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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분리 완화…대통령-지지층 충돌 ‘FTA 홍역’ 재연되나

은산분리 완화 
청와대가 추진하기로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완화 추진을 놓고 여야의 상황은 공수가 뒤바뀐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완화 방침을 밝힌 다음날인 8일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로 화답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층의 반발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이 좋은 판단을 했다”고 칭찬했다. 반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은산분리 완화를) 반드시 추진하겠다”면서도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 대변인 입장도 대조적이다. 오히려 한국당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 정책을 환영한다”며 “관련법을 조속한 시일 내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한 반면 민주당은 이틀째 관련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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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이처럼 신중 모드를 유지하는 이유는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한 한·미 FTA로 홍역을 앓았다. 노 대통령은 2006년 1월 신년 연설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미국과도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나가야 한다”며 한·미 FTA 필요성을 역설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한·미 FTA 추진을 환영했지만 여당과 지지층에선 반발이 터져나왔다. 여권과 우호적 관계였던 양대노총·시민단체·문화예술인 등의 반대 시위가 이어졌고 ‘좌회전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난이 본격화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특히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항의가 거셌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은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하는 한편 청와대에 공개 서한을 보내 “대통령이 (협상 중단)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FTA 추진은 동력을 상실했고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도 급속히 떨어졌다. 2007년 9월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담당 상임위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다만 당시 열린우리당과 지금의 민주당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 여권 관계자는 “당시엔 집권 후반기였고 당에 김근태·정동영 등 차기 주자들이 건재했기 때문에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집권 초반인 데다 뚜렷한 차기 주자군이 형성돼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 은산분리 완화를 강력하게 반대해 왔던 제윤경·이학영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정무위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집토끼’들의 반발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는 점이 민주당의 고민이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이 은산분리 완화 입장을 밝힌 7일 오후 국회에선 정의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주최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선 은산분리 완화 추진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이는 박근혜 정부 당시 민주당이 반대했던 반개혁 정책이며, 대통령의 공약과도 명백하게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공정한 경제를 유지하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는 기본원칙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산토끼를 잡기 위해 집토끼를 잃게 되는 우(憂)를 또 되풀이하지 않도록 지지층이 납득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만들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성지원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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