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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협 준조합원 비과세 축소, 국회 넘을까

정부가 1995년부터 20여 년간 8번이나 폐지·축소하려 했지만 매번 퇴짜를 맞은 법안이 있다. 농협·수협 등 주요 상호금융회사가 판매하는 예금·출자금 등에 대한 준조합원의 비과세 혜택을 규정한 법안이다.
 
3년의 일몰 시한이 도래한 올해에도 기획재정부는 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농업인·서민의 재산 형성’이라는 당초 정책 목적에서 벗어나 이 제도가 중산층 이상의 절세(節稅)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치권과 상호금융사의 반발로 국회 문턱을 넘을지 미지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획재정부는 최근 농협·수협·산림조합의 예금 등에 대한 이자·배당소득 비과세 혜택을 정식 조합원으로만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확정했다. 현재는 조합원이 아닌 일반인도 출자금(1만원)을 내면 준조합원 자격을 얻어 예탁금은 3000만원, 출자금은 1000만원까지 소득세(14%)를 면제받는다.
 
개정안이 국회를 최종적으로 통과하면 준조합원은 내년 5%, 2020년 9% 분리과세를 적용받는다. 당장 내년에만 1000만 명 정도가 비과세 혜택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원도 2022년 5%, 2023년부터는 9% 분리과세로 변경된다.
 
기재부가 이런 개정안을 내놓은 것은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비과세 혜택이 조합원인 농민보다 일반인이 가입하는 준조합원에게 집중되고 있어서다.
 
바른미래당 박주현 의원실에 따르면 농협 전체 조합원 1923만 명(2015년 기준) 가운데 정조합원은 12%에 불과한 데 비해 준조합원은 88%에 달한다. 농협의 지난해 말 기준 총 비과세예금(52조3898억원) 가운데 준조합원 예금은 42조4744억원으로 81%가 넘는다.
 
송진혁 기재부 금융세제과장은 “농협·수협 등에만 이런 혜택이 있어 시중은행과의 공정경쟁을 해치고 있다”며 “농어민과 상호금융에 대해서는 여러 비과세 혜택이 남아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협 등은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협은 준조합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폐지될 경우 예탁금 가운데 10조50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22년 정조합원에 대한 비과세까지 폐지되면 이 규모는 더 늘 것으로 예상한다. 자산 건전성이 나빠지고 농어민·서민 등 금융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 기반도 약화할 수 있다는 게 농협 등 상호금융사의 입장이다.
 
농협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공익적인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며 “농·수협, 산림조합의 준조합원과 자격 요건이 같은 신협·새마을금고 회원은 비과세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과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농어촌 지역에 기반을 둔 국회의원들도 여야 가릴 것 없이 관련 법안의 일몰을 연장하는 의원입법을 발의하며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지역 조합과 이해관계가 연결된 지역 농어민 유권자의 표를 잃을 우려에서다.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도 비슷한 이유로 법 개정에 반대하는 부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올해도 법안은 국회 통과가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이미 예탁금 비과세는 손대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문제는 정치적 잣대에 따라 일몰 시한이 계속 연장되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정순철 인덕회계법인 회계사는 “일몰제는 특별한 존속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폐지돼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비정상적인 일몰 연장은 법의 안정성을 해치고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만큼 비과세 혜택을 줄지 말지를 법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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