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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출두" 말한 뒤 도망···수뢰 혐의 교육감 '9년 잠적' 미스터리

지난 2009년 2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최규호(오른쪽) 당시 전북도교육감. [중앙포토]

지난 2009년 2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최규호(오른쪽) 당시 전북도교육감. [중앙포토]

"검찰에 내 발로 가겠다" 다음날 사라진 '전북 첫 직선 교육감' 
 
검찰 수사를 피해 도주한 최규호(71) 전 전북도교육감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골프장 확장 사업을 도와주고 거액의 뇌물을 받은 그는 검찰에 나가기로 한 2010년 9월 12일 연기처럼 사라졌다. 전날 변호인을 통해 "내일 아침 자진 출두하겠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검찰은 뒤늦게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지만,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최 전 교육감은 전북 지역 첫 직선 교육감이다. 다음 달이면 그가 잠적한 지 햇수로 9년째다. 광역교육단체장이 뇌물을 받고 10년 가까이 행방이 묘연한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이 때문에 해외도피설, 신변이상설, 권력비호설 등 그를 둘러싼 소문만 무성하다. 최근엔 사망설까지 돌았지만, '오해에서 빚어진 해프닝'으로 끝났다. 시민단체들은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다"고 비판한다.            
 
9일 전주지검에 따르면 최 전 교육감은 지난 2008년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이 9홀에서 18홀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교육청 소유인 자영고 부지를 골프장 측이 매입하는 데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3억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10년 9월 초 중간 브로커 역할을 한 전주대 최모 교수와 돈을 전달한 전북대 백모 교수를 긴급체포해 "골프장 측으로부터 3억원을 받아 최 전 교육감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최 교수는 스파힐스 골프장의 대주주였고, 백 교수는 최 전 교육감이 당선 전 몸담은 대학의 동료 교수였다. 검찰은 최 전 교육감이 약속한 날짜에 나타나지 않자 전주·김제·서울 등 그의 연고지를 뒤지고, 가족에게 자수도 권유했지만 허사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0년 3월 24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전북 업무보고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 둘째가 최규호 전 전북도교육감, 맨 오른쪽이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 [사진 공동취재단]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0년 3월 24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전북 업무보고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 둘째가 최규호 전 전북도교육감, 맨 오른쪽이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 [사진 공동취재단]

"유력 정치인 친동생이 비호" vs "연좌제냐. 억울하다" 
 
현재 그는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기소중지' 상태다. 잠적 당시 검찰은 전담수사팀까지 꾸려 검거에 매달렸다. 가족과 지인들의 휴대폰·통장 등을 확인했지만, 단서는 찾지 못했다. 수사 초기엔 '최 전 교육감을 봤다'는 제보가 적지 않았지만, 이마저도 최근엔 끊겼다. 그 사이 '중국으로 밀항했다' '장례식장에 나타났다' '부산에 숨어 있다' 등 온갖 억측만 난무했다.  
 
잠적 기간이 길어지자 "검찰이 최규호를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친동생이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최규성(68) 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인 데다 최 전 교육감 본인도 '마당발'로 불릴 정도로 각계각층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워서다. 특히 최규성 사장은 당시 형의 뇌물 사건이 터진 골프장이 있던 김제시 현역 국회의원이어서 세간의 의혹을 키웠다. 최 사장 측은 그간 여러 경로로 "가족들도 연락이 안 닿는다. 형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동생까지 비난하는 건 연좌제(범죄자의 친족에게도 형사 책임을 지우는 제도)와 같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북도교육청 전경. [사진 전북도교육청]

전북도교육청 전경. [사진 전북도교육청]

"최규호가 죽었다"는 가짜 뉴스…닮은꼴 친형 사망 와전
 
그의 행방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최근엔 "최 전 교육감이 죽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시민 일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그의 잠적을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다들 쉬쉬한다"며 그의 사망을 사실로 믿었다. 이는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전주지검에 따르면, 최 전 교육감의 친형이 약 두 달 전 숨졌는데 두 사람의 얼굴 생김새가 비슷해 소문이 와전됐다. 친형의 빈소가 차려진 전주 시내 한 장례식장에서 영정 사진을 본 누군가가 최 전 교육감으로 착각해 그런 소문이 돌았다는 취지다.          
 
검찰은 최 전 교육감이 살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등록 조회 결과 사망 신고가 없어서다. 아울러 그는 현재 국내에 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관정 전주지검 차장검사는 "최 전 교육감은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데다 아직까지 해외 출국 기록이 없다. 다만 밀항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뇌물 이미지. [중앙포토]

뇌물 이미지. [중앙포토]

공소시효 15년…5년 더 숨어지내야 '도망자 신세' 벗어
 
당시 '부정·부패의 종합판'이라 불린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 비리 사건'은 지난 2012년 11월 관련자 9명 중 5명이 사법처리 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지금은 피고인 모두 형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최 전 교육감은 앞으로 최소 5년은 더 숨어지내야 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의 공소시효는 15년으로 그가 뇌물을 받은 2008년 기준으로 2023년이 만료 시점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검찰의 수사 의지에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문태성 평화주민사랑방 대표는 "검찰이 수사 초기에 최 전 교육감이 잠적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고 본다. 잠적한 지 9년이나 됐는데 '자진 출두'만 바라는 건 사실상 수사를 중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력 정치인 출신인 친동생이 현 정부에서 공사 사장을 맡고 있는 등 권력의 비호가 없으면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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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