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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처에 널린 ‘붉은 깃발’, 과거에 얽매이면 못 없앤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인터넷 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마차 위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자동차를 선도하도록 한 19세기 말 영국의 ‘붉은 깃발 법’도 거론했다. 마차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속도를 내지 못하게 한 구태의연한 규제였다. 대통령의 말처럼 이 규제 탓에 자동차산업을 먼저 시작한 영국이 독일에 뒤처졌다. 과거지향적 규제가 신산업의 족쇄가 됐다.
 
대통령의 발언은 고무적이다. 이미 유럽연합(EU)과 일본·중국 등에선 혁신기업이 인터넷은행을 주도하며 불꽃 튀는 핀테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외국에서 가능한 사업이라면 한국에서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일부 진보 진영은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훼손하며, 은행이 대주주의 사금고로 전락하고 산업자본의 부실이 은행 시스템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이는 과거만 보고 미래를 보지 못하는 단견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사실상 기업 대출이 불가능한 소규모 소매 전문은행이다. 기업 부실이 은행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대주주 사금고화 가능성은 대주주와의 거래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보완장치로 막을 수 있다. 규제론자의 주장처럼 인터넷은행의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는 이미 과거에 얽매여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답답한 규제의 상징이 됐다. 이런 규제도 혁파하지 못한다면 규제 개혁은 공허한 구호일 수밖에 없다. 현재의 은산분리 규제가 대체 누구에게 이득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시민단체의 주장은 소비자의 편의가 아니라 이미 시장에 진입한 기존 은행 등 금융주력자와 금융노조만 바라보는 것이다.
 
‘붉은 깃발’은 인터넷 전문은행 앞에서만 펄럭이는 게 아니다. 원격진료에도, 편의점 의약품 판매 확대에도, 차량 공유 서비스에도, 사방 도처에서 ‘붉은 깃발’이 난무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처럼 지금의 여권이 과거 야당 시절에 기를 쓰고 규제 완화에 반대했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야당 시절의 반대는 정부에 각을 세우고 이익집단의 지지를 노렸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국정을 책임지는 청와대와 여권은 더 넓게 보고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며 경제도 살리는 길이다.
 
현 정권이 성공하려면 과거 정권의 규제 개혁이 왜 실패했는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대한상의는 책임 시비나 감사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공무원의 복지부동, 기득권층의 반발, 국회의 이익단체 눈치 보기, 국민의 반(反)기업정서 등을 규제개혁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실천 가능한 액션플랜을 만들어 내는 전략적 사고다. 과거처럼 정부가 규제개혁의 정당성만 구호처럼 외치고 흐지부지 끝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직접 규제를 점검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는 새로운 접근방식에 기대를 거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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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