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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 논설위원이 간다] ‘라돈 침대’는 경주 방폐장으로 갈 수 있을까

갈등 끝에 해체 작업 시작한 대진침대
천안 대진침대 본사 야적장에서 작업자가 매트리스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자가 손으로 잡고 있는 것이 모나자이트 가루가 뿌려져 있는 스펀지다. 작업자 허리춤에는 방사선 피폭량을 측정하는 개인 선량계가 달려 있다. [사진 원안위]

천안 대진침대 본사 야적장에서 작업자가 매트리스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자가 손으로 잡고 있는 것이 모나자이트 가루가 뿌려져 있는 스펀지다. 작업자 허리춤에는 방사선 피폭량을 측정하는 개인 선량계가 달려 있다. [사진 원안위]

‘발암 1급 물질’ 라돈 공포를 촉발한 대진침대 사태가 넉 달째를 맞고 있다. 문제가 된 매트리스 수거율은 80% 정도. 수거된 매트리스는 천안 대진침대 본사와 당진항 두 곳에 쌓여 있다. 당진항의 갈등은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천안에서는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 정치권까지 나서 주민들을 설득한 결과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남은 문제도 만만찮다. 특히 매트리스에서 해체된 오염 부분을 최종적으로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건이다. 이의 처리를 놓고 자칫 사회적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해체 작업이 한창인 대진 침대 현장을 찾았다.
 
6일 낮 충남 천안시 직산읍 판정리 대진 침대 본사 겸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이 ‘환경방사선 감시기’였다. ‘라돈 침대’ 수거와 해체로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하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공장 입구에 설치한 것이다. 실시간 방사선량이 해당 지역의 자연 방사선량보다 0.1 마이크로시버트(μ㏜/h)를 초과하면 경고 표시가 나온다. 모니터에 표시된 방사선 준위는 0.126이었다. 0.1~0.3이면 안전하다는 것이 안내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자력안전위)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사무동 건물을 돌아 야적장으로 들어서자 산처럼 쌓인 매트리스 더미가 시선을 압도했다. 1만5000여개의 매트리스가 빗 물막이용 대형 커버에 덮인 채 적재돼있다. 이곳에 쌓인 매트리스는 한때 2만4000개에 달했다. 7000여개가 처리된 후 주민들의 반대로 작업이 한 달 이상 중단됐다가 이달 1일 재개됐다. 작업 재개 후 6일까지 2300여개가 추가로 해체된 상태다.
 
매트리스 더미 앞과 마당 주변 곳곳에 설치된 작업대에서는 폭염 속에서 해체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은 60명의 인부가 3인 1조를 이뤄 진행된다. 매트 커버를 칼로 도려 벗겨내면 다른 한 명이 속 커버와 스펀지를 돌돌 말아 분리해낸다. 또 다른 한 명이 스프링이나 부직포를 처리하는 식이다. 해체 물 중 분리 보관 대상은 속 커버와 스펀지다. 방사선 광물질인 모나자이트 가루가 들어있는 부분이다. 속 커버와 스펀지는 대형 비닐봉지에 담아 밀봉한 후 자재 창고에 보관된다. 부직포 같은 일반폐기물은 밖으로 반출돼 소각되고, 스프링은 고철업자에 넘겨진다.
 
수거된 매트리스가 대진침대 본사 야적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많을 때는 2만4000개가 쌓였으나 6일 현재 1만5000여개가 남아 있다. [사진 원안위]

수거된 매트리스가 대진침대 본사 야적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많을 때는 2만4000개가 쌓였으나 6일 현재 1만5000여개가 남아 있다. [사진 원안위]

작업자들은 허리춤에 개인 선량계를 차고 있었다. 방사선 피폭량이 기준치(연간 1m㏜)를 초과하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80일째 현장을 지키고 있는 원자력안전위 정하규 사무관은 “하루 작업으로 인한 피폭량은 연간 기준치의 2000분의 1 정도로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작업자들에게는 방진 마스크가 지급되고 있지만, 더위 때문에 마스크를 입에서 내린 작업자도 제법 눈에 띄었다. 혹시나 작업 중 떨어져 나오는 모나자이트 입자가 작업자의 폐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을까. 정 사무관은 “모나자이트 가루를 뿌린 것이 아니라 접착제에 섞어 고정했기 때문에 손으로 문질러도 가루가 떨어져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천안의 해체 현장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5월 중순, 수거된 매트리스를 해체하기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주민들의 반발은 크게 없었다. 그러다 당진항에 보관돼있던 매트리스까지 천안 본사로 옮겨 해체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본사 주변에 현수막을 치고 차량 출입을 막았다. 정부의 설득으로 결국 주민들은 ‘추가 반입은 없다’는 조건으로 해체에 동의했다. 이 과정에서 천안지역 국회의원 박완주·윤일규 의원과 양승조 충남도지사, 강정민 원안위 위원장 등은 직접 해체 작업 시범까지 했다. 천안은 한고비를 넘겼으나 당진은 아직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진 항만에는 현재 1만7000여개의 매트리스가 쌓여 있다. 원안위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매트리스 해체 현장의 안전 조치가 너무 허술하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아무리 접착제를 이용해 고정했다고는 하나 해체 과정에서 모나자이트 가루가 작업자의 폐로 들어갈 가능성은 있다. 모나자이트 안에 들어있는 토륨은 반감기가 길어 인체 내에서 만성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집진 시설을 갖춘 임시 작업장을 설치하고, 보호장구도 엄격하게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모나자이트로 오염된 부분(속 커버, 스펀지)의 최종 처리다. 원안위는 오염 부분을 따로 모으면 무게가 205톤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종 처리를 위해서는 이를 압축하거나 소각해 부피를 줄여야 한다. 압축은 효율성이 낮아 소각 방안이 유력하다. 하지만 소각 후 남은 재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다시 문제다. 해결 방안은 두 갈래다. 하나는 일반폐기물과 섞어 소각한 뒤 그 재를 쓰레기 매립장에 묻는 방안(일반 소각+소각재 매립)이다. 다른 하나는 오염 부분을 따로 소각한 뒤 그 재를 처리하는 방안(전용 소각+소각재 보관)이다.
 
일반 소각 후 매립을 하면 소각재 농도와 전체 매립장 농도는 안전 기준치(1㏃/g) 이하가 된다. 하지만, 관련 법 규정이 없어 논란이 된다. 현재 생활방사선법에는 제품을 만들면서 생기는 ‘공정 부산물’에 대해서는 희석하거나 매립하는 규정이 있지만, ‘라돈 침대’ 같은 가공 제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매립장 근처 주민의 반발도 있을 수 있다.
 
오염 부분을 따로 소각할 경우엔 소각재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난제다. 전용 소각재의 방사능 농도는 기준치 이상이 돼 별도 처리해야 한다. 그 양은 17톤~22톤가량, 약 80드럼 정도가 될 것으로 원안위는 추산한다.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으로 보내는 방법이 떠오르지만,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 원안위의 입장이다. 원자력안전법(원안법)은 방사성 폐기물을 ‘방사성 물질 및 이에 오염된 물질’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천연광물인 모나자이트는 ‘핵 원료물질’(핵연료 물질의 원료)로 분류돼 법에서 열거하는 방사성 물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원안위의 법 해석이 지나지게 형식 논리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덕환 교수는 소각재를 방폐장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애초부터 법이 모든 상황을 다 담을 수는 없다. 유권 해석을 통해 방사성 폐기물 개념을 확장하면 얼마든지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안위 측은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친 뒤에 조만간 처리 방법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5월 초 시작된 라돈 침대는 넉 달째 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과학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비합리적인 공포의 대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는 정부의 허술한 초기 대응과 촘촘하지 못한 법 규정도 한몫했다. 소관 부처 혼자 감당하기에는 이미 너무 벅찬 난제가 돼버렸는지 모른다.
 
이현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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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