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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히딩크 연봉 30억 영입 제안 … K리그도 일 좀 합시다”

[스포츠 오디세이] 조태룡 강원 FC 대표의 도전 
조태룡 강원 FC 대표는 ’뮤지컬이 최고의 융복합 문화 콘텐트였다면 축구는 여기에 첨단 IT 기술까지 더해진 극강의 콘텐트다. K리그도 프리미어리그 같은 고품질 중계를 할 수 있고, 수천만달러 이적료를 안겨줄 스타를 키워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조태룡 강원 FC 대표는 ’뮤지컬이 최고의 융복합 문화 콘텐트였다면 축구는 여기에 첨단 IT 기술까지 더해진 극강의 콘텐트다. K리그도 프리미어리그 같은 고품질 중계를 할 수 있고, 수천만달러 이적료를 안겨줄 스타를 키워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지난 한 달간 사람들은 러시아 월드컵에 푹 빠져 살았다. 축구는 세계인이 중독된 최고의 스포츠 콘텐트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프로축구 K리그는 갈수록 관중이 줄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지난 4월 11일 대구월드컵경기장(6만6422석)에서 열린 K리그 대구 FC와 울산 현대의 경기는 477명이 입장했다. K리그(1부) 상반기 경기당 평균 관중은 5370명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해부터 입장료를 내고 들어오는 실관중만 집계하는 바람에 숫자가 줄었다”고 한다.
 
프로축구를 방송으로 보기도 쉽지 않다. 5개 스포츠 전문 채널은 프로야구 전 경기를 중계한다. 일본은 이니에스타(스페인)를 데려왔고, 중국은 히딩크를 모셔온다고 한다. K리그는 이미 태국 프리미어리그에 밀렸고, 베트남에도 추월당하기 직전이다.
 
조태룡(53) 강원 FC 대표는 이 같은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7년간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단장을 맡았던 그는 100개의 서브 스폰서를 유치해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의 살림을 탄탄히 지켰다.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삼성생명에서 전국 보험왕에 오른 적도 있다.  2016년 강원 FC에 부임한 조 대표는 2부리그 하위권 팀을 1부로 승격시켰다. 그해 겨울에는 이근호·정조국 등 스타들을 폭풍 영입하며 뉴스의 중심에 섰다.
 
조 대표는 “스포츠의 본질은 문화 콘텐트 제조업이다. 돈 가진 사람들이 K리그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판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욕을 먹게 마련인데 프로축구연맹은 욕 먹는 게 두려워 일을 하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K리그는 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조 대표를 만났다.
 
 
연맹 잉여금 200억원 왜 갖고만 있나
 
강원 FC가 올해 세르비아에서 영입한 제리치(26)는 17골로 K리그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적료와 연봉을 합쳐 약 6억원에 데려온 제리치는 유럽이나 중국으로 옮길 경우 100억원대 이적료를 강원 구단에 남길 것으로 기 대된다. [사진 강원 FC]

강원 FC가 올해 세르비아에서 영입한 제리치(26)는 17골로 K리그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적료와 연봉을 합쳐 약 6억원에 데려온 제리치는 유럽이나 중국으로 옮길 경우 100억원대 이적료를 강원 구단에 남길 것으로 기 대된다. [사진 강원 FC]

월드컵에 열광하던 사람들이 왜 K리그 경기장에는 오지 않나.
“K리그가 돈과 시간을 들여서 볼 만한 매력적인 상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연맹에선 ‘왜 관중이 오지 않나’고 구단에 닦달하지만 순서를 잘못 짚었다. 각 팀이 자기 색깔을 갖고 견고하게 성장하는 게 먼저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프로리그와 구단의 생존 요소 중 광고수입이 가장 단기적으로 성과를 볼 수 있는 분야다. 두 번째가 중계권이다. 중계권은 방송사와 연맹이 실무적으로 풀어갈 수만 있다면 의외로 빨리 풀릴 수 있다. 팬을 모으는 건 5년 이상 한 곳에서 집중해야 1만명 이상을 만들 수 있다.”
 
K리그를 방송에서 보기도 힘들고 중계 품질에 대한 불만도 많다.
“내가 지난해 연맹 중계품질향상위원회를 맡아 방송사 실무진과 머리를 맞댔다. 축구는 야구에 비해 중계 장비가 열악하고 인력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게 공통 의견이었다. 카메라 숫자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카메라 놓을 자리도 마땅치 않다고 한다. 골 장면을 잡기 위해 골대 뒤쪽에 카메라를 세우려면 벙커를 파야 하는데 지자체에서 허락을 하지 않는다. 연맹이 ‘좋은 화면을 위해 협조해 달라’는 공문 하나 보내 주면 될 텐데 그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연맹이 중계팀을 만들거나 아웃소싱을 해서 K리그 자체제작을 해야 한다. 좋은 장비와 숙련된 인력으로 K리그 전 경기를 중계하고, 영상을 아카이브(데이터 저장)로 만들고, 이를 가공해 또 다른 콘텐트로 만들어 팔아야 한다. 연맹에 200억원이 넘는 잉여금이 있다. 벌금 받은 것만 25억원이 넘는다. 왜 모으기만 하고 쓰지를 않나.”
 
 
비리 관련 반성하지만 왕따는 없어야
 
조 대표는 프로축구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해 구단 스폰서용 항공권 바우처를 개인 용도로 썼고, 최근에는 인턴 직원에게 개인 용무를 시켰다는 폭로 기사가 연이어 보도됐다. 연맹은 “K리그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켰다”며 징계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불거진 비리 보도에 대한 입장은.
“처신을 바르게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항공권 관련 금액을 강원도에 반납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흐름이 특정인을 왕따시키려는 쪽으로 가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내가 시도민구단협의회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을 연맹에 대한 반기(叛旗)로 보는 것 같다. K리그(1, 2부) 22개 팀 중 13개가 시도민구단이고 나머지가 현대·포스코·삼성 등 기업 운영 구단이다. 시도민구단은 구단주(시장·도지사)의 정당이나 성향에 따라 휘둘리고, 경영의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덩치는 커졌지만 K리그 문제아 취급을 받는 시도민구단의 애로를 논의·전달하고 K리그의 중심으로 세우자는 게 협의회의 취지다.”
 
K리그에서 시도민구단의 위상은.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더 이상 축구단에 투자하지 않는다. 반면 13개 시도민구단이 연평균 70억원 정도를 지자체에서 지원받는다. 이 돈만 합쳐도 연 1000억원이 축구계로 들어온다. 구단에 비전문가가 잠깐 왔다 가는 것을 막으려면  ‘시도민구단 대표는 사법처리를 받지 않는 한 최소 3년은 재임해야 한다’ 같은 규정을 연맹이 만들어야 한다. 또 축구단이 ‘돈 먹는 하마’가 아니라 지역 고용창출과 문화·관광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설득해야 한다.”
 
히딩크 감독 영입을 추진했다던데.
“지난해 9월 히딩크에게 세 차례 편지를 보냈다. K리그 판을 바꿀 도민구단 강원 FC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런데 그 즈음 ‘히딩크 국가대표 감독설’이 흘러나왔다. 안 되겠다 싶어 잠시 중단했는데 이후 정중한 거절의 서한이 왔다. 난 히딩크 연봉으로 30억원 정도를 생각했다. 그 중 10억원은 히딩크가 관중 동원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계산했다.”
 
조 대표는 보험 일을 할 때 갑상샘암으로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이후 ‘덤으로 사는 인생, 신명나고 가치 있는 일을 하자’로 인생관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문화와 산업으로서 축구의 가치를 절감하면서 왜 우리는 못할까 안타까웠다. K리그 총재(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는 사실상 축구 일을 하지 않고, 연맹은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차라리 내게 연맹 총재를 맡겨준다면 K리그의 세계 리그 랭킹을 매년 한 계단씩 올릴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넥센 야구 신화’ 함께 이루고 … 악연이 된 학과 동기 이장석·조태룡
이장석

이장석

조태룡 대표는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인 이장석(사진) 대표와 악연이 있다. 둘은 연세대 금속공학과 85학번 동기다. 2007년 현대그룹이 손을 뗀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하면서 이 대표는 ‘프로야구계 풍운아’가 됐다. 이장석의 요청으로 조태룡은 히어로즈에 들어왔다. “이 대표가 내게 밖에 나가 돈 벌어오는 일만 하라고 했다. 답답했지만 충실히 그 역할을 수행했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조태룡 단장은 2016년 3월 해임됐고, 이 대표는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조 대표는 “나도 히어로즈에 지분(4.88%)을 갖고 있는 구단주다. 내 회사에 배임·횡령으로 손해를 끼친 이 대표에 대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가 옥중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에 대해 안 좋은 소스를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어로즈 지분 67%를 갖고 있는 이 대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574만주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지난 6월 법원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 대표는 히어로즈가 경영난으로 핵심 선수를 팔 수밖에 없었던 2008년, 야구단 지분 40%를 주는 조건으로 재미교포 사업가 홍성은씨로부터 20억원을 빌렸다. 이 계약을 놓고 7년 이상 소송전이 벌어졌다.
 
조 대표는 “내 롤 모델인 존 헨리는 프리미어리그 리버풀과 미국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를 모두 소유하고 있다. 나도 언젠가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구단주를 겸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다.
 
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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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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