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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여의도에 돌아온 올드보이들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이해찬,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예비후보들이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이해찬,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예비후보들이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10월 대통합민주신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대통령 후보 선대위가 꾸려졌다.
대통령 후보 정동영, 공동선대위원장 손학규·이해찬, 정책지원위원장 김진표, 2020 국가비전위원회 문희상. 
대부분 당시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나 당에서 한자리를 했던 인물들이다. 이들 중 셋(정동영·손학규·이해찬)은 대선 경선 후보였다.
같은 해 6월 김병준 당시 대통령 정책특보가 출판기념회를 했다. 그는 “(노 대통령과) 총선이 있을 때나 지방선거가 있을 때마다 제가 정치할 가능성에 대해선 이심전심으로 생각이 오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곗바늘을 11년 후로 돌린 지금, 이들은 여의도의 얼굴이 됐다.
정동영(65·4선) 의원은 민주평화당 대표다. 이해찬(66·7선)·김진표(71·4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자리를 놓고 뛰고 있다. 손학규(71·4선) 바른미래당 전 상임선대위원장은 당 대표 경선에 나섰다. 김병준(64) 국민대 명예교수는 진영의 경계선을 넘어 자유한국당의 비대위원장이 됐다. 문희상(73· 6선) 의원은 하반기 국회의장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공교롭게도 그 인물 그대로다. 어느덧 60~70대인 이들을 두고 ‘올드보이들의 귀환’이란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각 당의 사정은 조금씩 다르다. 민주당의 경우 “몇 가지 일이 겹치면서 벌어진 상황”(여권 인사)란 분석이다. 후보 등록 직전인 지난달 20일 출마를 결심한 이해찬 의원이 “다른 분들이 더 역동적으로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저도 이번엔 안 나갔으면 했다. 불가피하게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한 바도 있다.  
실제 당권 주자로 여겨졌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추문으로 추락했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런저런 곡절 끝에 내각 잔류를 선택했다. 당내 최대 세력인 ‘86’(80년대 학번, 60년대 생)들이 단일한 흐름을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예비경선에서 이해찬·이인영(54·3선) 후보가 서너 표 차이였다는데 투표자 두세 명만 마음을 달리 먹었더라도, 아니면 두 후보가 단일화했더라도 경선 풍경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민주당내 86 세력은 대단히 크지만 뭉쳐서 한 명을 밀 수 있는 단일대오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세대교체가 안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도권 출신 40대 의원은 “근래 정치적으로 가장 강력한 세대로 사실상 권력을 다 쥐고 있던 ‘86’이 등장한 지 20년이 되어 가는데 독자적으로 레이스할 준비를 못했다는 건 한국 정치의 문제”라고 했다.
 
 
안철수 전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자리를 비운 바른미래당과 근거지인 호남에서 크게 흔들리는 민주평화당의 경우 “민주당의 독주 속에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인 만큼 최소한의 존재감을 보이려면 인지도와 지명도가 있는 인물”(박성민)이 필요했다는 평가다. 민주당 대선주자였던 손학규 전 상임선대위원장과 정동영 대표가 뜬 이유다. 정동영 대표 자신은 “이해찬 의원이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고 손학규 전 상임선대위원장도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니까 말 상대할 사람이 누구냐는 이야기가 들렸다”이라며 “평생 이해찬 덕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표현했다. 
‘보수의 궤멸’이라고까지 평가되는 자유한국당의 경우엔 진영 밖에서 사람을 발탁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안철수 전 의원 등 ‘뉴페이스’로의 정치 실험이 신통치 않았다는 경험도 한 몫했다는 얘기도 있다.
 
 
구조적 요인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장훈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정당 정치의 카르텔이 너무 강고해서 새로운 정치세력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기득권자들의 독과점 구조로 그 안에서 원활한 신진대사가 순환이 이뤄지지 못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박형준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 당내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수직적 질서 속에서 ‘짬밥’으로 경륜을 쌓고 그것으로 세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리더십이 반복 재생산된 결과”라며 “정치원로들이 후진 양성하겠다는 생각은 덜하면서 30~40대 충원이 안 되는 요인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더라도 현 체제를 ‘과도기적 현상’으로 진단하는 목소리가 컸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세대교체를 요구하지만 당 대표가 될 정도의 리더십이 여야에서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올드보이들이 활동할 마지막 기회가 형성된 듯하다”고 말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도 “리더는 순차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누군가 치고 나와 앞선 세대를 몰아내는 방식”이라며 “그때그때 돌출하는데 그때가 정치적 도약기”라고 했다. 아직 그때가 아닐 뿐이란 의미다.
 
 
‘올드보이’들의 재등장을 두고 이들의 연륜과 정치적 경험이 한국 정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긍정적 기대를 하는 이들이 있다. 특히 선거구제 개편 가능성에 주목한다. 거대 정당이 과다 대표되는 기득권 구조를 허물자는 쪽이다. 손학규 전 상임선대위원장과 정동영 대표가 “마지막 소명”(손학규), “잔 다르크의 심정”(정동영)이라고 연일 강조한다. 정동영 대표는 의원정수 중 지역구(253명)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비례대표는 47명에서 100명으로 늘려 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을 맞추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자는 안도 내놓았다. 소수당이 원내에 진출하거나 의석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정 대표는 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선거제도 개혁은) 문 대통령의 철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 개혁을 약속했었다. 정의당의 경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오랜 요구였다. 영남에서 민주당의 거센 도전을 받는 자유한국당도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도 논의 자체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원택 교수는 “(올드보이들이) 그걸 해낼 수만 있으면 (예수 전에 온) 세례자 요한 역할을 해낸 것”이라고 묘사했다. 
그러나 이들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회의론도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평소 소신을 가지고 선거구제 개편을 외쳐온 분들이 아닌 만큼 힘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체적인 평가에서도 “제대로 된 혁신을 하기엔 시대의 화두를 잡고 있지 못하다”는 말도 나온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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