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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없는 우리 가족, 이혼 사유 되나요?

기자
배인구 사진 배인구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57)
본인과 아이의 식사만 준비하는 아내. 남편은 세끼를 모두 밖에서 해결한다. [중앙포토]

본인과 아이의 식사만 준비하는 아내. 남편은 세끼를 모두 밖에서 해결한다. [중앙포토]

 
예전에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보면서 낄낄거리고 웃었는데 이제 제 이야기가 되었어요. 우리 가족은 심지어 같이 식사도 하지 않아요. 아내가 식사 준비를 해도 본인과 아이 것만 합니다. 저는 세끼를 모두 밖에서 해결합니다.
 
집에 들어가면 저는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아요. 처음에는 거실에서 TV를 보았는데 애 엄마와 아이가 작은 방에서 휴대폰으로 무엇인가 즐겁게 보고 있는 것을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안방 문을 쾅 닫고 들어가면서부터 그렇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문제는 5년 전부터입니다. 그때 제가 다니던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자연스레 주말부부 생활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별문제가 없었습니다. 금요일 밤에 올라오면 아내와 아들이 반겨주었습니다. 아내도 다시 회사에 다니고 있을 때라 제가 주 중에 없는 것이 더 편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내와 아이가 한 편이고 저는 외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대학을 가면 좋은 가족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만나기 어렵고 대화가 없어졌다. [중앙포토]

아이가 대학을 가면 좋은 가족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만나기 어렵고 대화가 없어졌다. [중앙포토]

 
아내는 아들놈의 성적이 가장 중요했고, 주말에도 학원설명회와 아이를 학원에 데리고 가는 것이 지상목표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어느 때는 저 혼자 빈집에서 누워있다가 내려오는 일도 있었습니다. 제가 그런 말을 하면 회사 동료들은 자신들도 모두 그렇다고, 그래도 아이가 공부한다니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아들이 ‘대학만 가면’ 하고 말할 때 저도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아들이 대학에 가면 다시 좋은 가족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아들이 바라던 대학에 갔고, 저도 어렵게 다시 서울에 올라왔는데 오히려 우리 가족은 더 만나기 어렵고 아무런 대화가 없습니다. 친구들은 주말부부로 살다가 다시 합치면 다시 결혼하는 것과 같다고,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했지만 이제 여섯 달이 지나도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가족이 남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우리도 이혼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우리의 결혼생활도 파탄이 된 것인가요? 제가 이혼을 청구할 수도 있나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민법 제840조 제6호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이혼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 함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하며, 이를 판단함에서는 혼인 계속 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기타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보아 부부의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된다면 그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청구는 인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므1140 판결 참조).
 
대화 부족이 문제 되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많은 사람이 소통과 공감을 말한다. [사진 pixabay]

대화 부족이 문제 되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많은 사람이 소통과 공감을 말한다. [사진 pixabay]

 
요즘 많은 사람이 소통과 공감을 말합니다. 아마도 대화 부족이 문제 되는 상황이 많아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사례자와 같은 내용을 많이 접했습니다. 심지어 어느 부부는 냉장고에 자물쇠를 채워 본인이 사 온 음식만 먹게 하는 경우도 있고 TV를 못 보게 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어쩌면 TV를 틀어도 본인이 있을 때만 볼 수 있거나 한사람이 보고 싶은 프로그램만 시청해야 하는 것도 그것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이런 상태가 한 사람에 의해 일방적으로 행해진다면 부부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겠죠. 이것은 민법 제840조 제3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사례자의 말씀만으로는 혼인생활이 파탄되었다거나 배우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줄곧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하여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풍속적으로정당시 되는 결합으로서 부부 사이에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혼인생활을 하면서 부부는 애정과 신의 및 인내로써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혼인생활 중에 그 장애가 되는 여러 사태에 직면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부부는 그러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며, 일시 부부간의 화합을 저해하는 사정이 있다는 이유로 혼인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판시해 왔습니다.
 
따라서 혼인생활이 파탄되었다고 단정하지 마시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다시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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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