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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까지 밀었다"… 독 품은 '우리 영식이'

삭발 투혼으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선전을 다짐하는 탁구 남자대표팀 간판 정영식. 진천=프리랜서 김성태

삭발 투혼으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선전을 다짐하는 탁구 남자대표팀 간판 정영식. 진천=프리랜서 김성태

 
 2016년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올림픽 탁구 경기에선 한국 남자 탁구대표 정영식(26·미래에셋대우)이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세계 최강’ 중국 선수들과 접전을 펼치면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던 그의 등장은 유남규-김택수-유승민 이후 명맥이 끊겼던 한국형 공격 탁구가 다시 부활했다는 평가를 하기에 충분했다. 곱상한 외모에도 테이블 앞에만 서면 무섭게 돌변하는 그에게 팬들은 친근한 스포츠 만화 캐릭터 같다는 뜻에서 ‘우리 영식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그리고 2년 뒤인 2018년 8월, '우리 영식이'는 머리를 빡빡 밀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둔 지난 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정영식은 자신의 머리를 만지면서 "날씨도 무더운데, 고등학교 때 이후에 처음으로 제대로 밀었다"고 말했다. 김택수 남자 탁구대표팀 감독은 "스님 한 분이 여기 오셨다"고 농을 건네면서도 "영식이가 독을 품었다.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삭발 투혼으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선전을 다짐하는 탁구 남자대표팀 간판 정영식. 진천=프리랜서 김성태

삭발 투혼으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선전을 다짐하는 탁구 남자대표팀 간판 정영식. 진천=프리랜서 김성태

 
'우리 영식이'가 독을 품고 머리까지 민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머리를 민 건 지난달 31일. 코리아오픈, 호주오픈을 연달아 치르고 진천선수촌에 재소집됐을 때다. 그는 "탁구에만 더 집중하고 싶었다. 큰 대회를 임하기 전에 금메달을 목표로 달리기 위해 마음 정리를 하고 싶었다"면서 "이렇게 머리를 깎는다고 해서 뭐가 새로운 게 생기는 건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영식의 사연을 보면 그럴 만 했다. 리우 올림픽 때 주목받았던 그는 이후 계획과 다르게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매일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훈련에 몰두하는 '연습벌레'인 그는 오랫동안 사용하던 오른 손목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 때문에 4개월여간 휴식기도 가졌고, 회복 후 각종 대회에 나선 뒤엔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엔 단식 1회전 탈락 수모를 겪었다. 세계 7위까지 올랐던 랭킹은 한때 100위권 바깥(109위)으로 곤두박질쳤다.
 
리우 올림픽 당시 남자 단체전 경기에서 공격에 성공한 뒤 환호하는 정영식.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리우 올림픽 당시 남자 단체전 경기에서 공격에 성공한 뒤 환호하는 정영식.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어렵게 부상을 이겨낸 뒤에 올해 초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해 절치부심하던 정영식은 대회를 임박해서 마음을 더 단단히 잡았다. 그는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한동안 많이 지니까 정신적으로 탁구를 치기 싫단 생각을 처음 갖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올해 들어 탁구에 대한 열정이 강해지고, 목표도 뚜렷해졌다. 그래서 요즘 머릿 속엔 온통 탁구 생각만 가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처음 머리를 밀었던 고등학교 2학년 때 스스로 삭발한 뒤에 처음 대표 상비군에 뽑힌 기분좋은 기억도 있었다"던 정영식은 "말로만 아닌 행동으로도 더 독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휴식 없이 훈련중이라고 했다. 그는 "주말에도 선수촌에 남아서 서브 연습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쉴 때는 경기 영상 보고, 안 보더라도 탁구공 소리가 계속 들리게 틀어놓는다. 가만히 있을 때도 탁구공을 갖고 놀 정도다. 밥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모든 게 탁구"라고 말했다. 손목 부상 후유증도 없애고, 유연한 손놀림을 위해 무게 900g 야구배트를 잡고 흔드는 특별 훈련도 하고 있다. 
 
리우올림픽 당시 정영식의 모습.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리우올림픽 당시 정영식의 모습.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국내 대회에선 1위를 놓치지 않던 정영식이지만 국제 대회에서 별다른 성적이 없어 '국내용 선수'라는 말을 듣는 것도 그에겐 뼈아픈 자극제가 됐다. 아시안게임도 18세였던 2010년 광저우 대회 때 단체전 은, 남자 복식 동메달을 땄지만, 2014년 인천 대회엔 경쟁에서 밀려 아예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리우 올림픽을 통해 많은 관심을 받은 그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고 했다. 그는 "올림픽 전까지는 그저 성공해서 돈과 명예를 모두 얻기만 하겠단 생각만 가졌다. 그러나 분에 넘치는 많은 응원을 받으면서 느낀 게 정말 많았다. 특히 중국이라는 벽에 도전하는 과제를 이겨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게 얼마나 뜻깊고 행복한 일인 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삭발 투혼으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선전을 다짐하는 탁구 남자대표팀 간판 정영식. 진천=프리랜서 김성태

삭발 투혼으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선전을 다짐하는 탁구 남자대표팀 간판 정영식. 진천=프리랜서 김성태

 
빡빡 머리를 민 '우리 영식이'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의 목표는 중국을 정말로 넘어서는 것이다. 그는 이번 대회에 단체전뿐 아니라 개인전에도 출전한다. "단식에도 나서기에 책임감이 막중하다"던 그는 "올림픽 때 한 끗 차이로 중국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단체전뿐 아니라 개인전에서도 중국을 넘어서 보겠다. 한 번이라도 세계 챔피언에 오르는 게 내 탁구 인생의 진정한 꿈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맞부딪히겠다"고 말했다. "이번만큼은 제 모든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릴게요"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치고 훈련장을 떠난 그의 목소리에선 어느 때보다 더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진천=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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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