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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탈원전’도 하고, 전기료도 내리고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제가 도입된 건 1차 오일쇼크 때인 1974년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자 사용량을 3단계로 나누고, 누진율을 최대 1.7배로 잡았다. 2차 오일쇼크가 터진 79년 누진제는 ‘괴물’이 됐다. 사용량을 12단계로 쪼갠 뒤 누진율을 무려 최대 19.7배로 높였다. 2000년대 들어 두 번의 개정을 거쳐 지금은 3단계·3배로 강도가 낮아졌다.
 
그럼에도 누진제 ‘폭탄’이 두려워 최악의 폭염에도 에어컨을 켤까 말까 머뭇거린다. 누진제 개편 요구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 94년 9%에 불과하던 가구 에어컨 보급률은 현재 90%에 육박한다. 전기를 월 300㎾h 초과 사용하는 가구 비중은 2002년 12.2%에서 지금은 3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상업·산업·가정용 전기 중 유일하게 가정용만 누진제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누진제를 포함해 전기요금 체계 전반의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백운규 장관)며 두 손을 들었다. 하지만 작업이 간단치 않다. 누진제를 개편하면 전기 소비를 많이 하는 가구의 부담은 줄지만 적게 쓰는 저소득층은 부담이 커진다. 그간 비싼 전기료를 받던 누진제 구간의 요금을 내리려면 기본적인 단위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료 체계를 바꾸려면 산업용도 함께 만져야 하는데, 산업용은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손대기가 쉽지 않다. 누진제 총대를 메야 할 한국전력의 적자가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의 더 큰 고민은 따로 있다. 전력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어서다. 이는 안정적인 전력 수요 관리를 힘들게 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 예측이 잘못되자 정부가 탈(脫)원전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전력수요를 낮게 전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전기 소비가 급증하는 분위기에서는 탈원전 방어 논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냉방기기 사용을 국민의 건강·생명과 직결된 기본적인 복지로 봐야 한다”고 했다. 에어컨 틀기를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실현하려면 저비용·고효율 전원(電源)이 뒷받침돼야 한다. 일상화한 폭염과 혹한, 본격화하는 4차 산업혁명을 고려하면 전기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임기인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공언한 상태다.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급증하는 전기 수요를 충당할지, 에어컨을 맘 놓고 쓰게 하면서 어떻게 전기료 걱정을 덜어줄지 셈법이 복잡하다. 정부가 내놓을 누진제 개편 해답이 궁금하다.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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