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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석탄이면 불가능한 헐값…영세 무역상 의문의 낙찰

러시아 석탄 2위 업체 120달러 제치고, 중소업체 96달러 낙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이설주와 황해남도 금산포 젓갈 가공공장을 시찰하고 제품의 질적 발전을 강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이설주와 황해남도 금산포 젓갈 가공공장을 시찰하고 제품의 질적 발전을 강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산 석탄 수입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석탄의 입찰가를 놓고도 업계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물건을 납품한 H사가 제시한 t당 96달러를 두고서다. 한 석탄 업계 관계자는 8일 “2016년부터 러시아산 무연탄 시세가 꾸준히 오르기 시작해 지난해 하반기에는 현지 매입가가 110달러 수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t당 96달러는 이 관계자가 전한 현지 매입가보다도 싼 가격이다.
 
한국남동발전이 지난해 8월 공고를 낸 무연탄 4만t 수입 공개입찰에는 모두 5개 회사가 응찰했다. H사는 t당 96달러를 써냈다. 나머지 4개사는 각각 123.96~142.4달러까지 공급가를 책정했다. t당 가격 차이가 27.96~46.4달러까지 벌어진다. H사 공급가가 타사에 비해 22~32% 저렴하다.
 
석탄 관련 업계에서는 낙찰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2위로 탈락한 업체가 대규모 광산기업인 ‘카보원(Carbo One)’인데 웬만큼 업력이 있어도 이 회사보다 월등히 낮은 공급가로 석탄을 대는 게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H사는 2014년 11월 자본금 5000만원을 들여 설립한 소규모 중개상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H사는 2016년 매출액 38억7158만원에 영업이익 645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카보원은 러시아에서 1~2위를 다투는 광산업체다. 카보원 측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 최대 석탄무역 회사로 연간 7000만t을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납품가를 t당 100달러로만 환산해도 매출액이 70억 달러(7조84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H사가 무연탄 원산지라고 신고한 ‘젠콥스카야 광산’은 러시아 케메로보 지역에 있는데 카보원은 이 지역에만 광산을 10곳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규모 생산업자다 보니 물류비용 절감에도 유리하다. 광산이 있는 케메로보 지역은 카자흐스탄과 몽골 사이에 위치한 시베리아 내륙 깊숙한 곳에 있다. 여기서 국내로 석탄을 들여오려면 시베리아 횡단 철도로 항구가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까지 실어나르는 게 첫 번째 과제다. 철도 이용을 위해서는 러시아 당국에서 ‘화차배정’을 받아야 하는데 한국 중개상들은 이를 주로 러시아 측에 일임한다. 한 석탄업계 관계자는 “대형 수입상들도 화차배정 같은 건 복잡하고 리스크도 있기 때문에 극동 항구에서 인도받는 FOB(Free On Board) 방식으로 물건을 받는다. 가격 경쟁에는 불리하다”고 말했다.
 
카보원 측은 아시아 지역에 석탄을 수출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보스토치니에 별도 선적항도 확보한 상태다. 연간 3900만t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이 역시 물류비 절감에 유리한 요소다. 다른 석탄 업계 관계자는 “석탄 수입에 물류비 비중이 적지 않다. 대규모 중개상들도 가격경쟁력과 안정적인 공급망을 가진 카보원 같은 러시아 회사들이 가장 버거운 상대”라고 말했다.
 
남동발전 측은 북한산 석탄 반입 논란이 불거진 뒤 “중개업체가 러시아산으로 신고한 탓”이라 해명했다. 하지만 남동발전 측이 사전에 이상 징후를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동발전에는 석탄 구매만 담당하는 인력도 별도로 있고 카보원은 같은 한전 자회사인 중부발전과 업무협약(MOU)까지 맺을 정도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회사인데 중개사 탓만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카보원 같이 경쟁력 있는 업체도 하지 못하는 터무니없는 입찰가를 영세한 H사가 제시했다는 점을 남동발전도 잘 알았을 텐데 중개사 탓만 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H사 관계자의 행적 등 정권과 유착돼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최저가 입찰로 규정에 따라 석탄을 구매했을 뿐이다. 북한산이라는 의심은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H사 측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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