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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접수한 유전자 가위..'정확성' 논쟁 후끈

 
20년 전 개봉한 과학소설(SF)영화 ‘가타카’에서는 인간 배아의 유전자를 교정해 완벽한 아이를 만들어낸다. 유전공학이 발달한 미래의 세상을 그린 영화다. 이제는 그 영화 속 장면이 현실로 등장하고 있다. 병충해를 이겨내는 상추가 개발됐고, 혈우병 발병 요인을 제거한 세포도 만들어졌다. 차세대 생명공학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 가위를 통해서다.
 
인간 배아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주입하고 있는 모습. 이 유전자 가위는 한국 기초 과학연구원이 만들었지만 실험은 미국에서 진행됐다. 국내 에선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이 허용되지 않아서다.  [사진 미 오리건보건과학대]

인간 배아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주입하고 있는 모습. 이 유전자 가위는 한국 기초 과학연구원이 만들었지만 실험은 미국에서 진행됐다. 국내 에선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이 허용되지 않아서다. [사진 미 오리건보건과학대]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유전자 가위의 응용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오승자ㆍ장미희 박사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개량해 외부 전달체 없이 세포 속에 넣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유전자 가위는 교정 부위를 찾는 안내자와 유전자를 자르는 절단 부분으로 구성된다. 연구팀은 절단 부위를 개량해 세포막을 뚫고 들어갈 수 있도록 유전자 가위를 개량했다. 그동안 유전자 가위는 전기충격이나 화학물질을 사용해 세포막을 뚫고 들어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전자 가위가 손상되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폐암에 걸린 생쥐 실험을 통해 폐암 세포 내부에서 유전자가위가 작동함을 확인했다. 오승자 박사는 “암을 포함한 난치성 질환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 유전자 교정 상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병충해에 강하게 만들었다. [IBS]

세계 최초 유전자 교정 상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병충해에 강하게 만들었다. [IBS]

유전자 가위를 몸속 단백질 작동 규명해 적용한 사례도 등장했다. 미국 MIT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는 조원기 박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생쥐 배아 줄기세포에서 작동하는 세포 내 단백질을 고해상도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지난달 26일 소개됐다. 생명공학 발전에도 몸속 단백질의 역할은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특히 손과 발 등 다양한 신체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줄기세포 속 특정 단백질의 역할은 미지의 세계다.
 
이번 연구 결과는 줄기세포 분화와 단백질의 역할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원기 박사는 “단백질의 실시간 관측으로 유전병 치료 등 유전자 관련 약물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가위 정확성 놓고 과학계 논쟁 후끈
 
한편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선 유전자 가위의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발단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과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OHSU)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는 인간 배아에서 심장병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유전자 가위로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틑 통해 공개됐다.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한 덕분에 세계적으로 이목이 쏠렸다. 국내에선 인간 배아에 대한 연구가 금지돼 있어 생명윤리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내 유전자 가위를 태평양 건너 미국으로 가져가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올해 7월 유전자 가위의 작동 오류를 담은 논문이 나왔다. 영국 웰컴 생어 연구소 앨런 브래들리 박사 연구팀은 지난달 17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생쥐 줄기세포와 인간 망막 상피세포를 실험하는 과정에서 유전자를 구성하는 DNA 염기쌍이 최대 수천개가 사라지거나 재배열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는 네이처의 자매지다. 브래들리 박사는 “유전자 가위로 인간 배아 유전자를 교정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난해 연구도 재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에 IBS가 발표한 논문. 지난해 8월 발표한 인간 배아의 유전자 가위 실험에서 유전자 결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네이처 캡처]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에 IBS가 발표한 논문. 지난해 8월 발표한 인간 배아의 유전자 가위 실험에서 유전자 결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네이처 캡처]

 
한ㆍ미 공동연구팀은 브래들리 박사의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해 연구를 재검증하는 논문을 9일(현지시각) 네이처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김진수 IBS 단장은 “지난해 네이처를 통해 발표한 배아 DNA를 재검증한 결과 브래들리 박사가 의심하는 큰 유전자 결손을 확인할 수 없었고 정확히 교정되었음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단장은 “그렇다고 모든 유전자에서 (유전자 가위가 작동하며) 큰 결손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며 “추가 실험을 통해 유전자 가위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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