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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흑금성의 고백 “베이징에서 장성택 만났다”

박채서

박채서

“이젠 북한과 접촉하지 않는다. 관련 사업도 할 생각이 없다.”
 
영화 ‘공작’의 주인공인 박채서(사진)씨의 말이다. 그는 1993년부터 5년여 안기부 대북공작원으로 살았다. 그러다 대선 이듬해인 98년 그 실체가 공개됐다. 박씨는그때야 자신의 코드네임이 ‘흑금성’이란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10일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공작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한·중 합작 드라마와 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북한에서 가장 자주 만난 높은 사람은 누구인가.
“외화벌이 창구를 노렸다. 장성택을 만났다. 북한과 중국에서 만났는데 베이징에서 더 많이 봤다.”
 
김정일 친서를 받은 적은 없나.
“나는 그들 입장에서 포섭된 사람인데 그런 게 가능하지 않다. 북한을 만나면서 여러 번 시험이 있었다. 최고위층이 나를 시험한다는 점은 더 높은 곳에 보고한다는 거고, 단순히 장성택이 아니라 더 윗선에서 본다는 생각은 했다.”
 
98년 신분이 노출됐는데 위협은 없었나.
“안기부에서 나와 가족들의 신변 보호를 했다. 그러던 중 (얼마 되지 않아) 북한이 조총련으로 보내는 전문이 입수됐다. 북한에서 나에 대한 개인적인 보복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때부터 안기부 요원들이 신변 보호를 중단하고 철수했다. 그래도 불안했기 때문에 내가 직접 중국으로 가서 북측과 접촉했는데 그때 안기부가 확보한 전문과 같은 내용을 말하더라. 조총련을 통해 보복을 준비하다가 김정일이 그만두라고 해서 멈춘 것으로 안다.”
 
퇴직한 이후 무엇했나.
“안기부에서 98년 8월 퇴사했다. 신분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계속 근무했을 것 같다. 퇴직금으로 3억원을 받았다. 충분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넉넉했다. 그 돈으로 주식을 했는데 재미를 봤다. 사건 이후에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더라. 중국에 가서 자녀들 교육을 시켰다.”
 
이효리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가 출연한 삼성 애니콜 광고는 어떻게 만들었나.
“처음엔 안기부가 북한에서 광고 찍으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북한과 접촉하려고 공작 차원에서 내가 만든 아이디어였다. 영화처럼 핵물질 탐지를 위해서가 아니고, 북한 수뇌부 침투가 목적이었다. 그러다가 98년에 신분이 드러나 중단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에는 청와대에서 남북관계 자문이 들어왔는데 그때 다시 광고를 추진하게 됐다. 불과 두 달 만에 이뤄졌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기 전에 이미 안기부에서 남북한 협력 사업을 공작 차원에서 준비했기 때문에 사업추진을 빨리할 수 있었다.”
 
97년 대선 국면에서 박채서씨가 정치권과 교류했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연락하던 정치인은 없었다. 2016년에 출소한 뒤 만났던 정치인들은 있다. 남북관계 관련해 역할을 요청하더라. 2010년에 재판을 받고 간첩이 됐는데 그때 도와주지 않고 인제 와서…. 그래서 ‘앞으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2010년 북한에 군 비밀을 넘겨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는데.
“군 교범을 넘긴 부분은 인정한다. 내가 잘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때는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해 더 큰 걸 받아내려고 넘겼다. 북한이 개성과 판문점 사이 6개 여단 부대를 철수하고 공단을 만들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겠냐. 이걸 누가 했겠냐. 그러나 나는 군사비밀은 넘기지 않았다. 창피하지만 작전계획 5027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사실 누가 넘겼는지는 안다. 검사에게 ‘수사하면 말하겠다’고 했는데 검사가  국정원 압력을 받고 포기하더라. 나를 간첩으로 만들어서 넘긴 순간 조국에 대한 도리는 끝났다. 누군지는 알지만 이제 내가 왜 거기에 개입하겠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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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