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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황정민 "맨몸 액션보다 힘들었던 구강 액션"

영화 '공작'.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작'. 사진=CJ엔터테인먼트

 "바닥을 쳤어요. '공작'을 쉽게 생각했다가 된서리를 맞은 거죠."
 배우 황정민(48)은 지난해 '공작'(감독 윤종빈)을 찍으면서 스스로 연기의 벽에 부딪혔던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8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그 흔한 격투 장면도, 총격전도, 최첨단 장비도 없는 희한한 첩보물이다. 의도와 속내를 감춘 인물들의 만남과 대화만으로 긴장을 고조하며 흡입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90년대 남북한의 실제 상황이 영화에도 중요한 고비로 등장하며 설득력을 더한다. 
 황정민은 이 영화를 "구강 액션", 즉 말로 하는 액션이라고 표현했다. "감독님이 원했던 게 우리가 대사를 통해서 하는 것이 정말 액션처럼 다이내믹 했으면 좋겠다, 긴장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영화 '공작'.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작'.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의 모티브는 90년대 '흑금성'이란 암호명으로 활동했던 안기부 공작원의 실화. 영화는 육군 정보사 출신으로 안기부에 스카우트 되어 당시 북한 핵개발 실태를 파악하는 비밀 임무를 맡은 '흑금성' 박석영(황정민 분)과 중국 베이징에 주재하며 북한의 외화벌이 사업을 주도하는 고위 간부 리명운(이성민 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대북사업가로 위장하고 리명운에게 접근한 박성영은 매번 말 한마디 잘못하면 모든 것이 삐긋할 수 있는 상황. 촬영 현장의 긴장감과 배우들의 부담감도 그 못지 않았던 모양이다. "애드립? 애드립은 '신세계'의 건달 할 때나 하지, 여긴 애드립을 할 대사도, 방법도 없었어요. 눈알 돌리는 것도 어려웠어요. 눈을 돌리면 의미가 생기니까. 손 하나 움직여도 공간이 긴장감 생기고. 잘못했다 전체가 나 하나 때문에 무너질 수도 있으니." 
영화 '공작'.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작'. 사진=CJ엔터테인먼트

 연기 잘하는 배우로 정평이 난 그이지만 이 영화를 찍으면서는 "바닥을 쳤다"고 인터뷰 내내 몇 번이나 거듭 말했다. "몸으로 하는 액션이면 차라리 편하죠. 이건 서로 귀를 열고 각자의 긴장이 하나로 뭉쳐져야 하니까. 서로 만나서 애기하는데 다른 속내를 갖고 있으니 밑에서는 양 날의 칼이 오가는 셈인데 그걸 상대한테는 알려주지 않고 관객한테는 알려주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는 영화 초반이자 촬영 초반이었던 박성영과 리명운의 첫 만남을 꼽았다. 해법은 이를 드러내는 것. "아 이래서는 안되는구나, 그러면서 내려놓고 도저히 안된다, 도와줘라…수많은 얘기들을 함께 해나갔어요. 너도 힘들었구나, 형(이성민)도 그랬구나…바닥을 치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내 속을 드러내고, 그러면서 융화가 됐던 거죠."  
영화 '공작'.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작'. 사진=CJ엔터테인먼트

 대사가 많은 데다, 비밀 임무를 맡긴 안기부 해외실장(조진웅 분)을 만날 때처럼 "차렷 자세로 움직임 없이 대사하는" 장면이 많은 것도 힘들었던 일로 꼽았다. 물론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을 연기했던 쾌감도 없진 않았다고 한다. 특히 박성영이 직접 평양에서 가서 리명운과 함께 으리으리한 장소에서 북한 최고 권력자를 만나는 장면이 그랬다. 
 "(김정일 역할의 배우가) 분장을 하고 들어오는데 너무 똑같은 거에요. 게다가 세트가 엄청 커요. 공간이 주는 아우라도 대단했죠. 대사도 많은 장면이었어요. 차렷하고 있으면서 감정은 감정대로, 의지는 의지대로 표현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김정일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해야하는 날 선 장면인데. 촬영 열흘 전부터 완벽하게 대사를 달달 외워서, 툭 치면 나오게 했는데도 막상 가서는 너무 많이 틀리는 거에요." 그는 "세팅 바꾸는 사이에 벽 보고 연습하고 있으면 (이)성민이 형도 그러고 있더라"고 했다.  
영화 '공작'.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작'. 사진=CJ엔터테인먼트

 두 배우처럼 한껏 속을 터놓을 수 있는 관계는 아니지만, 영화 속 두 인물 사이에도 다양한 난관을 넘으며 조금씩 인간적인 정이 쌓여간다. 영화의 마지막, 2005년 시점의 장면은 이를 확인하는 클라이맥스가 된다. 황정민은 "이 영화는 정치 얘기보다는 우정에 뿌리를 둔 이야기"라며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뭔가 뭉클함이 전해진다면, 그게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칸에서 영화를 처음 보는 순간, 빨리 한국 관객들과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제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면서 분단 현실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세포가 공유하듯 느껴지는 게 좋았어요"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였던 '공작'은 이후 편집을 다소 손봐서 4분 가량 짧아진 버전으로 개봉한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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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