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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문재인 정권 올드보이들의 책무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올드보이들이 돌아왔다. 그들의 귀환은 집단적이다. 정치권 재편의 바람이 분다. 더불어민주당 대표선거에 이해찬 전 총리의 등장은 그런 흐름의 절정이다. 그들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운다. 자신들을 ‘김대중(DJ)·노무현 전직 대통령들의 사람’으로 설정한다. 대표선거에 나선 김진표 의원도 마찬가지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그런 올드보이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DJ 묘역을 참배했다. 인연은 올드보이들의 상품이다.
 
그런 풍광들은 청와대와 미묘하게 대비된다. 청와대 조직은 비대해졌다. 주류는 86(19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운동권 출신들이다. 그들의 정책과 인사 장악력은 커졌다. 반면 이낙연 총리의 내각은 위축돼 있다. 올드보이의 복귀는 그런 권력 판도와 충돌한다. 86세대 참모들도 노무현 정치에 익숙하다. 그들 다수는 그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그 10년 뒤 그들의 행태는 노무현과 여러 군데에서 어울리지 않는다.
 
제주 해군기지는 노무현의 업적이다. 그곳에서 10월에 국제 관함식이 열린다. 30개국 해군 함정이 참가한다. 행사 결정 과정은 독특한 기행(奇行)이다. 청와대는 행사 개최의 최종 판단을 주민투표(강정마을)에 맡겼다. 투표 결과는 찬성으로 나왔다. 하지만 반대쪽 수용 태도는 흔쾌하지 않다. “평화의 섬에서 관함식은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추진 과정은 노무현 방식이 아니다. 안보도 주민 여론이 중시된다. 하지만 그 분야는 리더십 결단의 선명한 영역이다. 지금처럼 그곳의 주민투표에 매달리지 않는다. 국제 관함식은 해군 문화의 압권이다. 제주기지는 국민 전체의 자산이다. 노무현은 “평화를 지키려면 무장해야 한다”고 했다. 그 통찰과 고뇌는 아직 상처받고 있다.
 
국정은 선택과 집중이다. 여론 소통·수렴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최종 단계는 달라진다. 노무현의 선택은 대담한 승부수였다. 지금 청와대 참모들은 ‘숙의(熟議) 민주주의’를 내세운다. 공론화는 그들의 정치적 취향이다.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의 결말은 원점 회귀다. 대입제도 논란은 복잡하고 민감하다. 그런 난제는 공론화로 돌파할 수 없다. 교육부는 비겁하다. 그런 책임 회피는 스스로 위상을 깎아내린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8일 “교육제도를 공론화라는 직접민주주의 형태에 의존해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위험하다”고 했다. 진보 쪽 대표 원로학자인 그는 직접민주주의의 집착 유혹을 경계한다.
 
박보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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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정책 접근은 검증이다. “진보주의 사람들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은 정책은 과학적 검증을 통해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노무현 『성공과 좌절』) 그것은 교조적 이념 과잉에 대한 경고다. 문 대통령은 요즘 ‘실사구시(實事求是)’를 강조한다. 실사구시는 노무현의 검증과 같은 맥락이다. 그것은 DJ의 정치언어다. 지금 청와대 참모진의 이미지는 이념형이다. 최저임금제와 소득주도성장론에는 원리주의적 색채가 짙다.
 
김대중 국정의 매력은 통합이다. 취임 첫해 1998년 7월 펼친 풍경은 강렬했다. 전직 대통령 부부들과의 청와대 만찬이다. 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직 대통령이 참석했다. 그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김성재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DJ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해야 진정한 화해가 가능하다는 신념을 실천한 것”이라고 했다. 그의 기억은 실감 난다. “김대중 대통령은 과거를 잊지 말되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했다. 과거 정부의 인재도 등용했다.”  
 
DJ 자신은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국민들에게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들과 국정 경험을 나누면서 국난 극복의 지혜를 얻고자 했다.”(『김대중 자서전 』) 그것은 ‘대통령 문화’의 구축 의욕이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그런 만남은 사라졌다. 문재인 정권에선 그 둘 전직 대통령들은 감옥에 있다.
 
올드보이들은 DJ·노무현의 공과(功過)의 내면에 있었다. 그것으로 자신들의 경륜을 다듬는다. 이해찬의 자부심은 책임총리 경력이다. 그는 짜임새 있는 국정 추진력을 과시했다. 그의 언어는 상대편을 거칠게 자극한다. 보수궤멸론의 원조다. 이해찬은 86세대 참모들의 정책 허점을 알 것이다. 문희상의 깃발은 ‘협치’다. 협치의 추진력은 통합이다. 민주당 올드보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외친다. 성취 조건은 실사구시다. 이념 과잉은 권력 내부의 편가르기로 이어진다. 그들의 책무는 뚜렷하다. 실용주의 기운을 청와대에 주입해야한다. 86세대 참모들의 이념편향 논란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런 의지가 없으면 복귀 열정은 노욕일 뿐이다.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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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