동개최하고 있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인공지능과 퍼지이론, 바이오정보, 미래예측 전문가다. 사단법인미래학회장과 국회미래연구원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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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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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