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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 이름 정도는 알아둬야 '유식한 남자'

기자
김순근 사진 김순근
[더,오래] 김순근의 간이역(29)
111년 만의 폭염에 여름의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엔 변함이 없는 듯 산속의 식생에서는 계절의 변화가 느껴진다.
 
평지엔 여름이 기운이 강렬하지만 높은 고산에서는 서늘한 가을 기운이 감돌며 보랏빛, 연분홍빛 가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기 시작했다. 깊은 산속에서 고고하게 피어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반가운 꽃들을 만나보자.
 
연지곤지의 새색시 보는 듯 -둥근이질풀
새색시 볼의 연지곤지를 연상시키는 둥근이질풀. [사진 김순근]

새색시 볼의 연지곤지를 연상시키는 둥근이질풀. [사진 김순근]

 
연분홍빛 꽃이 무척 예쁘다. 얼핏 새색시 볼의 연지곤지를 연상시키는데, 그래서인지 꽃말도 ‘새색시’다. 지역에 따라 7~8월이 개화기인데, 평지는 한여름이지만 고산지대에선 서늘한 가을 기운이 감도는 시기이다. 
 
주로 해발 1500m 안팎의 고산지대에 자라는 고산성 식물이어서 곰배령, 지리산 노고단, 소백산 등 높은 산릉선에서 볼 수 있다. 특히 태백산 정상을 200~300m 앞두고 등산로 주변에 둥근이질풀이 무더기로 피어 천상의 화원을 이룬다. 이질에 좋다는 이질풀의 한 종류여서 서로 비슷한데 둥근이질풀이 이질풀꽃보다는 다소 크다. 얼핏 구별이 안 되지만 꽃잎에 4개의 선이 선명히 나 있으면 이질풀, 불규칙적으로 나 있으면 둥근이질풀이다.
 
로마 병사의 투구를 닮은 꽃 -투구꽃
마치 로마 병사들의 투구와 비슷한 투구꽃. 독성이 있기 때문에 투구꽃을 만진 손으로 피부를 문지르면 퉁퉁 붓는다. [중앙포토]

마치 로마 병사들의 투구와 비슷한 투구꽃. 독성이 있기 때문에 투구꽃을 만진 손으로 피부를 문지르면 퉁퉁 붓는다. [중앙포토]

 
지대가 높은 곳에선 8월부터 서서히 핀다. 꽃 모양이 마치 로마 병사들의 투구와 비슷하다고 해 투구꽃이 됐다. 그래서인지 줄기에 매달린 꽃이 마치 로마 병정이 줄지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 보라색이지만 흰색도 있다.
 
투구꽃은 영화 ‘각시투구꽃의 비밀’로 유명해졌다. 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투구꽃은 1m까지 자라는 데 비해 각시투구꽃은 20cm 정도로 키가 작아 ‘각시’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거의 발견하기 어렵다. 영화에서처럼 투구꽃은 사약으로 사용됐을 정도로 맹독성을 갖고 있다. 투구꽃의 독은 신경마비, 호흡곤란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뿌리와 잎에 독성이 있어 봄철에 투구꽃 잎을 나물로 잘못 알고 먹었다가 병원에 후송되는 경우도 있다. 꽃도 함부로 만져선 안 된다. 투구꽃을 만진 손으로 얼굴 등 피부를 문지르면 퉁퉁 부을 정도로 독성이 있다고 한다. 
 
비슷하게 생겨 구분하기 어려운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 [사진 김순근]

비슷하게 생겨 구분하기 어려운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 [사진 김순근]

 
평지보다 계절을 앞서가는 고산지대에선 8월을 전후해 구절초, 벌개미취 등 소위 들국화가 피어나기 시작한다. 9월부터는 평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들판에 주로 피는 쑥부쟁이와 구절초, 벌개미취는 꽃이 너무 흡사해 대표적으로 헷갈리는 꽃이다.
 
옛날에는 가을이면 도로변과 들판에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많았다. 그래서 두 꽃을 많이 혼동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안도현 시인이 ‘무식한 놈’이란 시에서 ‘쑥부쟁이와 구절초를/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라고 했을까.
 
그런데 구절초는 쑥부쟁이, 벌개미취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구절초가 주로 흰색의 꽃인 반면 쑥부쟁이, 벌개미취는 보라색계통이라 다르고, 무엇보다 구절초는 잎이 쑥처럼 생겨 한번 알아두면 ‘무식한 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구별하기 어려운 건 쑥부쟁이와 벌개미취다. 보랏빛이 감도는 꽃 모양이 거의 같다. 자라는 크기(쑥부쟁이 30~100cm, 벌개미취 50~60cm), 잎의 차이(털의 유무, 잎의 길이와 넓이)로 식별이 가능하지만 종류가 많아 거의 전문가 안목이 요구된다. 그래서 쑥부쟁이와 벌개미취를 구분할 중 안다면 정말 ‘유식한 분’이라 할 수 있다. 
 
꽃은 예쁜데 이름이 거시기하네 - 쥐오줌풀
뿌리줄기에서 마치 쥐의 오줌같은 냄새가 나는 쥐오줌풀. [중앙포토]

뿌리줄기에서 마치 쥐의 오줌같은 냄새가 나는 쥐오줌풀. [중앙포토]

 
지역에 따라 5월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1000m급 이상 높은 산에서는 8월에 한창이다. 짙은 자줏빛의 꽃이 보기에도 예쁘다. 그런데 이름이 특이하게도 쥐오줌풀이다. 이 거시기한 이름을 얻게 된 건 순전히 뿌리 때문이다. 뿌리줄기에서 강한 향이 나는데 마치 쥐의 오줌과 같은 냄새여서 쥐오줌풀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요즘 쥐 오줌 냄새가 어떤 것인지 아는 이들이 있을까마는, 옛날에는 집안에 쥐가 워낙 많다 보니 쥐 오줌 냄새도 알 수 있었던 모양이다. 
 
7~8월 산속에서 볼 수 있는 노루오줌도 쥐오줌풀처럼 뿌리에서 나는 지린내 때문에 꽃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꽃에서도 살짝 누린내 비슷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그런데 노루는 억울하다. 냄새의 주인공이 딱히 노루가 아닐진대, 노루가 다닐 만한 곳에 자란다고 하여 냄새의 주인공으로 노루가 지목됐고 그래서 노루오줌이 됐지 않았을까.  
 
초롱이 대롱대롱 매달린 듯 - 금강초롱
1500m 이상 고산지대의 깊은 산속에서 피는 금강초롱. [사진 김순근]

1500m 이상 고산지대의 깊은 산속에서 피는 금강초롱. [사진 김순근]

 
보랏빛 초롱이 매달린 듯한 이 꽃은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금강초롱꽃으로 불린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보호되는 꽃이다. 보통 8~9월에 연한 자주색 또는 흰색계통으로 피는데, 1500m 이상 고산지대의 깊은 산속에서 피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없는 귀하신 몸이다. 주로 중부 이북의 높은 산지에서 서식하는데 설악산에서는 능선 등산로 주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사삼(沙蔘)이라 불리는 꽃 - 잔대
작은 종 모양의 잔대. 잔대의 뿌리는 다섯 가지 삼 중 하나로 꼽힌다. [중앙포토]

작은 종 모양의 잔대. 잔대의 뿌리는 다섯 가지 삼 중 하나로 꼽힌다. [중앙포토]

 
7~9월 전국의 산에는 작은 종 모양의 예쁜 꽃들이 반긴다. 어른 발목 높이 정도의 작은 키에 꽃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이 앙증맞다. 초롱꽃과의 잔대다.
 
잔대는 꽃 색깔에 따라 종류가 무려 40여 가지에 달하는데 하늘색과 보라색이 주종을 이루고 흰색도 많다. 뿌리는 인삼처럼 생겼는데 한방에서는 사삼(沙蔘)이라 하여 인삼, 현삼, 단삼, 고삼과 함께 다섯 가지 삼(蔘)의 하나로 꼽았다.
 
연평균 기온 2도 오르면 볼 수 없는 꽃 - 자주종덩굴
1500m이상의 고산지대에서 볼 수 있는자주종덩굴.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1500m이상의 고산지대에서 볼 수 있는자주종덩굴.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대표적인 고산식물로 해발 1500m 이상의 높은 곳에서 자란다. 지구온난화로 서식면적이 줄어들고 있는 우리나라 특산종 중 하나다. 연평균 기온이 2도 정도 올라가면 아예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는 조사도 있는 만큼 111년 만의 더위에 가장 안부가 걱정되는 꽃이다.
 
짙은 자색의 꽃이 넝쿨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이 종을 닮아 자주종덩굴이다. 검은색, 흰색의 종덩굴도 있다. 설악산 등 강원 북부지역의 고산지대에서 볼 수 있으며 5~6월이 개화기로 알려져 있으나 설악산의 경우 7~8월에 주로 핀다.
 
김순근 여행작가 sk4340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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